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같은 불황기가 계속 이어지면 사람들은 어떤 책을 읽을까. 아니, 책을 읽기는 할까. 살기가 이렇게 힘든데 책읽기는 호사로 치부될 수도 있겠다. 경기가 좋지 않으면 제일 먼저 줄어드는 게 '문화비용'이라고 하는데 어떤 책을 읽을지 관심을 가지는 건 딸깍발이 서생의 관심사로 비칠만하다.
그렇긴해도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가는데 책 한 권이 멘토가 될 수 있다는 건 부정하기 어렵다. 어쩌면, 주말을 맞아 들로 산으로 나가는 '자연과의 친화 시간'을 줄이거나 매일이다시피 술시 이후 곤드레만드레가 됐던 과거를 더이상 반복하기가 어려워지는 등의 이유로 뭔가 새로운 일을 해야 하게 됐을 때 책읽기가 한 가지 대안이 될 수 있을 터이다. 이럴 경우 어떤 책을 읽는 게 좋겠는가 하는 고민이 대두한다.
먼저, 다양한 위기를 넘기는 '처세술류' 책이 눈길을 끌지 않을까 생각해 볼 수 있다. 해서, 전국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집계를 살펴보았다(12월 4일 저녁 현재). 먼저, 부산의 동보서적. 자타가 인정하는 대한민국의 입담가인 황석영 씨가 쓴 자전 성장소설 '개밥바라기 별'이 맨 앞자리를 차지했다. 그 다음은 지성파 대중가수인 타블로가 펴낸 영문소설 '당신의 조각들', 3위가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인 주제 사라마구(Jose Saramago)의 '눈 먼 자들의 도시'다. 인간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는 작품이다. 4위는 신경숙 씨의 여덟 번째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 2007~2008년 '창작과비평'에 연재돼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5위는 '심리학 초콜릿'인데 당당하게 서기를 원하는 20대 여성들을 위한 지침서라고 할 수 있다.
영광도서의 베스트셀러 집계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아름다운 마무리'-'개밥바라기별'-'시크릿'-'오바마 이야기'-'흐르는 강물처럼' 순이다. 1위인 '아름다운 마무리'는 법정 스님의 산문집이며, '시크릿'은 2007년 번역 발간된 후 꾸준하게 인기를 얻고 있어 그 비결이 비밀스러울 정도라는 평을 받고 있는 처세술류 서적. '흐르는 강물처럼'은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파울로 코엘료의 대표적 작품이다.
교보문고는 어떨까. '눈먼 자들의 도시'-'신·1'-'엄마를 부탁해'-'흐르는 강물처럼'-'개밥바라기별'로 이어지고 있다. 영풍문고는 이랬다. '개밥바라기별'-'당신의 조각들'-'눈먼 자들의 도시'-'흐르는 강물처럼'-'오바마 이야기'.
여러 대형 서점들의 베스트셀러 행렬에서 눈여겨 볼만한 책 중 하나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이다. 엄마를 잃어버렸다는 충격적인 서두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가장 힘들고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울 때 내뱉게 되는 단어, 바로 '어머니'로 독자의 가슴을 후려쳤다(앞으로 잔인하게 힘겨울 때 '어머니'를 떠올려 보자).
우리가 또 한 번 떠올려 볼 단어는 '아버지'다.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철학가, 경제학자인 파스칼 브뤼크네르는 신작 소설 '남편이 작아졌다'를 통해 자꾸만 위축되는 이 시대의 남편이자 아버지의 모습을 우화적으로 표현했지만, 설사 그런들 어떤가. 원래 아버지란 존재는 우리 모두에게 영험한 존재다. 어머니와 더불어 우리를 낳아준 분이기 때문에 그들은 우리의 말과 고통을 안다. 요즘 같은 때 어머니 아버지 생각을 하면서 책 한 권 읽어내는 것, 해볼만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