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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7회 부산꽃마을자연예술제에 초청된 예술인들이 지난달 16일 부산 서구 꽃마을에서 미술로 동네를 단장하고 있다. 박수현 기자 |
- 거칠고 세련미는 떨어질지언정 새로움 추구 신진예술 도전 정신
- 기존 판에 활력, 한층 풍성하게 일회성 행사 후 흐지부지 안될 말
- 재생산 구조 갖추도록 지원 필요
부산 지역 청년문화의 현장은 어떤 상황일까? 일단 기준을 정해야 했다. 취재현장에서 "청년문화를 단지 나이의 많고 적음으로 가르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을 여러 차례 들었다. 중요한 지적이었으며 설득력이 있었다. 예술정신이 늙고 식상해져버린 청년이 있고, 나이는 많지만 전위적인 실험을 멈추지 않는 노예술가가 실제로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편의상 범위는 정해야 했다. '10대를 포함하되 20, 30대가 주축이 되어 펼치는 예술문화활동'으로 한정해 보았다. 지난달 중·하순만 해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현장이 꽤 있었고 거기에서 목소리를 접할 수 있었다. 조각가 성백 씨가 주축이 되어 지난달 20일부터 한달 여 부산 서구 꽃마을 일원에서 여는 제7회 부산꽃마을자연예술제(finaf)에서는 국내 대학생들과 해외에서 초청돼 온 예술가들이 워크숍과 공동생활을 통해 예술을 이해해가는 국제아트캠프 프로그램이 눈에 띄었다.
같은 달 14일에는 부산에서 유명한 스트리트댄스팀인 킬라몽키즈(대표 양문창) 10주년 기념파티가 열렸다. 이날 축하공연을 뛴 비보이, 힙합댄서 등만 60여 명에 달했다. 부산의 스트리트댄서들을 한자리에서 대거 만나볼 수 있었다. 또 17일 시작해 31일까지 보름 동안 진행된 열린소극장 예술공동체의 레지던스사업은 부산의 연극단체로는 처음 국제레지던스 사업을 시도해 부산 젊은 배우에게 새로운 기회를 줬다. 미국 연극연출가 다니엘 첨리 씨가 초청돼 젊은 연극인들을 가르치고 함께 토론했다.
■청년문화의 범위는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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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연극인들이 미국 연출가 다니엘 첨리 씨와 작품을 연습하고 있다.
곽재훈 기자 kwakjh@kookje.co.kr |
공공의 지원을 받거나 주위의 관심 속에 펼쳐진 젊은 문화예술인들의 행사에서는 참신한 힘이 느껴졌다. "청년문화다운 시도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본다. 20, 30대는 사회에서 기득권을 갖기 전이다. 지금 30대 후반 정도 된 사람들은 20대 시절 청년문화의 중요성을 외쳤고 지금은 사회적 경험과 기반이 있다. 청년문화다운 시도란 기성의 것에 대한 저항감, 일탈 등을 동반할 때가 많다보니 창의적 힘이 있고 기존 문화와 긴장감을 유지한다. 이것이 부산 사회의 문화 전반에 좋은 영향을 되먹일 수 있을 것이다. " 사회학을 전공하고 현재 문화활동을 하고 있는 문화컨설팅 MADA의 장현정 대표는 이렇게 밝혔다.
사실 이 같은 반응은 '청년문화가 부산 문화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라고 질문했을 때 거의 모든 현장 전문가들이 들려준 대답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현재의 부산 청년문화 현황에 대한 진단에서는 의견이 갈리는 경우가 꽤 있었다. "청년문화, 인디문화를 강조하는 것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감이 있다. 그라피티, 스트리트댄스, 음악밴드처럼 청년문화를 상징하는 장르는 그간 유독 어려워진 부산의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위축돼왔다"고 한 문화활동가는 주장했다.
이에 대한 다른 차원의 반론도 있었다. 가톨릭센터 정면 기획팀장은 "청년문화를 그라피티나 스트리트댄스 음악밴드 등으로 국한하는 시선 자체가 지나치게 편협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들은 청년문화의 일부일 뿐이다. 기성장르라 할 수 있는 음악 미술 춤 문학 등에서도 신진이 등장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배려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그들 또한 엄연한 청년문화다."
이 지적은 매우 중요하다. 청년문화에서 사회가 기대하는 것은 전반적인 예술문화 차원의 새로운 기운이고 그 힘이 사회를 문화적으로 재생시키고, 문화에 창의성과 활력을 부여하는 것은 검증된 사항이기 때문이다.
정 기획팀장이 지적했다 "1997년 8월 6일 자 국제신문이 좋은 의도로 그 당시 활성화돼가고 있던 부산대 앞 클럽문화 기사를 냈다. 그런데 당국이 그 기사를 읽고 일반음식점 허가를 낸 업소에서 공연을 했다는 이유로 해당업소를 모조리 장기간 영업정지를 때렸다. 그때 활동했던 유수의 밴드들이 일시에 서울로 올라가 부산 밴드의 저력을 서울에서 만천하에 과시하게 한 계기가 됐다. 지금은 그런 시대는 아니지 않느냐?"
■지원하려거든 방향전환이 필요
그는 청년문화를 지원하려면 정책방향을 바꿔 세밀하고도 실질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의 록페스티벌은 수년 동안 지속돼 오면서도 지역의 클럽문화 활성화로 연결이 되지 않는다. 공연 한 번 하고 서울로 돌아가버리는 구조다. 외국에선 지역 클럽과 락페스티벌이 연계해서 상생하는데 우리는 왜 못하는가?"
이 같은 구조는 부산에서 벌어지고 있는 많은 국제예술제가 비슷하게 안고 있는 문제여서 더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부산꽃마을자연예술제 성백 대표 등은 "청년문화도 재생산구조를 갖추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프로젝트의 기획자에게는 급여가 적거나 없고, 직업 비보이 여섯 명이 참가하는 공연을 의뢰하면서 출연료로 20만~30만 원을 책정하는 곳이 부산 지자체다. 우리더러 '당신들이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돈은 바라지 마라'는 식으로 나오면 버티기 어렵다."
청년문화를 육성한다니 "중견은 찬밥이냐" "우리 전통은 무시하냐?"는 주장 등등 청년문화 활로 개척의 일이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이 같은 설왕설래와 우려는 '부산의 청년문화'가 갖는 가능성이라는 주제로 오면 다시 희망적으로 바뀐다. 정 기획팀장은 ""서울의 경우 많은 젊은 예술인들이 상업적 성공에 기울 수밖에 없는 구조가 있고 세련되고 기술적 측면이 뛰어난 점은 있되 거침없이 새로운 기운을 뿜어내는 힘은 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부산은 서울과는 환경이 달라 거칠고 세련미는 떨어질 수 있을지언정 신진 예술 특유의 도전과 힘이 뛰어나다는 것이 정설이란 것이다. 게다가 적당한 도시 규모와 거리예술 등에도 열려 있는 정서가 있어 한 번 해볼 만 하다는 것이다. "청년문화에 대한 인큐베이팅사업을 강화하고 이들에게 자연스럽게 기회가 갈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일이 중요하고 또 부산은 그런 일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본다"고 현장예술가들은 강조했다.
# '킬라몽키즈' 양문창 대표
- "어려운 여건 속 10년 동안 팀 잘 버텨와 가슴 뿌듯"
양문창(26·사진) 대표는 '고참' 청년문화일꾼이다. 우리 나이 17살, 고1 때 스트리트댄스팀 킬라몽키즈(cafe.daum.net/killamonkees)를 만들었다. 지난달 14일 킬라몽키즈는 부산 서면 더쉐이커클럽에서 10주년 기념 파티를 열었다.
이 팀은 부산에서 몇 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 만큼, 탄탄하고 유명하고 국내외 공연경험도 많은 팀으로 성장했다. "지나온 시간을 별로 의식하지 않고 활동해왔는데, 10주년 기념파티에 그토록 많은 분들이 오고 그렇게들 많이 축하해주시는 걸 보고 '10주년이 뜻이 있구나' 느꼈죠."
"저희는 각급 학교나 저희가 운영하는 킬라몽키즈 비보잉 아카데미에서 스트리트댄스(비보이 팝핀 락킹 비밥 힙합 걸스힙합 등 다양한 장르를 포괄)를 교육하고, 다양한 종류의 공연을 뛰고, 자체 기획공연을 여는 세 영역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양 대표는 "스트리트댄스 1세대는 길에서, 2세대는 연습실에서, 요즘 3세대는 학원에서 익힌다"고 설명했다.
"학원에서 배우는 것에 장점이 있지만, 비보이가 연예인이 되기 위한 경로처럼 여겨지면서 춤꾼으로서 자부심이랄까, 좋아서 추는 춤 특유의 힘이 주는 것 같아 나는 불편하다"고 그는 말했다. 쉽지 않았던 10년 세월을 헤쳐온 킬라몽키즈는 "재밌게 잘 놀면서도 춤이 좋아 추고 춤꾼으로서 자부심을 더 키울 수 있는 팀으로 끌고가겠다"는 의욕이 다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