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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7~28일 공연된 부산시립무용단의 정기공연작 '허허바다-갈매기의 비상'의
한 장면. 부산시립무용단 제공 |
부산시립무용단은 지난 27~28일 국립부산국악원 연악당(대극장)에서 제61회 정기공연 '허허바다-갈매기의 비상'(안무 및 구성 홍기태·객원안무 임현미)을 올렸다. 이 공연의 의미를 거론하려면 지난해 11월 13일 열린 제61회 정기공연 '유랑'(안무 홍기태)을 함께 놓고 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정기공연 '유랑'은 대중성이라는 측면에서 거의 절정을 친 작품이었다. 현장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공연장에 오지 않은 것을 정말 후회했다" "가족이 함께 보기에 이만한 공연이 드물 것"이라는 반응을 접했던 기억이 있다. 우리 춤과 우리 가락을 전면에 배치하고 단원들의 높은 전통춤 기량을 최대한 표현한 점이 돋보였다. 전문가들은 예술적 메시지가 약하다고 비판했지만, 시립무용단의 엄연한 주요 고객인 가족 단위 관람객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그런데 '허허바다…'에서 시립무용단은 거의 정반대로 방향을 선회했다. 작품은 묵직함을 넘어 무겁게 느껴졌고 메시지 또한 대중적이지 않았다. '한계에 갇힌 인간이 아니라 자유의지로 삶과 세상을 개척해 나가는 과정을 갈매기로 치환하여 형상화했다.' 이 작품의 연출의도는 이렇다. 연출의도가 이렇고 그 춤을 추는 이들이 시립무용단이라면 작품은 으레 선명·단순한 기승전결 구조 속에 '결국 난관을 이기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갈매기의 형상화' 정도로 예상하기 쉬운데, 이 작품은 그런 대중의 기대에서 탈주해버렸다.
갈매기의 고뇌와 무서운 세파에 이어 '허허바다…'의 분수령이 되는 객원춤꾼 안선화의 독무가 끝난 뒤 작품은 밝은 쪽으로 전환될 것 같았지만 무대는 다시 어둡고 절실해진다. 이렇게 되면 관객은 슬슬 불편해진다. 하지만 이 작품의 방향은 분명했다.
세상 고뇌라는 게 그렇게 쉽게 해결되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어려운 한 고비 넘었다고 해서 바로 내일의 태양이 맑고 밝게 뜨는 게 아니라, 곧바로 그보다 더 큰 파도가 또 덮쳐오는 넌더리나는 상황이 삶의 진실에 더 가깝다는 것을 춤은 보여준다. 이 작품은 주제를 이렇게 풀어내는데 예술적 승부를 던진 것이다. 이러니 많은 일반 관객은 객석에서 편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런 작품은 끝난 뒤에도 계속 생각나는 묵직한 인상을 남기는 경우가 많다. 그것을 예술적 환기력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후반부의 단선적인 구성 등 몇 가지 약점도 노출한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정해진 메시지를 강력하게 표현하는 뚝심과 실험을 보여줬다.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이렇듯 '유랑'과 '허허바다…'라는 전혀 다른 작품을 기획하는 시립무용단의 태도에는 '배포'라는 말이 어울리겠고 그 다양한 춤들을 감당해내는 시립무용단의 면모를 '저력'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란 점이다.
부산시립무용단 5대 안무자 홍민애 씨는 현대무용가 남정호 정귀인 교수를 객원안무로 위촉해 각각 1990년과 1992년 공연한 바 있다. 이번 작품은 홍기태 수석안무자가 객원안무가인 현대춤꾼 임현미 씨와 함께 공동작업을 한 점에서 앞선 사례들과는 다소 다르다. 임 씨가 투입한 7명으로 현대춤꾼들은 작품 속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흐름을 주도하면서 한국춤 중심의 시립무용단 작품에 새로운 색채를 입혔다. 한국춤과 현대춤의 만남이라는 이례적인 합작에 긍정적 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