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학사 기술에 있어 갖추어야 할 요건은 '학설'과 그것이 실려있는 '문헌(논문)'이지만, 여기에 '학자'라는 걸 덧붙여야 합니다. 다시말해 학자의 연구 태도와 그 배경까지 밝혀 종합적 관점에서 학문의 맥락을 잡아야 하는 것이지요."
지금도 왕성하게 연구활동을 하고 있는 부산의 원로 국어학자 박태권(82·사진) 부산대 명예교수의 지적이다. 박 교수의 이 말에 대해 동아대 하치근 교수는 "종래의 국어학사 연구의 기술 태도는 문헌이나 학설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했으나, 학자들의 생애와 연보를 추적해 그들의 생활 환경을 중심으로 인간상을 부각한 새로운 시도"라고 해석했다.
박 교수가 최근 이러한 종합적인 시각으로 우리나라 국어학사 연구서인 '국어학사 연구'(세종출판사·2만 원)를 펴냈다. 이 책은 1976년에 펴낸 '국어학사 논고'를 뿌리로 삼아 말 그대로 깁고 더한 것이다.
이 책의 큰 특징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한 학자의 주장을 연구함에 있어, 그 학자의 생활배경은 물론 인간성까지 포괄적으로 함께 검토해야 된다는 지적 외에, 국어학사는 국어 변천사와 뚜렷이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한 점이다. 박 교수는 학설의 연구사인 국어학사는 언어의 변천을 기술하는 국어 변천사인 국어사와 다른 분야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국어학사의 연구 범위를 확정, 진정한 국어학사의 연구가 어떠한 것인가를 보여 주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박 교수는 이 책을 통해 훈민정음 제정 후 대한제국 말까지 우리나라 대표적인 국어학자로 손꼽혔던 최세진, 신경준, 황윤석, 유희와 현대 국어학의 기초를 닦은 주시경 선생을 대상으로 그들의 언어학적 업적과 어학사적 위치를 밝혀내고 그들의 학문적 맥락을 체계화 했다. 최세진 연구를 학문의 정점으로 삼고 있는 박 교수는 이 책의 1부에서 최세진의 학문적인 위치를 정립하고 있다. 최세진의 학자로서의 면모 뿐만 아니라, 실용 언어학자이자 훌륭한 국어학자였다는 실증을 통해 국어학사상 한 시기를 그어 그의 학문적 업적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박 교수는 한글학회 회장을 지낸 허웅 선생이 유난히 아꼈던 제자 중의 한 사람. 이런 인연으로 허웅 선생은 생전에 박 교수가 책을 펴낼 때 마다 머리말을 써주기도 했다.
국어학계에서는 이 책은 과거의 국어학 연구의 경향을 돌아보고 현재에 대한 반성과 앞으로 연구할 방향이나 새로운 연구방법을 찾는데 큰 도움을 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