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4월 18일 국제신문은 당시까지만 해도 부산 공연계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실험에 나섰다. 정례 '브런치콘서트'에 도전한 것이다. '좋은 공연은 무조건 저녁 퇴근시간 이후에만 볼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평일 오전 11시에 공연을 개최함으로써 일상 속에 예술과 문화를 더 가까이 끌어들이려는 시도였다.
바로 '한낮의 유콘서트'다. 매월 셋째 주 화요일에 열린 '한낮의 유콘서트'는 주부층 등 문화향유의 욕구가 높은 관객층에 큰 호응을 얻으면서 순항을 계속해 오는 19일로 5주년(제56회 공연)을 맞는다.
'한낮의 유콘서트'는 5주년을 기념해 특별한 선물을 마련했다. 한국 최고의 발레단인 국립발레단(예술감독 최태지)을 초청해 대작 창작발레 '왕자호동'(연출 국수호, 음악 조석영, 안무 문병남)을 19일 오전 11시부터 1시간20분 동안 부산 서면 롯데호텔 3층 아트홀 무대에 올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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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발레 '왕자호동'에서 고구려 제의무를 연출하고 있는 광경 |
현재 시점에서 '왕자호동'은 한국 관객이 볼 수 있는 최고의 발레 작품 가운데 하나다. '왕자호동'은 국립발레단 최태지 단장이 2009년 11월 이래 꾸준히 무대에 올리면서 "3~4년 안에 세계 무대에 한국을 대표하는 공연으로 키우고 싶다"는 포부를 밝혀온 작품이다. 때는 고구려 대무신왕 시대. 낙랑의 신비한 북 자명고를 둘러싸고 낙랑공주와 고구려의 호동왕자가 그려내는 슬픈 사랑 이야기가 이 작품의 축을 이룬다.
고구려 설화를 배경으로 한다고 해서 단순히 한국적 춤사위와 정서를 변형하거나 가공하는 방식에 기대지 않는 대범함을 이 작품은 밑바탕에 깔고 있다. 웅장하고 신명 넘치는 무대연출의 대가인 국수호 씨가 연출을 맡고, 1988년 초연 당시 남성 주역인 '왕자호동'을 맡았던 현 국립발레단 문병남 부예술감독이 새롭게 안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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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동 왕자와 낙랑
공주의 결혼식에서 축하사절로 온 위구르족이 춤을 추고 있는 모습. 국립발레단 제공 |
말이 나온 김에 밝히면, 1988년 이 작품의 초연 당시 낙랑공주 역을 맡았던 여성 주역이 바로 최태지 단장이다. 그때 연습에 너무 몰두해 최 단장은 갈비뼈가 2개나 부러진 상태에서 그런 사실조차 모른 채 혼신의 힘을 다해 공연에 임해 뜨거운 호응을 끌어냈던 일화는 지금도 발레계에 잘 알려져 있다.
이번 '한낮의 유콘서트' 5주년 기념 부산 공연에 나서는 비운의 주인공 낙랑공주는 누구일까. 바로 김주원이다. 부연설명이 필요 없는 한국 최고의 발레리나다. 게다가 김주원은 부산이 고향이다. 오랜만에 고향 관객 앞에 서서 한국 발레의 최고 솜씨를 펼쳐보이는 것이다. 호동왕자 역은 정영재가 맡았다. 2009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한 정영재는 모스크바 볼쇼이발레아카데미, 영국국립발레단 등에서 춤을 익힌 떠오르는 별이다.
이번 '왕자호동' 공연은 원작보다 분량을 약간 줄인 1시간20분 짜리로 편성했는데, 작품의 알맹이는 다 들어가 있다. 좀체 수준 높은 발레를 보기 힘든 부산 관객에게 놓치기 아까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낙랑공주와 호동왕자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바탕으로 화려하고도 상징성이 풍부한 색감의 무대와 음악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 호동과 낙랑의 아다지오, 결혼피로연을 장식하는 각 부족의 다양한 축하 춤 등 볼거리도 풍성하다. 무엇보다 한국발레를 세계 무대에 내놓기 위한 국립발레단의 야심작이다. R석 3만 원, S석 2만 원. 문의 (051)500-5222, 예매 인터파크 1544-1555 또는 부산은행 전 지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