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1일 개국 예정인 4개의 종편PP가 14번에서 20번 사이의 황금채널을 배정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2일 케이블TV업계에 따르면 CJ헬로비전 계열 SO들은 종편PP용 채널로 14, 16, 18, 20번을 검토 중이다. 또 씨앤앰 계열은 13, 15, 17, 19 또는 15, 17, 19, 21번 채널을 내주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신생 PP인 종편PP들이 황금채널을 한꺼번에 꿰차게 되면서 케이블TV의 채널 연쇄 이동이 불가피해졌다. 그 동안 10번 채널을 점유해온 PP는 MSO 계열사의 PP 또는 SO가 직접 운영하는 지역채널 등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사실 SO들로서는 비록 자사 계열사의 PP를 빼내도 종편PP로 케이블TV의 콘텐츠가 풍부해지면서 시청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게 된 만큼 종편PP를 반기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하지만 소규모 개별PP로서는 딱 '마른하늘에 날벼락'인 상황이다. 현재 국내에는 260여개의 등록된 PP 가운데 개별PP들은 겨우 19개 정도만이 SO를 통해 방송을 타고 있는 실정이다. 케이블TV의 전체 70여개의 채널 가운데 의무적으로 방송되고 있는 '의무전송 PP'를 뺀 50여개의 채널을 놓고 지상파계열PP, 홈쇼핑PP, MSO 계열PP와 싸움 끝에 그나마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경쟁력 있는 PP들인 셈이다. 이들 PP 가운데는 시청률에 따라 20~30번대의 이른바 '쎈채널'을 사용중인 것도 있다.
그런데 종편PP가 들어오면서 10번대가 20~30번대로 밀리고, 다시 기존 20~30번대 채널들은 채널 인지도가 떨어지는 채널로 밀리게 될 형편이다. 결국에는 힘없는 개별PP들만 변방 채널로 밀려날 수밖에 없게 됐다. 일반 PP들의 모임인 개별PP 발전연합회 박성호 회장은 "종편채널이 이른바 낮은 번호 채널에 들어감으로써 동시에 다른 채널은 빠져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서 "대개의 경우 개별PP가 빠지게 될 텐데 그런 상황이 오면 채널 다양성과 시청자의 문화의 다양성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케이블 TV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버림받은 PP의 이름들이 살생부처럼 나돌고 있다. 일부 SO에서는 의무전송 대상인 국회방송 같은 공익채널을 이번에 신규로 만들어지는 95, 96, 97번 채널에 배정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PP업체 관계자는 "방통위원회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콘텐츠 산업의 꽃이라며 추켜세웠던 PP들을 이제 와서 헌신짝처럼 취급하고 있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이들 개별 PP들은 SO들이 채널 변경을 고지하고 있는 마당에 정작 자기들은 어느 채널로 옮겨가야하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분통을 터뜨리기도 한다. 특히 이번 채널 연쇄 이동 끝에 누군가는 아직 안정성이 검토되지 않은 신규 채널이라는 폭탄을 안게 될 까봐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SO와 PP들 뿐 아니라 일반 시청자들도 피해자이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케이블 TV에는 10번대 채널에 각 SO가 운영하는 '지역방송' 채널이 들어있다. 지역 뉴스, 지역 밀착형 생활정보 등을 방송 중인 이 채널이 다른 채널로 옮겨가게 된 것에 대해 시청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한 시청자는 "아무리 거대한 방송이라고 할지라도 정당한 절차를 밟고 규칙에 따라 해야 하는데 이런 절차를 무시하면 시청자들에게도 피해가 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영선 언론개혁 시민연대 대외협력국장은 작금의 상황을 "시청자들에 대한 폭거이다"라고 규정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사전고지나 공지도 없이 그동안 봐 왔던 채널을 빼앗아 피해를 보게 되게 된다면 공정위에 담합으로 제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신규채널을 앞 번호에 배치하는 경우는 없었다"면서 "그동안 앞 번호는 시청자들이 아끼고 볼만한 방송에 배정돼 왔지 신규 채널이 처음부터 앞자리에 나오려는 것은 미디어계의 조직폭력배 같은 행태다"고 비판했다. �노컷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