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 최대종파인 대한불교 조계종의 종단 사정기관인 호법부가 '도박파문'에 대한 진상조사에 나선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조계종 총무원 소속이었던 성호스님은 전날 승려 8명이 지난달 말 전남의 한 특급호텔 스위트룸에서 억대 도박판을 벌였다며 이들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바 있다.
고발장에 따르면 도박을 한 승려 가운데에는 조계사의 주지 토진스님과 부주지 의연스님을 비롯해 조계종 종단의 고위직도 포함됐다. 토진스님은 일신상의 이유로 지난 5일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단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종법에 위반되는 부분이 있으면 처벌할 것"이라며 "호법부에서 진상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법부가 발 빠르게 조사에 나선 것은 이 문제가 조계종 전체의 문제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조계종 종단 행정의 최고 책임자인 자승 총무원장도 "관련자 전원을 소환조사해 종헌과 종법에 따라 엄벌하라"고 호법부에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호스님이 고발장과 함께 검찰에 제출한 도박 장면 등이 담긴 13시간 분량의 동영상 중 일부를 보면 호텔방에 둘러앉아 패를 섞고 있는 승려들의 모습이 보이는 등 내용이 충격적이다.
도박을 하고 있는 스님들 가운데 놓인 담요위에는 현금 다발이 수북이 쌓여 있고 맥주병도 보인다. 한 스님이 담배를 깊숙이 빨아들이며 도박에 열중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다만 화질이 흐릿해 스님들의 얼굴을 식별하기는어렵다.성호스님은 동영상 입수 경위에 대해서는 "불당 앞에 USB가 놓여 있었다"며 "누가 놓고 갔는지는 모른다"고 밝혔다. 이들이 머물렀던 호텔 관계자는 "스님들은 일반인들과 함께 지난달 23일 저녁 늦게 도착했는데 이들 일행은 20개 이상의 방을 예약해서 머물렀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소주나 양주 없이 맥주만 2~3번 정도 룸서비스 했다"며 구체적인 맥주의 양은 밝히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호텔 방의 구조상 손님들이 도박을 하는 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조계종에 따르면 도박에 참여한 스님들을 불러 조사한 결과 서로 말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불교계 일부에선 성호 스님이 도박을 했다고 고발한 토진 스님과의 관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호스님은 지난해 12월 조계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던 중 토진스님과 여러 스님이 몰려나와 자신을 폭행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다른 의도가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성호스님은 시위를 방해하고 폭행한 혐의로 토진스님을 고소했고 현재 서울중앙지검에서 이 사건을 수사 중이다. 당시 성호스님은 봉은사 주지였던 명진스님의 멸빈징계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멸빈은 불교에서 가장 치욕적인 벌로 승려의 신분증인 도첩(度牒)을 빼앗아 승적을 박탈하는 것이다.
성호스님은 당시"명진스님과 자승스님을 비롯한 몇몇이 룸살롱과 고급술집을 드나들며 해서는 안 될 일을 했고 이를 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