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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중구 중앙동 갤러리 604에서 김호득 작가가 한지와 먹물을 이용한 설치 작품 '흔들림, 문득-사이'로, 공간과 조화를 이루는 동양적 미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부산과 같은 작품으로 동시전을 열고 있는 서울 스페이스 홍지의 설치작품 모습. 갤러리 604 제공 |
'한국화의 이단아', 김호득(61) 작가. 한지와 먹을 이용해 회화로 표현되던 동양화에 '공간'이라는 요소를 집어넣었다. 동양화에서 접하기 어려운 설치작품을 통해 죽어있던 공간을 완벽하게 살려내면서 기존 동양화에 대한 선입견을 깨부수는 작가라는 의미다.
지난 2002년 지역의 한 갤러리에서 작품을 선보인 뒤 오랜만에 다시 부산을 찾은 그는 한국화의 현대적 변용을 꾀하며 작업의 스펙트럼을 한층 넓혀 왔다. 갤러리 604(부산 중구 중앙동)에서 그가 보이는 한국화의 세계는 완벽하게 공간과 일치, 동양적 관조와 성찰의 울림이 고요하게 전해진다.
지하 전시장에 들어서자 은은한 먹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전시장 바닥에 풀장처럼 거대한 수조(가로 7m×세로 5.5m)를 만들어 놓고, 그 안을 먹물로 채웠다. 수조 위로 반쯤 먹물이 든 한지들이 계단식으로 걸려 있었다. 1층의 뚫린 공간이 지하와 연결되면서 한지는 지하에서 1층까지 높다랗게 이어진다. 수조 안 먹물 위로 조용히 물결이 일렁인다. 흔들리는 물결은 흰색의 벽과 천장에 비쳐 마치 공간 전체가 일렁이는 듯하다.
다시 1층으로 올라와 1층의 뻥 뚫린 공간을 통해 지하 수조를 내려다본다. 시골 우물가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 것 마냥, 까마득하다. 기껏해야 7~8㎝밖에 되지 않는 야트막한 수조 속 물이 먹물로 물들면서 그 깊이를 알 수 없다. 자연스럽게 공간 속으로 침잠해 들어가면서, 동시에 공간에서 위로 솟아오른 작품들이 절묘하게 공간과 하나가 됐다. 지하 전시장에 설치된 '흔들림, 문득-사이'라는 작품이다.
김호득 작가는 "먹으로 반쯤 물든 한지는 동양의 음양사상이다. 여기서 '사이'는 시간과 공간을 모두 합한 개념이다. 한지의 간격이나 높이, 직선이나 사선 위치에 따라 수면에 비치는 그림자도 달라진다. 이 모든 것을 전시장에 맞게 치밀하게 계산한 뒤 설치작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1, 2층 전시장에는 '문득 폭포' '문득 서다' 등 이전의 '폭포' 시리즈와 '문득' 시리즈 등이 합쳐진 신작이 공개됐다. 40~50대를 겪는 동안 두 번의 죽을 고비를 넘겼던 작가는 2000년 이후 '문득, 흔들림'이라는 말을 자주 썼다. 그전까지 폭포나 계곡같이 눈으로 보고 화폭에 옮기는 회화 작업이 주였다면, 이때부터 작품과 벽 사이 존재하는 공간을 살린 작업으로 변화를 줬다.
단숨에 내리긋는 붓의 즉흥적 필치로 '폭포'와 '계곡'을 그려낸 '폭포' 시리즈. 바위 등은 생략된 채 오로지 한 줄기 검은 먹물로 그려진 폭포가 땅밑으로 내리꽂힌다. 그는 자연을 그릴 때도 '먹'을 통해 '일필휘지'로 해치워 버렸다. 다음 달 25일까지 전시. (051)245-5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