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송현기자의 피플@컬처] 부산 한울림합창단 차재근 대표

내년 가을 부산서 국내 첫 '윤이상 칸타타' 공연 기획

" 藝術救國 "… 민족음악 탐구 큰 장 연다

변훈 작곡가 작품부터 항일음악가 한형석 음악회 등 개최

"윤이상 선생 탄생 90주년에 고향무대 올린다는 것 큰의미"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내년 가을 부산에서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고 윤이상의 칸타타 '나의 땅, 나의 민족이여'가 국내 처음으로 울려퍼진다. 부산시의회가 최근 열린 정례회에서 시의 문화예술 일반회계 부문 '윤이상 칸타타 공연' 예산을 통과시킴으로써 부산시와 부산문화회관 그리고 한울림합창단이 공동 추진해온 '윤이상 탄생 90주년 기념 칸타타 공연'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 칸타타는 윤이상의 음악이 집대성된 작품으로 우리 민족의 아픈 현실과 남북화해, 자주통일의 염원을 담은 대서사시이다. 특히 이 작품은 내년 윤이상 탄생 90주년을 맞아 평양 공연도 추진되고 있는데, 이는 최근 경색된 남북이 윤이상의 염원을 매개로 소통을 재개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같은 역사적인 공연의 기획과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인물은 한울림합창단 차재근(50) 대표이다. 지난 20일 부산 동구 수정동 한울림합창단 사무실에서 차 대표를 만나 윤이상 칸타타 공연에 관해 대화를 나누었다.

합창단 연습실을 겸한 사무실은 때마침 연습이 없는 시간이라 휑하다는 느낌이 드는가 싶었는데, 출입문 맞은 편 벽에 현판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藝術救國'. 세로로 목각된 이 현판은 힘차면서도 회화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차 대표와 인사를 하자마자 이 현판에 대해 물었다. "이건 우리 합창단의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말을 이었다. "항일독립운동가 한형석 선생의 글을 그의 아들인 한종수 씨가 새겨 지난해 10월 우리 합창단에게 기증한 것입니다." 그의 말에는 뿌듯함과 자랑스러움이 배어 있었다. 한울림합창단은 지난해 광복 60주년 기념이자 민족음악가 탐구 작업의 하나로 한형석 선생의 음악과 삶을 조명하는 음악회 '대륙에 묻힌 이름-항일독립운동음악가 먼구름 한형석'을 가졌는데, 이에 선생의 아들인 종수 씨가 고마움의 표시로 이를 선물했다는 것이다.

윤이상의 칸타타 '나의 땅, 나의 민족이여' 공연 계획에 대해 묻자 차 대표는 '한울림합창단의 민족음악 탐구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지난 2003년 작곡가 변훈의 작품을 시작으로 2004년 '다시 부르는 겨레의 노래'에 이어 지난해엔 '항일독립운동음악가 한형석의 음악세계' 음악회를 가졌고 올해엔 이를 중국 옌벤에서 공연했습니다. 윤이상 선생의 칸타타는 이 같은 민족음악 탐구라는 우리 합창단의 장기계획의 하나일 뿐 아니라 부산시와 국내 음악계의 선생 탄생 90주년 추모 음악회로서도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그는 "특히 선생은 초기음악을 대부분 부산에서 활동할 때 작곡해 음악적으로는 부산이 고향"이라며 "따라서 '부산을 빛낸 인물'로도 윤이상을 선정한 부산시가 탄생 90주년을 맞아 조명하는 것은 매우 뜻 깊고 적절하다"며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여준 시에 감사를 전했다.

칸타타 '나의 땅, 나의 민족이여' 공연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지를 묻자 그는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며 설명을 이었다. "이 칸타타는 윤이상 음악을 집대성한 대곡인데 아직 한국에서는 한 번도 공연되지 못했습니다. 내용적으로는 남북화해의 염원을 담고 있고, 특히 선생은 이 작품이 남한에서 초연되기를 희망했습니다. 그런 만큼 선생의 탄생 90주년에 음악적 고향인 부산 무대에 올린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이 칸타타는 윤이상의 전성기인 1983년 작곡되었으며, 86년 북한의 조선국립교향악단과 합창단(지휘 김병화)에 의해 딱 한번 연주되었고, 동·서양에서 널리 사랑받는 칸타타 '카르미나 브라나'를 훨씬 뛰어넘는 대서사곡이라고 차 대표는 루이제 린저(윤이상의 전기 '용의 귀환'의 저자)를 인용해 설명했다.

기자는 인터뷰 도중 갑자기 이 칸타타의 선율이 궁금해 "지금 들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하나뿐이 없는 CD라 집에 보관하고 있다"는 대답에 아쉬웠지만 설명을 듣는 것으로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기마민족의 기상을 상기시킬 정도로 매우 역동적이었어요. 처음 들을 때 온 몸에 소름이 돋더군요. 가사 내용은 우리 민족의 역사와 현실 미래를 그리고 있는데, 민족화해와 통일을 염원하고 있어요." 이 작품은 역사 현실1 현실2 미래 등 4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백기완 문익환 고은 양성우 박봉우 박두진 김남주 문병란 그리고 경련스님의 시를 가사로 삼았다.

차 대표가 이 작품을 듣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2004년 가을 윤이상평화재단 발기인 소식지에 수록된 윤이상 작품 리스트에서 이 칸타타를 처음 접했다. 그리고 독일의 출판사를 다 뒤졌으나 이 작품의 악보를 발견할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윤이상평화재단을 통해 북한의 조선국립교향악단이 초연 실황 음반이 소수 남아 있다는 정보를 듣고 어렵사리 구한 것이다.

"조선국립교향악단과 합창단이 연주한 음반을 들어보니 엄청난 대곡이자 난곡이어서 우리가 과연 제대로 연주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감도 엄습하더군요. 그러나 부산시립교향악단과 시립합창단의 기량이 뛰어난데다 윤이상의 음악을 많이 지휘한 거장들이 있어 잘 해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 칸타타를 지휘할 지휘자는 이 작품을 초연한 김병화, 독일 하노버슈타츠오퍼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 겸 음악감독인 구자범 씨와 재일 조선인 신분으로 일본열도를 휘어잡은 김홍재 씨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고 차 대표가 귀뜸했다.

윤이상의 칸타타 공연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기자는 차 대표가 음악을 전공하지 않았으면서도 해박한 지식과 철학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언제 음악에, 특히 민족음악(우리의 것을 주체적으로 담아낸 작품)에 관심을 가졌느냐는 물음에 그는 "고1 때 변훈의 '떠나가는 배' '명태'를 듣고 기존 찬송가풍의 가곡과는 다른 문화충격을 느끼고, 대학 때 변훈 선생을 직접 찾아가 뵌 이후부터"라고 대답했다. 그는 변훈 선생의 가곡에 매료된 나머지 대학 3년 때인 지난 1980년 서울 동부이천동 한강빌라맨선 선생의 자택을 찾아갔다. 외교관으로서 외국생활에서 돌아온 지 얼마되지 않은 선생은 경영학과 대학생의 느닺없는 방문을 반갑게 맞아줬고, 비주류 작곡가로서의 허허로운 속내를 소탈하게 드러내보였다. 이들 두 사람은 얼마되지 않아 '양부양자' 결연을 했다. 선생은 작곡을 마친 작품을 발표하기 전에 꼭 차 대표를 오게 해 부르게 하곤 했다. 차 대표는 당시 통기타가 위세를 떨치던 시대에 '변훈, 그리고 음악과 시의 만남'이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서울 7개 대학을 돌며 공연해 큰 호응을 받았다.

"원산이 고향인 선생은 항상 우리 현대사의 아픔을 가슴에 안고 이를 작품으로 토해내곤 했어요. 하루는 '한강'이란 작품을 쓸 때 남한강과 북한강 수계를 함께 답사한 자리에서 '이 화천댐의 물고기는 남북을 자유롭게 오가는데 나는 왜 못가나' 하시면서 눈물을 흘리던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부진 체구에 선량한 동안의 모습인 차 대표는 보기와는 달리 매우 파란만장한 삶의 이력을 가졌다. 경영학과를 전공하면서 음악에 심취했다는 것 외에, 강제징집 등으로 2개 대학을 거치며 11년 만에 대학을 졸업했는가 하면 출판사, 문화예술기획, 호텔관리, 외제차 딜러 등을 전전했다는 데서 짐작할 수 있다. 한울림합창단의 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이 지난해 문광부로부터 우수사례에 선정되면서 한울림합창단은 부산에서 민간단체로는 유일하게 전문예술단체 승인을 받았다. 차 대표는 부산문화예술교육협의회 회장에 선출돼 더욱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앞으로 삶의 방향을 묻자 그는 한형석 선생의 글 '藝術救國'이 새겨진 현판을 다시 한번 보며 말했다. "문화와 예술을 통해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일할 것입니다."


# 차재근 대표 약력

▲1956년 경기도 용인 출생 ▲도서출판 '이랑' 대표 역임 ▲공연기획 '예바라지' 대표 역임 ▲메르세데스벤츠 울산딜러 CEO 역임 ▲현 전문예술단체 한울림합창단 대표 ▲현 (사)부산문화예술교육협의회 회장 ▲현 문화관광부 '2007대한민국 문화의 달 행사' 추진위원 ▲현 문화관광부 문화바우처사업 주관사업자 ▲2005~2007문화관광부 사회문화예술교육시범사업 주관사업자 ▲2006~2007문화관광부 학교문화예술교육시범사업(부산) 운영위원

# 藝術救國 - 예술구국 : 예술로써 나라를 구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2. 2한달간 부산은 축제도시…‘페스티벌 시월’ 시작
  3. 3“부캉이 왜 쫓아내나”vs“먹이활동 안 해 폐사 우려”
  4. 4센텀2 분수령 풍산 부지보상 본격화…1조 관측
  5. 5‘부산검찰청’ 떼고 ‘공소청’ 간판
  6. 6HJ중공업 7900TEU급 ‘가닛’ 명명식…중대형 컨선 14척 인도
  7. 7센텀2 배후지 ‘트리븐 센텀’ 뜬다
  8. 8김해공항과 ‘50년 동행’ 부산은행…영업점 단독 응찰
  9. 9[근교산&그너머] <1480> 창원 무학산 둘레길 2코스
  10. 10전재수 전 보좌진 4명 ‘증거인멸’ 유죄(종합)
  1. 1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2. 2軍·유엔사 “군사분계선 이남 지뢰매설, 北 정전협정 위반”(종합)
  3. 3국정원 “우크라가 北포로 송환 비공개 먼저 요청”(종합)
  4. 4‘김종서함’ 울산 진수식 찾은 이재명 대통령 “자주국방이 주권”
  5. 5靑 정책실장에 하준경 수석, 지방시대위원장에 박정현
  6. 6이 대통령 "전작권 환수로 자주국방 마침표"
  7. 7李대통령 지지율 직전과 같은 43%…민주 35%·국힘 25%
  8. 8여야 “軍, 북한에 강력 대응” 촉구
  9. 9李 "중수청장 후보자 친윤 주장은 허위, "맛집 찾아갔더니 부실" 받아친 추미애(종합 2보)
  10. 10이 대통령 "김지용 후보자, 검사 출신 이유로 배제하면 중수청 망쳐"
  1. 1한달간 부산은 축제도시…‘페스티벌 시월’ 시작
  2. 2“부캉이 왜 쫓아내나”vs“먹이활동 안 해 폐사 우려”
  3. 3센텀2 분수령 풍산 부지보상 본격화…1조 관측
  4. 4HJ중공업 7900TEU급 ‘가닛’ 명명식…중대형 컨선 14척 인도
  5. 5센텀2 배후지 ‘트리븐 센텀’ 뜬다
  6. 6김해공항과 ‘50년 동행’ 부산은행…영업점 단독 응찰
  7. 7“부캉이 테마공원 만들자”…동구는 조형물 설치 검토
  8. 8해운 대기업 부산 이전 효과 내려면…“산업 생태계 구축돼야”
  9. 9부산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 25% 첫 돌파…2050년엔 43%
  10. 10삼영이엔씨, 회생계획 인가…3자배정 100억 유증
  1. 1‘부산검찰청’ 떼고 ‘공소청’ 간판
  2. 2전재수 전 보좌진 4명 ‘증거인멸’ 유죄(종합)
  3. 3부산예술대학교 내년 2월 폐교…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재정난 원인
  4. 4朴시정 선거악재 우려 ‘생곡 용역’ 중단…백지화 소문 키워
  5. 5“110억 투입 부산 의료버스, 플랫폼업체에 예산 1/3 지급”
  6. 6[한 손 뉴스] 푸바오의 쌍둥이 동생들, 올 연말 중국으로 떠난다(종합)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일
  8. 8바리케이드 걷힌 소녀상…2년여 만에 시민 품으로(종합)
  9. 94년 방치 창원 짚트랙, 새 체험시설 만든다
  10. 10창녕 2세 아들 숨지게 한 父 징역 17년
  1. 1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2. 2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3. 3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4. 4중원 황인범·투톱 변화…승리 축포 쏠까
  5. 5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속사권총 우승…한국 25번째 金
  6. 6역시 안세영…AG 2번째 ‘금빛포효’(종합)
  7. 79회 4실점 진땀…롯데, 키움에 가까스로 승리
  8. 8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중국에 역전승 거두고 결승 진출
  9. 9공격에 쏟아붓다가 골문 열린 모레노호
  10. 10고성군, 통영시 거제시와 손잡고 2029년 도민체전 공동개최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日 70년史부터 ‘올나잇’ 상영회까지…애니 세계로 초대
미리보는 제31회 BIFF
연상호 ‘실낙원’ 홍상수 ‘눈 둘 데가 없네’ 등 한자리에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인간 빈자리 차지한 반려 로봇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 얼마나 알고 있나요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자현-꾸지 않는 꿈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30일 (음 8월 20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