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기에 책과의 만남은 그 어린이의 인격 형성에 크나 큰 역할을 한다. 특히 문자를 익히기 전후 4~6세 어린이들에게 어떤 책을 주느냐에 따라 그 이후 독서에 흥미를 갖느냐 아니냐를 결정짓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몸과 마음의 발달이 눈에 띄게 빠르고, 모든 사물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하다. 이런 시기에 부모가 잠자리에서 동화를 읽어주는 것을 아이들은 평생 기억하게 된다. 엄마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달리 힘 있고, 굵은 아빠의 목소리는 아이에게 색다른 책 경험을 주게 된다. 호랑이가 나오는 전래 동화나 도깨비가 나오는 그림책을 아빠의 목소리로 나직이 들려준다면 아이가 얼마나 즐거워할까.
부모가 자녀에게 책을 읽어주는 일은 집중력을 키워 독서력을 높이려는 목적보다 더 숭고한 뜻을 담고 있다. 그것은 곧 사랑의 행위이다. 책을 읽어준다는 것은 자녀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고 자녀와 공감의 장을 만드는 일이다.
미국 헐리우드 영화를 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는데, 어린이가 주인공이거나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영화에서는 어린이가 침대에서 잠들기 전에 책을 읽어주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심지어 여자 어린이를 유괴한 범인 중 한 명이 여자 어린이한테 책을 읽어주는 경우도 보았다. 미국 가정의 책 읽어주는 풍습이 이렇게 영화에 반영된 것인지 모르지만 미국인들은 자녀들에게 어릴 때부터 책 읽어주는 것이 습관화 되어 있다고 한다. 책 읽어주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정서적으로도 안정이 되어 어긋나고 삐뚤어진 문제아로 자라는 아이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방과 후 아이들이 학교 도서실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도서 도우미 어머니가 읽어 주는 재미난 옛이야기를 듣는 아이들 모습을 자주 본다. 아이들은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서 침을 꼴딱꼴딱 삼켜 가며 듣고 있다. 책을 열심히 읽어 주느라 열이 올라 붉어진 어머니 얼굴에서 열정이 느껴진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요즘 젊은 어머니들을 중심으로 자녀들에게 동화를 읽어주는 활동을 하는 모임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초등학교나 마을 공부방을 중심으로 어머니들이 독서 모임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책 읽어 주는 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 학교에서 하는 각종 독서행사나 학예회 때 어머니들이 인형극을 하며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는 모습에 아이들이 너무 신나해 하는 표정을 보고 책 읽어 주는 운동이 더 많이 확산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책 읽어 주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 하나의 풍습으로, 좋은 옛날 이야기나 창작 동화를 읽어주는 일이 자연스런 생활 문화로 자리 잡으면 우리 아이들에게 이보다 더 신나는 세상이 또 있겠는가.
동화작가·금곡초등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