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가 청춘에 허락한 공간인 고시원서 생활하며 기록·탐구
- 자기만의 방/정민우 지음/이매진/1만7000원
"집이 어딥니까?"
흔히 던지는 이 질문, 때로는 상대방 마음에 내리꽂히는 화살이다. 단순한 호기심의 발로였거나 한낱 인사치레에 지나지 않았더라도 말이다. 주거 사회학자는 이 질문을 이렇게 해석한다. '지금 당신은 상대방이 살고 있는 곳의 환경, 교육 여건과 계급 조건, 가족 배경 따위를 한방에 알고자 탐색한 겁니다'. 그럭저럭 집칸이나 마련한 중년 가장이라면 이 질문에 여유롭게 대답하겠지만 집답지 않은 공간에 사는 이는 속이 영 불편하기 마련이다.
또 다른 상황을 설정해보자. 한 여인이 "나, 타워팰리스에 살아요", 20대 후반 청년은 "전 고시원에서 지내요"라고 했다. 두 사람의 말을 눈 감고 들었다. 그렇다하더라도 서로 판이한 화자의 행색이 즉각 떠오를 터다. 각각의 말이 은유하는 바와 엄청난 상호 이질감도 재깍 접수된다. 무슨 설명이 필요하랴. 이처럼 대한민국에서 집은 그냥 집이 아니다. 집 이상이다. 가파르게 솟구치는 집값 때문에 절망한 나머지 "태어날 때부터 등에 집을 인 달팽이가 부럽다"는 무주택자들의 푸념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대한민국에서 집이란 무엇일까. 이 책은 그 정체를 한 겹 한 겹 벗겨나간다. '고시원으로 보는 청년 세대와 주거의 사회학'이라는 부제는 그 내용을 잘 함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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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청년이 부산대 인근에 설치된 알림판에 다닥다닥 붙은 원룸 등 각종 주거시설 정보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곽재훈 기자 kwakjh@kookje.co.kr |
지은이 역시 20대 후반~30대 초반인 청년 세대다. 사회학을 공부하는 대학원생이고 아직 자기 집이 없으며 비혼(非婚)이니 자신의 얘기라고 봐도 된다. 현재 시점에서 우리나라의 주거 문제와 방이 가진 사회학에 투과한 정체성을 집 없이 살아가는 청년 세대의 눈으로 들여다봤다. 서울 목동(여기까지는 부티가 나지만) 고급 아파트촌 아래 위치한 반지하방(영락없는 쪽방 청년 세대)에서 집필했다.
내 집을 차지하기 위한 음습한 욕망들이 꿈틀대는 이 사회를 해부하기 위해 선택한 사회학 탐구 공간은 '고시원'이다. 까마득한 자기 집 마련에 대한 낭패와 약자에 불과한 사회 초년병인 청년 세대가 불안과 공포를 안고 쫓기듯 찾아든 좁디좁은 주거지 말이다. 기숙사, 옥탑방, 반지하방, 잠만 자는 방, PC방 따위 조그마한 방들은 고시원의 사촌들이다. 고시원은 이제 더 이상 고시생이 공부하는 곳이 아닌, 일련의 화재사건이 보여주듯 위험과 빈곤의 공간으로 변했다. 여기에서 우리의 청춘 수십만 명이 독립을 꿈꾸고 있다.
책장만 넘기는 사회과학도는 유령일 뿐이다. 해서,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2010년 2월 한 달간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행운고시원에서 지내며 그곳 생활을 기록하며 탐구했다. 그는 그곳에서 발견한 젊은 세대의 모습을 '정상적 생애과정'이라는 사회학 용어를 빌려 설명한다. '출생-교육-(정규직) 취업-결혼-출산·양육-정년퇴직-노후-죽음'으로 이어지는 정상적 생애과정에서 젊은 세대는 이탈해 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에게 금지된 것을 갈망한다. 부모에게서 벗어나 경제적 심리적으로 자립을 이룬 '독립군'이 되기를, 어른이자 시민계급으로 편입돼 경계인 딱지를 떼기를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얻기 위해 온몸을 던지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투사가 되기를.
젊은 세대가 대학 반값 등록금을 얻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이 책은 그들의 언어와 시대상황이 처한 지점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사회학도답게 한국 국민이 가진 집 이데올로기들도 따끔하게 꼬집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