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이 바꿔놓은 세상
- 전쟁, 그리고 /남도현 지음 /플래닛 미디어 /1만9800원
오늘날 세계를 하나로 묶어주고 있는 인터넷은 전쟁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탄생했다. 2차 세계대전 후 냉전체제의 두 축으로 소련과 대립하던 미국이 국가 주요 통신망이 파괴될 경우를 대비해 군사용 비상 통신망으로 ARPANET를 구축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1970년대 초 ARPANET가 일반에 공개되고 대학과 연구기관이 연결되면서 인터넷으로 발전했다.
인터넷이 현대인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되는 공기 같은 존재가 된 것처럼 전쟁이 미친 영향을 제쳐놓고는 지금의 사회를 상상할 수 없다. 이처럼 전쟁은 인간이 벌이는 가장 극단적인 파괴행위지만 모든 것을 총동원해 싸우는 과정에서 역설적으로 수많은 새로운 현상을 잉태하고 있다. 몽골군의 야전식량이 햄버거라는 문화를 만들어내고 2차 세계대전 이후 몰려온 대공황이 국제통화기금(IMF)을 설립하게 한 것처럼.
전쟁, 그리고는 전쟁이 인간사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는 '전쟁이면사'다. 문화 올림픽 문학 여자 경제 월드컵 스타 과학 크리스마스 국가 등 10개 키워드로 나눠 이야기한다.
# 6·25 인민군의 애달픈 사연
- 조선인민군 우편함 4640호 /이홍환 엮음 /삼인 /1만5000원
엮은이는 2008년 11월 미 국립문서보관소의 열람실에서 6·25전쟁 당시 미군이 노획한 북한 문서의 목록을 작성하다가 728통의 편지와 344장의 엽서를 발견했다. 공개된 지 30년이 넘은 기록들이었지만 누가 손댄 흔적은 없었다. 평양중앙우체국 소인이 많은 것으로 보아 미국의 평양 점령 당시 아직 배달되지 못한 편지들을 거둬들인 것으로 보였다.
편지는 대부분 6·25전쟁이 발발한 1950년에 쓰였다. 인민군에 입대한 남편에게 면회를 가겠다는 편지, 자식 셋을 군에 보낸 어머니를 위로해 달라고 동네 형에게 부탁하는 편지, 아이들 죽이지 말고 잘 키우고 살아만 있어달라고 부탁하는 편지, 속옷과 발싸개를 사서 면회오라고 아버지에게 떼를 쓰는 인민군 아들의 편지, 결혼 날짜를 받아놨으니 속히 돌아오라고 아들에게 성화를 부리는 아버지의 편지….
공문서가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이지만 한국 현대사의 한 시기를 보여주는 사료 역할을 할 만한 것들이다. 또한, 감동과 충격, 눈물과 웃음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전쟁문학'의 가치도 충분하다.
# 삼국지·수호전의 해악
- 쌍전 /류짜이푸 지음 /임태홍·한순자 옮김 /글항아리 /1만8000원
중국 인문학계의 거장 류짜이푸(劉再復)가 중국 양대 고전소설 '삼국지'와 '수호전'이 중국 사회에 미친 '거대한 해악'을 파헤쳤다. 중국뿐 아니라 동아시아 전역에서 널리 읽혀 온 '삼국지'는 우리나라 대학 신입생에게 권장하는 고전 100권에 포함돼 있다. 중국에서는 '수호전'의 인기 역시 지속적이고 폭발적이다.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삼국지'에 팽배한 권모술수 숭배와 '수호전'의 폭력 숭배다. 강탈과 살인에 불과한 범죄들이 '하늘을 대신해 도를 행한다'는 명분으로 자행되고, '반란은 정당하다'는 이데올로기를 빌려 죄책감 없이 무고한 이들을 학살한다.
저자는 쌍전의 문학성을 높게 평가한다. 108명 등장인물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수호전'과, 세월이 흘러도 약해지지 않는 '삼국지'의 캐릭터들. 바로 그래서 사람들은 두 소설에 스며든 어두운 면을 비판적으로 성찰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흡수했으며, 이것이 중국의 민족적 성격을 형성했다고 본다. 그는 이 두 소설이 중국인에게 '지옥의 문'이라고 단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