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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문학기행 <18> 최석 시인과 함께하는 카자흐스탄 문학기행 (상)슬픈 디아스포라의 현장

황무지를 옥토로 바꾸고 민족의 얼과 글 지킨 '기적의 땅'

  •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
  •  |   입력 : 2012-08-14 20:10:45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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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우슈토베 공동묘지. 1937년 연해주에서 강제 이주된 고려인의 최초 거주지로, 이주 첫해 겨울 수만 명이 얼어 죽은 슬픈 디아스포라의 현장이다.
- 1937년 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 따라
- 화물열차에 실린채 6000㎞ 지나 도착
- 추위·배고픔에 첫 해 3만명 사망 불구
- 벼농사 북방한계선 바꾸는 혁명 이뤄

- 최대 도시인 알마티의 한국어교육원
- 한학기에 교민 등 800명에 한글 강의
- "비록 고향을 떠나 이곳에 밀려왔지만
- 그들에게 모국어란 어머니 젖 배인 말"

국제신문과 부산문화연구회(대표 김성배 시인)는 문학기행 10년을 기념해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8일까지 7박 9일 일정으로 '최석 시인과 함께하는 카자흐스탄 문학기행'을 마련했다. 이번 문학기행은 조국을 떠나 황량한 대륙을 떠돌아야 했던 이주역사 속에서도 우리 말과 문화를 지키려던 고려인의 노력과 사막 한복판에서 농장을 일군 한민족의 생명력을 확인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다. 특히 올해는 고려인 강제이주 75주년에다 한국과 카자흐스탄이 수교한 지 20주년 되는 해이다. 부산과 서울 지역 독자 15명이 참가했다.

■통한의 땅 우슈토베

   
한국-카자흐스탄 문학교류회 참가자들이 행사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2일 낮 1시께 카자흐스탄 우슈토베 바스쮸베 고려인 최초 거주지. 조수만(1905~1951년) 묘, 유민 김 씨(1877~1954년) 지묘 같은 수백 기의 공동묘지와 기념비가 문학기행팀을 쓸쓸히 맞았다. 차에서 내리자 숨이 막혔다. 수은주가 영상 40도를 오르내렸다. 풀조차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버려진 사막의 땅이다. 한겨울에는 영하 30~40도까지 내려간다고 한다.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이자 문학기행팀 숙소가 있는 알마티에서 330㎞ 떨어진 우슈토베는 스탈린의 명령에 따라 1937년 러시아 연해주에서 강제이주 화물열차를 타고 온 고려인들이 처음 내렸던 곳이다. 강제 이주된 고려인이 1937년 10월 9일부터 1938년 4월 10일까지 토굴을 파고 살았던 초기 정착지다. 6000㎞의 긴 여정에다 추위와 굶주림으로 고려인 1만5000여 명이 이동 중에 사망했고, 이주 첫해 10만 명 가운데 3만 명이 숨졌다는 기록이 있다.

10월이면 우슈토베는 겨울 날씨를 보인다. 고려인은 숟가락 하나로 토굴을 파고 부둥켜안은 채 체온을 나누며 추위와 배고픔을 견뎠다. 들판의 승냥이 울음소리에 밤마다 고려인의 통곡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1996년 카자흐스탄으로 이주한 최석 시인은 "추위와 굶주림에 죽어나가면 토굴 밖 눈 속으로 시신을 밀어냈다가 눈이 녹는 봄에 땅에 묻었다"며 "1937, 38년 이곳은 살아있는 자와 죽은 자가 함께 공유하는 곳이 됐다"고 설명했다.

고려인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카레이스키 콜호스(한인 집단농장)'를 조직하고 억척스럽게 황무지를 일궈 벼농사의 북방한계선을 바꿔놓는 농업혁명을 이룩했다. 덕택에 불모지 우슈토베는 수많은 수로와 논, 양파밭으로 변했다. 현재 중앙아시아 곳곳에 흩어져 사는 고려인이 50만 명에 달한다. 우슈토베에 사는 고려인이 벼와 양파 농사를 짓고 있다.

우슈토베의 슬픈 역사를 기억하는 문학 작품이 많다. 카자흐스탄으로 이주한 최석 시인과 윤종관 카자흐스탄 알마티 교민신문 '카자흐뉴스' 발행인은 '봉분의 역사'와 '우슈토베의 한'이라는 시를 썼다.

'저건 아직 녹지 못한 눈밭이 아니다./(…)/그러니까 저건/무덤이다/그냥 무덤들이다/죽어서도 이름을 찾지 못한/이 세르게이/윤 뾰드르의 무덤들이다/어스름 겨울 저녁/물 한잔 얻어 먹지 못한/귀신들이다. 그것들이 우는/바람 소리다'. (최석 '봉분의 역사' 중)

'일구 삼칠년/돼지처럼 끌려 차량에 갇힌 채…/밤낮없이 달리던 기차바퀴…/(…)/버려진 땅/내팽개쳐진 삶의 허접한 거적들/옮기는 걸음마저 얼어 붙는/동토의 벌판/시린 손에 흐르는 피/얼어 붙은 돌 위에 뿌리며/토굴을 파 두더지가 된다//(…)긴긴 밤 서러운 눈물이/싸늘한 토굴보다 더 슬픈 절망을 녹인다.(…)' (윤종관 '우슈토베의 한' 중)

■한국-카자흐스탄 문학 교류

   
반 김일성 선언 후 망명한 김종훈, 정추, 최국인 씨(오른쪽부터).
3일 오후 알마티 한국어교육원에서 '한국-카자흐스탄 문학 교류회'가 열렸다. 부산문화연구회는 문학기행 10년을 맞아 일본과 몽골에 이어 카자흐스탄 고려인 문학과 삶으로 해외문학 교류의 외연을 넓혔다. 이경호 알마티 한국어교육원장은 "교민과 현지인에게 한국어 보급을 목적으로 하는 한국어교육원은 세계 37개 도시에 있으며 알마티에는 한 학기에 800여 명이 한국어를 수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북한 출신으로 모스크바에서 유학 중 김일성 독재에 맞서 망명한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음악원 출신의 천재 작곡가 정추(90), 연출가 겸 영화촬영감독 김종훈(86), 카자흐스탄 국가 공인 연출가 최국인(86) 선생이 참석했다. 이들은 1958년 '반(反) 김일성 선언'을 하고 망명한 '10인회' 회원 중 생존자 세 명이다. 이들은 일제 강점기를 거쳐 북한 공산주의 체제 아래의 처참했던 경험과 강제 이주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 말과 고려인 문학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세세하게 밝혔다. 김종훈 선생은 자신의 비극적 삶을 "운명"이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눈시울을 붉게 했다. "한 평생 나라 잃은 설움으로 일본 공민권, 북조선 공민권, 무국적, 소련 공민권, 카자흐스탄 공민권을 지녔습니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내 삶이 빠져나갈 수 없었습니다. 운명이었습니다. 내 조국 한반도와 고향이 그립습니다."

정추 선생은 지난해 8월 12월 EBS에서 방영된 '미행(未行)-망명자 정추'에 소개됐다. 지난 3월 구해우 중앙대 북한개발협력학과 겸임교수 등 2인은 '북한이 버린 천재 음악가 정추'(시대정신)라는 책을 냈다. 카자흐스탄으로 이주한 김병학 시인은 '고려인 문학 약사'를 강의하면서 10인회 회원인 한진 선생의 말을 인용해 "(강제 이주된 고려인에게) 모국어란 어머니의 젖과 함께 몸과 넋이 배인 말"이라고 강조했다.

부산문화연구회와 문학기행팀은 알마티 한국어교육원과 함께 전날 고려인 학생이 주로 다니는 우슈토베 제르진스키 공립학교에 한글 책과 학용품을 전달했다. 문학 교류회는 최석 시인 자택으로 자리를 옮겨 삼겹살과 보드카, 포도주가 곁들여진 파티로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 우리말·우리가락으로 공연 고려극장

- 절망 빠졌던 한인 이주민에게 위안 선사

카자흐스탄 알마티에도 우리 말과 우리 가락으로 공연하는 고려극장이 있다.

고려극장은 객석 250석을 갖춘 카자흐스탄의 국립 문화공간이다. 문학기행팀이 지난 7일 오후 고려극장을 찾았을 때 무용단은 아리랑 반주에 맞춰 부채춤을 추고 있었고, 연극단은 '카라고스' 대본을 우리 말로 연습하고 있었다.

이국만리에서 듣고 본 아리랑과 부채춤은 이곳이 한국인지 카자흐스탄인지 착각이 들 정도였다.

1932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신한촌에 원동변강조선극장으로 창설된 고려극장은 80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한국 최초의 해외극단인 셈이다.

초기에 블라디보스토크에 거점을 두고 고려인이 거주하는 지역을 순회하는 이동극장 형태를 유지했다. 고려인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후 고려극장은 고려인이 있는 우슈토베, 알마티로 옮겼다.

고려극장은 절망에 빠진 고려인에게 희망의 씨앗을 선사하고, 핍박받는 삶을 어루만지는 구원의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89년에는 한국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다.

고려극장은 고려인 4, 5세 등 젊은 단원으로 세대교체를 하면서 모국어 구사능력 확보가 숙제로 남았다. 모국어 상실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다.


▶주최=롯데백화점·부산문화연구회

▶특별후원=국제신문

▶참가문의=http://문학기행.kr (051)441-0485

우슈토베·알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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