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대학교가 최근 엄청 큰 일을 해냈다. 조선 초기 세종의 교지로 문종 때에 가서야 펴낸 '고려사'를 국역해 9권으로 펴낸(도서출판 민족문화) 것이다. 국가가 나서 해야 할 일을 소위 지방대학이, 그것도 인문학의 위기가 운위되는 시기에 그 많은 분량을 완역한 것이다.
'고려사' 목판본 완질을 가진 동아대가 이보다 앞서 1960년부터 '고려사' 역주사업을 시작, 1965년 7월 10일 '역주 고려사' 11책을 국역해 완간한 적이 있다. 북한에서도 1964년 6월 10일 사회과학원 주관으로 번역본을 간행, 현재까지 이 두 가지 번역본이 학계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 두 번역본은 지나친 한문투의 번역과 과도한 의역으로 인해 사실상 학계나 일반인으로부터 크게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에 동아대가 국보급 희귀본인 '고려사'를 현재의 문체에 맞게, 그리고 가능한 쉽게 풀어 한글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 간행한 것이다.
이 책에서 또 하나 특이한 것은 각주를 달아 '고려사'와 관련, 지금까지 나온 논문과 저서 등 학문적인 모든 성과를 집대성했다. 이러한 점에서 원본 '고려사'가 고려 후기 부문을 왜곡했다고 지적한 논문도 모두 실어 가능한 고려 역사를 객관적 시각으로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책을 국역한 동아대 석당학술원 '고려사 역주사업단' 책임자 중 한 명인 김성언(국문과) 교수는 "따라서 이 국역본을 펼치는 독자들은 무엇보다 고려 시대의 거시적, 미시적 모습들을 상세히 알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학에 종사하는 학자들이 펼쳐온 고민과 사유의 층위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사 역주사업단'은 "이번에 국역 간행된 '고려사'라는 무대를 통해 어느 소설보다 박진감 있게 한 시대를 흥미 있게 입체적으로 읽을 수 있다"고 발간의 변을 밝혔다. 즉 드라마 '대장금' '불멸의 이순신'이나 영화 '왕의 남자'에 못지 않게 이 역사서에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수록돼 있다는 것이다. 또 이전까지 번역의 난해성 때문에 거의 외면돼 온 표문, 상소문, 대책, 조서 등을 이 책에서는 가능한 한 원문의 맛과 멋을 살려 살아 있는 글로 옮겼다.
지난 11월 20일자로 발행된 이 '고려사'는 열전 부분이다. 도서출판 민족문화는 내년 6월까지 세가(世家) 12권, 지(志) 8권, 색인 2권 등 21권을 추가 발행하기 위해 역주사업단으로부터 원고를 받아 작업 중이다. 따라서 오는 6월이면 목판본 원본이 30권으로 완간된다. 이를 계기로 동아대 측은 원본 '고려사'에 대해 정부에 문화재 신청을 해놓은 상태이다.
국내에는 동아대가 소장한 '고려사' 외에 2질이 더 있으며, 북한에도 1질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 동아대 소장본이 가장 완본이며 좋은 본으로 평가받고 있다.
'고려사'는 '삼국사기'나 '조선왕조실록'과 마찬가지로 고려시대의 역사를 집대성한 대표적 정사(正史)로 고려 시대의 정치, 문화, 외교 등 제반 사항을 이해하는데 있어 가장 필요한 사료이다. '고려사'는 기전체 역사서로 조선이 건국한 뒤 앞 왕조인 고려사 정리를 위해 김종서, 정인지 등이 주도해 1454년 10월에 인쇄, 반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