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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스트롬의 '기도하는 노인'. |
우리나라는 단시간에 괄목할 만한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였으나 그 안에 사는 국민은 대부분이 불행하다는 진단이 나온 지 오래다. 지난 총선에서 많은 정당과 후보들이 일자리 창출이나 지역개발을 내세우기보다 삶의 질이나 행복을 운운한 것을 보면 문제가 심각한 정도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최근에 조사된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OECD 34개국의 평균보다 8점이 낮은 63점이라고 한다. 최근 들어 이혼율, 자살률, 저출산율, 직장인 스트레스 비율이 세계 최고에 달하고, 한국 청소년의 행복도는 최하위권이라 하니 참으로 마음 아픈 일이다. 산술적인 지수로 사람의 행복을 평가하는 자체에 무리가 따를 수도 있지만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소득이 증대하고 생활이 편해지면 단연 행복해져야 할 것인데 그렇지 못한 이유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부자가 때때로 불행해 보이고 가난한 농부가 오히려 행복해 보이는 궁금증을 풀기 위해 심리학자가 되었고, 최근 행복연구가로 유명한 미국 일리노이 대학 에드 디너 교수는 행복 여부를 측정하는 다섯 가지 설문을 개발하였다. ① 나의 삶은 나의 꿈, 또는 이상과 아주 가깝게 진행되고 있는가? ② 내 삶의 질은 훌륭한가? ③ 나는 현재의 삶에 아주 만족하는가? ④ 나는 생활을 통해 삶에서 중요한 것들을 얻고 있는가? ⑤ 나는 더 산다고 해도 현재 삶의 틀을 별로 바꾸지 않고 고수하고 싶은가? 디너 교수는 설문의 각 항목을 '매우 그렇다'(6점)에서부터 '전혀 그렇지 않다'(0점)는 7단계로 나누어 합산한 점수를 근거로 '다른 사람보다 훨씬 행복하다'(26~30점)라는 최상급과 '내 삶은 왜 이렇게 초라한가?'(0~5점)라는 최하위급으로 나누어 행복지수를 평가하였다.
2010년 한국심리학회가 주최한 행복에 관한 국제학술대회에서 디너 교수는 날로 번영하는 국가에 사는 한국인이 불행한 이유를 3가지로 제시하여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첫째, 한국인의 물질주의 성향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돈이면 다 된다는 생각이다. 가난한 사람이 부자보다 행복할 가능성은 낮겠지만, 돈에 대한 집착은 행복에 해로운 요소다.
둘째, 한국인은 과도하게 경쟁적이라는 점이다. 항상 일등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감은 불안과 걱정을 만든다. 경쟁은 흔히 비교에서 시작되는데, 우리는 늘 높은 곳에 자신을 비교함으로써 끝없는 경쟁심을 유발한다. 나보다 더 잘난 사람은 끝없는 나의 경쟁상대가 되는 셈이다.
셋째, 한국인은 더불어 사는 사람에 대한 신뢰 수준이 형편없이 낮다는 것이다. 예로부터 정이 많은 우리 민족이라 하지만 정은 신뢰와 다르다. 뜻을 같이하고 함께 자리하면 같은 편이고, 아니면 적으로 돌리는 우리가 아닌가? 돌아서면 헐뜯고 시기하는 불신이 만연한 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다.
예수님은 산상설교(마태 5-7장) 첫머리에서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고 하였다. 가난하고 깨끗한 마음에 행복이 있다고 하는 말은 물질과 명예를 통한 과시적인 행복이 아니라 사랑과 존중을 통한 내면의 행복을 추구하라는 것이다. 물질에 대한 지나친 탐욕을 경계하고 소박한 마음으로 더불어 사는 사람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것이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는 말이다.
사람의 귀천은 타고난 신분에 달린 것이 아니라 마음에 품은 뜻에 달려있다고 했다. 마음에 품은 뜻이 귀하면 귀인이 되는 것이고, 그 뜻이 천하면 천인이 되고 만다.(MBC 드라마 '동이' 참조) 행복도 마찬가지다. 행복과 불행이 외부로부터 갑자기 찾아올 수도 있지만, 그것은 오래가지 못한다. 행복은 작은 것에도 기뻐하고 감사하는 내 마음이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하지만 디너 교수가 제시한 3가지 숙제를 먼저 풀어야 할 것이다.
천주교 몰운대 성당 주임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