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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기생뎐 |
언제부턴가 보통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거나 미풍양속을 거스르는 소재와 현실과 동떨어진 설정을 보이는 드라마들을 일컬어 '막장 드라마'라고 부르고 있다. '막장 드라마'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대단히 희박한 사건들을 드라마에서 거침없이 표현해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지만, 지금까지는 없던 새로운 이야기 전개로 높은 시청률을 견인해왔다. 한마디로 텔레비전에 삿대질을 해대고 욕을 하면서도 끝까지 보는 드라마다.
매번 '막장 드라마' 논란의 중심에 서서 만드는 작품마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해온 작가를 꼽으라면 임성한(50) 작가가 빠지지 않는다. 임 작가는 요즘 방송되고 있는 SBS 주말드라마 '신기생뎐'을 통해 또 한 번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기생문화를 재조명하겠다던 애초의 기획의도는 점차 퇴색하고 복잡한 가족관계와 돈많은 남자를 만나 신분이 급상승하는 여성을 그리는 그렇고 그런 뻔한 '신데렐라 스토리'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부용각'은 기생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최고급 기생집이다. 여기에 소속된 기생 '라라'(한혜린 분)는 엄마만 3명이고, 이 중에 친엄마가 누구인지 오리무중이다. 마치 '내 아이가 아니다'라고 적힌 바통을 계속 넘겨듯 드라마는 '라라의 친엄마찾기 놀이'를 지루할 정도로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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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어 아가씨
(왼쪽), 왕꽃선녀님 |
또 다른 기생 '사란'은 극 중에 제시된 이미 죽은 엄마가 친모가 아니라고 하고 그 뒤로 들어온 계모는 딸을 기생집에 보내버리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한다. 남자 주인공은 여자 주인공을 처음 만나자마자 러브호텔로 데려가고, 재벌가 남자와 결혼시키기 위해 계모가 딸을 미행하고, 돈없는 남자와 함께 승마를 타러 갔다는 이유로 딸의 뺨을 때리는 등 탐욕스러운 엄마의 모습이 상상을 초월한다. 이미 기생에 대한 이야기는 사라졌고 고급 요정을 둘러싼 여자들간 복잡한 과거사가 빈 자리를 채웠다.
임성한 작가는 전부터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설정이지만 시청률은 높은 드라마를 연이어 내놓아 왔다. 1998년 5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보고 또 보고'에서는 '겹사돈'을, '온달 왕자들'에서는 아버지가 4명의 여자로부터 얻은 4명의 배다른 형제라는 이야기를 설정했고, '인어 아가씨'에서는 배다른 동생의 애인을 뺏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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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석비빔밥(왼쪽), 아현동 마님 |
'하늘이시여'는 딸을 버린 엄마가 딸을 다시 며느리로 받는다는 어처구니 없는 설정을 담았지만, 높은 시청률 탓에 애초 35회로 예정된 작품이 무려 85회까지 연장됐다. '아현동 마님'은 드라마 전개 중 무려 14분 동안이나 아무런 의미없는 사극쇼를 삽입해 비판을 받았고, '보석비빔밥'에서는 자식들이 언쟁을 벌이다 부모들을 집에서 쫓아냈고, '아내의 유혹'에서는 과거에 죽은 줄 알았던 아내가 얼굴에 점 하나를 찍고 나타나자 아무도 몰라본다는 식의 어처구니 없는 상황까지 펼쳤다.
'막장 드라마' 논란에 대해 한 드라마 작가는 "막장이라는 단어 자체에 비하 의미가 담겨 듣기는 싫지만 기상천외한 설정이나 자극적인 장면을 넣으면 시청률이 바로 오르기 때문에 큰 유혹이 된다"면서 "시청자들이 막장드라마를 외면해줘야 방송국들이 보다 작품성 높은 드라마 제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국의 한 드라마 PD는 "막장 드라마 논란이 불거지면서 자정분위기가 있고 더 좋은 작품을 찾기 위해 최대한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임 작가의 드라마가 대체 어디까지 갈지 그 '막장'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