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당신을 만나기 전부터 사랑했습니다/우광호 지음/여백/1만2000원
지난해 1월 14일 새벽, 이태석 신부가 말기 암에 꺾여 48세라는 젊은 나이로 선종한 이후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렸다. 이 신부가 아프리카 수단에서 이룬 바를 보여준 다큐멘터리 '울지 마, 톤즈'를 관람한 이들이 특히 그랬다. 이 시각에도 지구촌 어디선가 이 신부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적시는 이가 있을는지 모른다. 그러한 눈물들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눈물에 스민 구성성분이 여느 때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 신부를 생각하며 가슴이 아팠던 사람들은 그 정체를 이심전심으로 안다.
부끄러움. 그 구성성분의 첫 번째다. 누군가 해야 하지만 모두들 하기 싫어하는 일을 대신한 이 신부 앞에서 느끼는 공통 감정이다. 그는 가난한 집안의 10남매 중 아홉째였다. 주변에선 유망한 의사가 되라고 권했지만 결국 그는 신부의 길로 들어섰다. 그것도 모자라 세계에서 최악의 내전 피해지역인 수단 남부 톤즈에 온몸을 던졌다. 그의 행적을 좇다보면 부끄러워진다.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기는커녕 손가락을 갈퀴처럼 벌린 우리 모습이.
부러움. 긴급구호 전문가 한비야 씨조차도 자신이 가본 곳 중 최악이었다는 톤즈. 막 사제서품을 받은 늦깎이 신부가 이곳에서 의사와 교사, 일인삼역을 하며 이루어 낸 일들은 어떤 영화보다 극적이다. 가톨릭계 월간잡지의 편집장인 지은이는 척박한 땅 톤즈에서 이 신부가 펼친 기적같은 현실들을 자세하게 보여준다. 어떤 힘이 그러한 엄청난 일들을 이루게 했는지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그 중심에 항상 이 신부가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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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태석 신부가 아프리카 남부에 위치한 수단 톤즈의 한 마을에서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활짝 웃고 있다. |
안타까움. 이 신부가 말기 대장암으로 임종했을 때 선배 사목들은 "살 만큼 살았고 하는 일도 없는 우리를 데려가시지 왜 젊고 유능하고 할 일이 태산 같다는 그를 불러가십니까"라며 눈물 어린 기도를 올렸다고 지은이는 썼다. 이왕이면 이 신부의 생명이 아니라 몸에 찾아든 몹쓸 병마를 거두어 갔어야 했는데, 하는 안타까움은 인지상정이다. 뒤늦게 암을 발견한 이 신부는 "하느님께서 특별히 나를 사랑하셔서 고통의 은혜를 주시는 것"이라고 했지만 속인들은 그런 결과가 야속할 뿐이다.
그리움. 생전에 이 교수와 친분을 쌓았던 필자의 증언이다. "이 신부가 영적 스승으로 삼았던 돈 보스코 성인은 아이들을 무척 아꼈습니다. 그런데 그의 주위에 모인 아이들은 하나같이 '돈 보스코는 다른 누구보다도 나를 가장 사랑했다'라고 했답니다. 이 신부의 지인들도 이와 비슷한 말들을 해요. '신부님은 나와 함께 있을 때 가장 많이 웃으셨고, 가장 즐서워하셨다'라고 말해요." 이 신부 특유의 환한 미소에 반한 톤즈 아이들은 그를 "쫄리"라 부르며 따랐다. 그랬기에, 눈물을 수치로 알았던 톤즈 아이들은 이 신부의 부음을 듣고는 울음보를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이태석앓이. 이 신부를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지은이의 결언에 잘 나타나 있다. "이 신부의 죽음을 죽음으로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눈물을 흘리고 슬퍼하는 것만으로 이 신부를 제대로 기억할 수 없다. 그를 기억하고, 그를 추모하는 가장 좋은 길은 우리 각자가 행복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이 책은 고 이태석 신부의 평전이자 타인을 위해 불꽃같은 삶을 산 인간 이태석에 대한 기록이다. 지은이는 그가 뿌린 밀알들이 깊디깊은 뿌리를 내리는 걸 보며 나눌수록 커지는 행복 방정식을 함께 풀어가자고 손짓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