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매일 생활하는 공간인 부산에 대해 과연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바다 산 강이 있고, 출퇴근 때 차량 정체가 타 도시보다 심하다는 정도. 거기서 더 나아가 임진왜란 때 처음 침략을 당한 곳이며, 왜관이 존재했던 지역으로 알고 있다면 상식이 많은 경우일 것이다.
한시와 함께 시간여행은 부산에 사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저자는 한시를 매개로 다양한 사진까지 곁들여 쫀득쫀득한 문체로 부산의 역사와 문화 등 전반에 걸쳐 초등학생들도 읽을 수 있을 만큼 쉽게 썼다. 즉 이 책을 읽음으로써 우리 지역,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의 역사와 문화, 전설까지 보다 폭넓은 상식을 얻을 수 있다. 저자는 지역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는 고전문학 전공 교수(신라대 국어교육학과)이다.
이 책에 나오는 시인들은 대부분 동래부사와 부산진첨사, 그리고 일본에 통신사로 가기 위해, 또는 돌아와 부산에 잠시 머물렀던 외교관들이다. 시는 부산의 자연경관을 읊은 것도 있고, 임진왜란 전의 평화로운 풍경과 왜란 후 황폐해진 모습을 그려낸 것들도 있다. 시 한 편마다 부산의 모습과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생생하게 담겨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임진왜란이 끝난 지 10년 후쯤인 1608년 동래부사로 부임한 이안눌은 동래성이 함락된 4월 15일에 쓴 '사월십오일'이라는 시에서 '아침에 집집마다 곡을 하니/… …/곡소리가 어찌 저리 처참한가 물으니/임진년에 해적이 와서/이날 성이 함락되었는데/… 수많던 백성들 한 둘이 남았소/이날을 맞이하였기에/제사 차리고 그 죽음에 통곡한다오/… …칼날에 죽은 자가 얼마나 많은지/온 가족 중에 울어줄 사람도 없지요라고 하네'라며 동래 전역의 백성들이 거의 죽다시피한 이날의 끔찍한 광경을 잘 묘사하고 있다.
고려시대의 최고 문장가로 알려진 이규보(1168~1241)는 '동박공장향동래욕장지구점이수'(同朴公將向東萊浴場池口占二首)라는 시를 통해 동래 온천장 모습을 그려냈다. 그에 따르면 당시에는 목욕탕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온천 원수가 솟는 샘 아래에 못이 있어 그곳에서 목욕을 했다는 것과 물이 아주 뜨거워 계란을 익힐 수 있고 차를 달여 먹는 물로 사용할 수 있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총 37편의 지역별 주제의 글마다 적어도 3, 4편의 한시가 등장한다. '정과정' 제목의 글에서는 연제경찰서가 있는 지역엔 옛날 동래에서 수영으로 지나가는 보부상을 노리던 산적이 망을 보던 망바위가 있었는데, 포도청에 해당하는 경찰서가 있으니 기이한 인연이라고 적고 있다.
또한 저자는 시들을 통해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여러 건물 및 장터 등도 되살려 놓고 있다. 예를 들면 동래부동헌에서 가장 가까운 정자(현 동래시장 뒤편)이자 임진왜란 때 동래부사 송상현 공이 순절한 곳으로 알려진 '정원루'(靖遠樓)의 경우 신숙주의 글과 김종직, 김륵, 이정신 등이 쓴 시를 통해 건립 경위와 연대, 위치 등을 상세히 복원하고 있다.
시인·동아대 홍보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