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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송현기자의 피플@컬처] 내년 1월 임기 끝내는 부산민예총 강영환 회장

"부드럽고 창조적인 예술인 단체 인식 성과"

'민족예술' '시민속의 예술' 정신 펼치려 시민들에 낮게 다가갔죠

안정적 조직운영… "이웃 사랑 마음으로 회장직 충실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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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민예총 강영환 회장이 지난 26일 부산진구 부전동 부산민예총 사무실에서 지난 5년간의 회장직 수행에 대한 소회를 밝히며 시집을 펼쳐 보이고 있다. 김동하 기자 dhkim@kookje.co.kr
부산지역 진보 예술인들의 단체인 부산민족예술인총연합 강영환(55) 회장이 내년 1월 총회를 끝으로 회장직에서 물러난다. 지난 2001년 5월 창립준비위원장을 맡아 같은 해 10월 24일 부산민예총을 출범시키면서 초대 회장에 선출된 강 회장은 지금까지 3회 연임하며 부산민예총의 기틀을 다졌다. 지난 26일 부산진구 부전동1동 부산민예총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소회를 들었다.

부산민예총 사무실은 자동차부속품가계와 노래방, 횟집, 구멍가게가 뒤엉켜 있는 좁은 골목 삼거리 허름한 4층 건물의 맨 위층에 세들어 있다. 약속 시간 10분 전 사무실 입구 계단을 올라가려는 순간, 저만치 자동차부속품 골목에서 강 회장이 걸어오며 반갑게 웃었다. 시인인 그는 언제나 이웃 아저씨처럼 편안함을 느끼게 해준다. 그의 시 세계가 전하는 '이웃 사랑'처럼.


사무실에 올라가 직원들과 인사를 건넨 후 잠시 숨고르기를 하며 '티백' 녹차를 마셨다. 오랜 산행생활에도 불구하고 하얗고 맑은 그의 얼굴은 이날 따라 유난히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부산민예총 회장직이라는 무거운 짐에서 벗어나게 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부산민예총은 현재 차기 회장 추천위원회가 가동하고 있고, 이사회를 거쳐 내년 1월 하순께 총회에서 새 회장을 선출할 예정인데, 강 회장은 총회 개회를 주재하는 것으로 회장직을 마무리한다고 설명했다. 소회를 물었다.

"홀가분함과 고마움이 교차합니다. 그동안 믿고 따라와 준 후배들과 회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이들의 고마움을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부산민예총은 5년이라는 짧은 기간 기틀을 다지고 시민 속에 뿌리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즉, 지역사회에서 대안없는 비판세력이 아니라 창조적인 문화단체로 자리매김되고 있는 것이다. 강 회장이 보는 부산민예총의 모습은 어떤지가 궁금했다. "부산시민사회가 부산민예총을 인식하게 됐고, 그것도 편안하게 생각한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이 부분이 제1기 민예총의 가장 큰 성과인데, 회장으로서 보람을 느낍니다."

그는 말을 이었다. "창립 초기엔 '민예총'을 '민주노총'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과격한 데모를 하는 단체가 아닐까 하고 우려하는 모습들이었죠. 심지어 공무원이나 관변 단체 인사들은 회장인 절 만나기조차 꺼려하더군요. 이것은 '민'자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인데, 이를 해소했다는 걸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초 이 같은 점을 우려해 과격한 발언이나 행동을 삼가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심는데 주력했다고 강 회장은 설명했다.

'민족'이란 말은 한때 투쟁의 상징이기도 했고 심지어 '빨갱이'이란 의미로 매도되기도 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한다면 부산민예총을 부드럽고 창조적인 예술인 단체로 시민 속에 인식시킨 데는 강 회장의 특유의 원만한 인품과 지도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강 회장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부산민예총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2대 정신은 '민족예술'과 '시민 속의 예술'입니다. 민족예술가들은 대부분 과거 민주화 자유화에 기여한 인물들이죠. 그렇다고 이들이 과거 투쟁 경력을 내세워 '내가 내다'는 식으로 일관한다면 결코 시민에게 다가갈 수 없는 건 자명하지 않겠습니까. 2대 정신을 모두 담아내기 위해선 부산민예총은 낮고, 부드러워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강 회장은 민주화, 지구촌 시대를 맞아 '민족'의 개념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민족의 개념은 앞으로 보다 넓고 포괄적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외국에 사는 해외이주민뿐 아니라 해외에서 들어온 새터민과 외국인가정까지도 아울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부산민예총이 희망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일본 중국 러시아 지역 동포 어린이들을 초청해 운영하는 '희망학교'와 일본 내 민족학교 교류방문 및 이들 지역에 '희망과 통일의 솟대 세우기' 등의 사업은 바로 이 같은 포괄적인 민족 개념에 바탕한 것이다.

부산민예총은 다양한 '거리문화제'를 통해 '시민 속의 예술'을 추구해 왔다. 특히 금정산생명문화축전은 부산민예총의 대표적인 문화행사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이도 역시 민족예술운동의 변주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민족운동은 과거처럼 반독재 투쟁이나 자유화 투쟁이 아니라 생명운동으로 승화돼야 합니다. 예술은 그 시대의 가장 큰 고민을 드러내야 한다고 볼 때, 생명운동은 이 시대 많은 예술가들의 주제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금정산생명문화축전은 이런 맥락에서 기획되고 진행되고 있습니다."

부산민예총의 이 같은 대외적인 성과와 위상은 조직의 안정 없이는 불가능했다. 현재 부산민예총은 다양한 장르를 통합해 탄탄하고 강력한 조직을 자랑하고 있다. 그 밑바탕은 중층적인 회의구조이다. 회장 1인이나 이사회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구조가 아니라 사안별 장르별 집행위원회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은 바로 강 회장의 민주적 리더십,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색깔과 기질이 다른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을 한데 결집시킨 강 회장의 리더십에 대한 주변의 목소리를 전하며 "조직 관리 연구를 언제 했느냐"고 농반진반으로 물어보았다. 이에 대해 그는 "혼자 산행을 하다보면 사람이 그리워지게 된다"며 "내 시의 주제가 '이웃 사랑' 아니냐, 그런 마음으로 조직 구성원을 대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동구 수정도 산복도로의 서민들의 삶을 그린 '산복도로' 연작을 비롯, 10권이 넘는 강 시인의 시집 시편들에 일관되게 흐르는 주제는 '이웃 사랑'이다. 그는 못나고 힘 없는 이웃들에 항상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 그는 회장이란 힘과 지위를 통해서가 아니라 시인의 따뜻한 가슴을 동료 예술인들에게 열어보인 것이 저도 모르게 조직의 밑거름이 된 것 같다고 말한다.

"창립을 위해 각 장르 대표자와 회원들을 찾아 다닐 때도 그랬습니다. 예술가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더니 모두들 동참해주더군요." 이렇게 말한 그는 "젊은 사람들과 매일 술 마시는 일은 힘에 부쳤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이런 그도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사람 사이의 갈등을 해소하는 일'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그 과정에서 그는 회장의 직위보다 시간의 힘을 빌렸다. 성급한 수술보다는 자연치유 쪽을 택했고, 이는 대부분 효과가 좋았고 부작용이 적었다고 강 회장은 회상했다. 그는 차기 회장에 대한 바람으로 "부산민예총의 모토처럼 '함께 가는 예술인'(민예총 기관지의 이름이기도 함)이 되기 위해서는 이제 운동만으로는 부족하다"며 "회원들의 예술적 역량을 높이는데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지리산시집 제2권과 세 번째 시조집을 준비 중이라는 강 회장은 "봉사하는 마음과 기쁜 마음으로 부산민예총 일에 충실했지만, 한편으로 시를 쓰지 못해 시인이란 이름에 부끄럽고 괴로움을 느낀 적도 많았다"며 "이제 본업인 시인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돼 놓여난 새처럼 날아갈듯 홀가분하고 기쁘다"고 말했다.



# 강영환 회장 약력

▲1951년 경남 산청 출생 ▲7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79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 ▲시집 '칼잠' '북창을 열고' '이웃 속으로' '뒷강물' '푸른 짝사랑에 들다' '집을 버리다', 지리산 시집 '불무장등', 시조집 '南海' 등 ▲'열린시' 주간, 부산디지털시인회의 초대 회장 ▲부산민족예술인총연합 창립준비위원장 ▲부산민예총 초대, 2대 회장 ▲시청자주권협의회 공동대표 ▲지방분권운동 부산본부 공동대표 ▲제26회 이주홍문학상 수상(2006) ▲현 부산민예총 3대 회장, 부산컴퓨터과학고 교사, (사)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이사, 한국민예총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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