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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용의 시네 아고라] 양극화 한국 영화계 '방가운' 징후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1-08 21:46:14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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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방가방가' 의 한 장면.
며칠 전 한 일간지 기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백만 관객 돌파를 앞둔 '방가방가'에 대해 어떤 현상적 의미를 읽을 수 있는지를 묻는 전화였다. 영화제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었고, '방가방가'를 DVD를 통해서만 본 탓에 "그다지 생각해 본 문제가 아니"라고 먼저 답변했다. 당황하는 눈치였지만 영화평론가라고 해서 356일 내내 영화산업의 동향이나 흐름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내 답변은 그것으로만 끝난 것은 아니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무척 고무적인 현상"이라는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최근 한국영화는 양극화 현상이 첨예해지면서 큰 제작 규모의 영화와 작은 제작 규모 영화의 차이가 뚜렷해졌다. 그러다 보니 수백만 관객 돌파를 목표로 삼는 영화들과 수십만 관객을 목표로 삼는 영화로 재편된 지 꽤 오래됐다. 후자를 독립영화, 저예산영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오늘날 한국에서 제작되는 상당수의 영화가 후자에 속한다. 10억 원 미만으로 제작되는 이 영화들은 백만 관객 동원을 목표로 오늘도 야심차게 제작되고 있다. 여기에는 이백만 관객을 돌파했던 '워낭소리'의 영향력이 지대하다는 것을 감안할 일이다.

이제는 극영화든, 다큐멘터리든 백만을 넘는 한국영화들이 가능해졌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고, 이를 염두에 둔 다양한 한국영화들이 제작되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와 영화 관객 수를 고려할 때 백만에서 삼백만 사이에서 적당한 손익 분기점을 찾는 다양한 영화들이 존재한다. 물론, 이러한 구조 속에서는 스태프들의 처우 개선이나 한국영화 제작 시스템의 질적 향상을 적극적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규모에 대한 고려는 무척 중요하다.

김태용 감독은 '가족의 탄생'을 제작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백만 돌파를 목표로 삼는다고 설득했다. 2006년도의 일인데, 당시에도 이미 양극화 현상이 진행되고 있었다. 아쉽게도 감독의 소망은 실현되지 못했다. 그러나 한국의 감독으로서 충분히 백만이라는 숫자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었던 셈이다. 그로부터 4년이 흘러 양극화 현상은 이제 일반적인 현상이 되었다.

그렇다면, 올해의 흥행작은 무엇이었을까. 상반기 흥행작은 장훈 감독의 '의형제'다. 이 작품은 오백만 명을 훌쩍 넘겼다. 하반기는 '아저씨'다. 이 작품은 현재 62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올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흥미로운 것은 '의형제'나 '아저씨' 모두 스타급 연기자가 등장하는 영화임에는 분명하지만 대규모로 제작된 영화는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천만 관객 돌파'의 영화가 없었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소견은 오백만, 육백만 정도가 흥행대박 영화의 관객 수로는 가장 합리적인 것이 아닐까 싶다. 오히려 또 다른 천만의 돌파보다는 오백만, 육백만 관객을 염두에 두고 제작 규모를 현실화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방가방가'의 경우 순제작비가 10억 원이 되지 않지만 이야기의 재미를 통해 백만 명을 넘겼다. 이러한 영화들이 는다면 기존의 멀티플렉스 극장을 말 그대로 다양하게 채울 영화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류승완 감독의 신작인 '부당거래'가 작품적인 재미로 흥행 붐을 타고 있다. 그것은 준수한 이야기가 만들어지면 관객들이 따라붙는다는 당연한 사실을 어느 정도 반영하는 것처럼 보인다. '부당거래'에서 보인 류승완 감독의 연출력은 이전 작품들보다 능숙하게 보일 뿐만 아니라 그가 관심을 두는 액션의 세계와 세상의 부조리함을 자신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관객들은 이 영화를 보면서 쾌감을 얻는다. 그것은 장르 영화를 통한 현실 사회의 비판인 동시에 어느새 중견 감독인 된 연출가에 대한 신뢰와 지지를 표하는 것이다.

건강한 영화산업은 이러한 상식과 신뢰 위에 쌓일 때 제작, 배급, 관객 모두에게 합리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갈 수가 있다. 우리가 영화제작이라는 모험을 감행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상식의 바탕 위에서이다. 그 어느 때보다 한국영화를 위한 합리적인 분위기와 인식이 필요한 시기다.

영화평론가·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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