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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서면 BB씨어터에서 상설공연 중인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의 한 장면. |
공연 직전 극장 관계자가 나와 "갖고 계신 휴대전화…"까지 말했을 때만 해도 당연히 전화기 전원을 꺼달라는 이야기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뜻밖에 그 관계자는 "휴대전화 전원을 켜주세요"라고 말했다. 잠깐 어리둥절. 그가 말을 이었다. "전화 오면 편하게 받으시고, 음료수도 자유롭게 드시고, 사진 촬영도 마음놓고 하세요." 젊은 층의 말투를 빌리면 "이게 뭥미?"(이게 뭐지?)였다.
지난 18일 부산 서면 비보이전용극장 BB씨어터(옛 은아극장)에서 상설공연 중인 그 유명한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비사발')의 현장이었다. 비보이 청년들과 발레리나 소녀들의 만남과 사랑을 강렬한 비보이 춤으로 풀어내 유명해진 이 공연은 그 열기에 걸맞게 다른 공연장에서는 금기사항으로 돼 있는 전화, 음료수, 사진촬영 등을 가능케 해 관객들에게 '자유'라는 뜻밖의 선물을 줬다.
'비사발'에서 뜻밖의 선물을 받은 이들이 또 있다. 부산에서 건강기능성식품을 만드는 기업 엔존비앤에프를 운영하는 김영진 대표(46)와 오영이(44) 씨 부부의 작은 아들 민규(16) 군은 행동틱과 언어틱을 동반한 3급 지적장애인이다. 민규의 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부부는 애써왔다. 처음에는 의사소통과 일상생활에 난관이 많은 민규를 병원으로 데리고 다니며 약물치료를 주로 했다. 경과는 좋지 못했다. "하루에 스무 시간 동안 잠만 자는 증세도 있었고, 급속히 살이 쪄 심한 비만체형이 됐고, 약 탓에 간 수치는 수치대로 올라갔다"고 오영이 씨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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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규(오른쪽) 군과 아빠 김영진 씨. |
부부는 작은 가능성도 놓치지 않기 위해 영화나 연극을 보기도 했지만, 행동틱 언어틱이 심하고 이해력이 좋지 못한 민규에겐 무리였다. 그러던 중 '비사발'이 눈에 띄었다. "민규는 운동을 좋아하고 또 많이 해야 하거든요. 역동적인 비보이 공연을 민규와 함께 보면 어떨까 했던 거죠." 오 씨는 "그렇게 해서 지난 설 연휴 비사발'을 처음 본 뒤 민규는 완전히 달라졌다"고 회상했다.
이야기가 단순한 '비사발'을 민규는 빨아들이듯 받아들였고, 비보이 형들의 '초컬릿 복근'을 떠올리며 '나도 비보이가 되고 싶어요' '비보이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하고 물어왔다. 지적장애가 있는 아이가 호기심과 의욕과 활기를 띤 것부터 큰 진전이다. 민규는 '비보이가 되겠다'는 목표 아래 지금도 1주일에 두 번 헬스클럽에 나가고 운동도 열심히 한다. 살은 빠져 건강체형이 됐고 행동틱과 언어틱도 무척 좋아져 "이전엔 식당엘 가도 따로 방을 잡아야 했을 만큼 틱장애가 심했는데 지금은 일상생활에 별 문제가 없다." '비사발'이 민규에게 준 선물이고 변화다.
김 대표는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 및 가족들과 이런 변화를 나누고 싶었다. 지난달 중순 그는 '비사발' 티켓 1000장을 사 지적장애인 및 동반자들에게 무료로 기부하고 있다. BB씨어터 황근생 대표는 "김 대표의 기부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2500만 원 어치이고 지금까지 100명 정도의 지적장애인 및 가족이 관람했다. 경기도 강원도에서도 문의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비사발'을 보는 다양한 시선이 있겠지만, 민규와 같은 지적장애인 가족에게 '비사발'은 굉장한 예술작품일 것이다. 또 이 예술작품은 이 가족을 움직여 더 많은 사람과 문화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 문화와 나눔이 만났을 때 그 힘은 셌다. 1588-64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