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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송현기자의 피플@컬처] `성의 철학적 탐구` 배학수 교수

범람하는 性의 시대 `진정한 삶 찾기`

본래적 성은 나와 타인에게 먼저 진지해지는 것

가벼운 성 담론 뛰어넘어 삶의 본질 꿰뚫어봐야

일반인들 읽기 쉬운 철학사 펴내는 작업 진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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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대 철학과 배학수 교수가 지난 16일 경성대 인문관 앞에서 하이데거 철학의 연장선상에서 '진정한 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곽재훈 기자 kwakjh@kookje.co.kr
바야흐로 성 담론의 시대이다. 영화, TV드라마, 소설, 게임, 모든 곳에 성(性)이 있다. 동서고금을 통해 성은 인간 삶과 담론의 중요한 주제였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절정을 구가하고 있는 요즘처럼 거리낌없었던 적은 일찍이 없었던 것 같다. 이들 사랑과 성에 관한 무성한 얘기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대부분 표피적·말초적이고 깊이가 없다. 이런 현상은 부지불식간에 사람들로 하여금 성의 진실에 대한 탐색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서울대에서 열린 '2006 한국철학자연합대회'에서 성의 본질을 탐구한 논문이 발표되어 관심을 끌었다. 독일의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1889~1976)의 철학을 성 문제로 확장한 경성대 철학과 배학수 교수의 '성의 본질:성의 본래성과 비본래성'은 작금의 성 문화를 조명하는 철학적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평가된다.

지난 16일 경성대 인문관 교수연구실에서 배 교수를 만났다. '존재와 시간'(1927)에서 죽음(유한성)의 자각에 바탕한 진정한 삶의 태도를 제시한 하이데거의 철학을 성 문제와 연결시킨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배 교수의 논문은 성(성 생활·sexual life)이 삶의 중요한 요소인 만큼 진정한 삶의 태도가 진정한 성을 위한 태도임을 연역하려는 것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하이데거 철학의 '본래성' 개념을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본래성에 대한 탐구는 철학사의 주요 주제였습니다. 본래성(本來性·Eigentlickeit·Authenticity)이란 용어는 단독으로 쓰이기보다는 인간의 삶과 연결되어 사용되는 말입니다. 이를테면 '삶의 본래성'이라든가 '본래적 삶'으로 말입니다. 이때 이 단어는 '진정한' 혹은 '진실의'란 의미와 같습니다. 따라서 본래성이란 개념은 어떠한 것이 진정한 삶이냐 하는 것입니다."

배 교수는 하이데거의 본래성 개념, 즉 '진정한 삶'으로 말을 이었다. "하이데거는 죽음을 통한 유한성에 대한 자각을 진정한 삶의 전제라고 주장했습니다. 삶의 유한성을 깨닫는 순간 인간은 자신에게 한층 진지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에게 진지하고 집중하지 않는다면 결코 진정한 삶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배 교수의 설명은 '철학자란 뭔가 다르구나' 할 정도로 논리적이었다. 말과 글을 모두 쉽게 푼다는 것은 여느 학자들에게서 볼 수 없는 그만의 미덕이었다.

죽음에 대한 자각은 또 하나의 중요한 깨달음을 가져다 줍니다. 그것은 바로 타인에 대한 진지성입니다. 만약 인간이 영원히 산다면 자신의 인생을 건설하는 데 타인의 경험이나 업적 같은 도움이 필요없을 것입니다. 인생이 유한하다는 것을 인식하기 때문에 자신의 생을 사는 데 있어 타인의 도움이 절실함을 깨닫게 되고 자연히 그들의 삶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마침내 하이데거가 말하는 본래성, 즉 본래적 삶이나 진정한 삶이란 무엇인지가 드러났다. 진정한 삶이란 인간의 유한성을 자각하고 자신과 타인에 대해 진지한 자세로 인생을 창조하는 것이다. 이와 반대 개념인 비본래성, 비본래적인 삶은 분주한 일상에 파묻혀 삶 전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전락)과 유한성을 자각하지 못하거나 회피하는 것(망각)이라고 배 교수는 설명했다.

이제 삶의 본래성 개념을 성 문제에 적용할 차례이다. 배 교수는 칸트와 하이데거 철학을 전공했다. 하고 많은 철학적 주제를 놓고 어떻게 이쪽(성)에 관심을 가졌느냐고 먼저 물어보았다.

"철학이란 '자기와 세계에 대한 바른 생각과 실천'입니다. 철학의 소재나 주제에는 제한이 없지요. 작금의 세계는 성 문화가 넘치는 시대이기 때문에 이를 철학적으로 조명해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진지한 삶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하이데거 전공자로서 이 철학을 확장하고자 하는 의욕에서 탐구를 시작했습니다."

본래성의 개념을 성 문제에 적용하면 '어떤 것이 진정한 성이냐, 혹은 무엇이 좋은 성이냐'가 된다. 하이데거의 '진정한 삶'에 대한 정의를 성에 곧바로 연결시키면 결론은 이렇게 된다. 즉, 진정한 성은 자신에게 진지하고, 타인에게도 진지한 태도가 전제되어야 한다. 배 교수의 설명을 더 들었다.

"성은 인간의 중요한 활동 중 하나이며 다른 활동들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진정한 성은 진정한 인생과 직접적인 관련을 가집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진정한 삶이란 인생의 유한성을 깨닫고 자신과 타인에게 진지한 자세를 유지하며, 자유롭게 삶을 창조해나가는 것입니다. 진정한 성은 특정한 성 개념을 절대화하지 않으면서 자신과 타인의 생활 전체 속에서 성의 자리를 탐색하는 자세입니다."

진정한 삶을 진정한 성으로 연결하면서 '특정한 성 개념을 절대화하지 않는다'는 것은 불쑥 나온 말 같다고 따지듯 물었다.

배 교수는 수긍한다며 고개를 끄덕이며 "전통적으로 성의 개념은 생식, 유희(쾌락주의), 대화(사랑) 자기인정 등 4가지로 논의되어 왔습니다. 만약 이 가운데 어느 특정한 개념이 진정한 성이라고 한다면 성에 대한 더 이상의 논의가 필요없겠지요. 그러나 이 중 특정 개념이 진리라는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또 자신의 삶에 대해 진지해지면 타인의 삶의 스타일도 존중하는 게 당연하기 때문에 진정한 성을 논의할 때 특정한 성의 개념을 절대화하지 않아야 한다는 게 연역되는 것입니다."

이제야 진정한 성에 대한 윤곽이 그려졌다. 하지만 진지한 성의 조건 중 하나인 '타인에 대한 진지한 자세'에서 타인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그는 "파트너를 포함한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자신과 파트너 주변을 어느 정도로 정할 것인지 하는 것은 더 연구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어느덧 연구실 밖은 어두워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대학을 나와 인근 찻집으로 들어가 얘기를 더 나누었다. 그는 "요즘 학생들을 보면 지나치게 성 문제에 시간을 많이 낭비한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이들이 자신과 상대방의 전체 인생 속에서 성의 자리를 인식하는 데 나의 연구가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 교수의 논문들은 여느 철학 논문과 달리 내면에서 표출된 수필처럼 쉬운 언어와 문장들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는 특별한 의도와 노력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이에 대해 "철학자의 본연의 임무인 '자기와 세계에 대한 바른 생각'을 일반인들에게 전하기 위해선 읽기 쉬운 글로 써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일반인들이 철학을 어렵게 생각하는 것은 철학책이 모두 어렵기 때문"이라며 "읽기 쉬운 '철학사' 저술 작업을 곧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배학수 교수 약력

▲1959년 경북 의성 출생 ▲서울대 철학과 학사, 석사, 박사 과정 졸업, 박사논문 '전통적 존재론의 한 해체 작업으로서의 하이데거의 칸트 해석'(1992) ▲경성대 교수 임용(1986년) ▲미국 컬럼비아대 방문연구(1994) ▲미국 캘리포니아대(샌디에이고) 방문연구(2002년) ▲논문 '성의 본질:성의 본래성과 비본래성'(2006) '귀향의 노래:하이데거의 시 철학'(2005) '아시아 가치와 정서'(2005) '동작 속의 진리:하이데거와 무용'(2002) 등.




# 하이데거 철학과 무용평론의 접목

- 동작을 통한 삶의 진실 표출
- 무용은 또 다른 진실의 자각


배학수 교수는 무용평론을 쓰고 있다. 벌써 6년째다. 이 같은 독특한 이력의 바탕은 역시 그의 전공인 하이데거 철학에 있다. 무용평론 역시 무용의 본질 규명과 함께 하이데거 철학(예술론)의 확장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02년 '동작 속의 진리-하이데거와 무용'이란 논문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예술 창작은 삶의 진실의 표출이며, 예술 감상은 진실의 자각이다. 또 하이데거는 예술의 본질을 작품 속에 세계(Welt)와 대지(Erde)를 세우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여기서 세계는 사물을 존재하게 만드는 세상의 모든 것이며, 인간의 세계이다. 예술 작품에서 세계의 건립은 작품의 사물 속에 세계를 응축하는 것이다.

대지는 조각품의 돌, 무용의 동작, 음악의 소리, 문학에서의 문장처럼 작품을 구성하는 질료를 말한다. 대지의 설립은 세계 건립의 한 과정이다. 하이데거가 말하는 대지의 설립은 질료 자체의 부각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하여 주변 사물의 진정한 모습이 드러난다는 데에 초점이 있다.

사물의 진정한 모습은 인간에 대한 사물의 가치, 사물의 의미이다. 예술작품은 세계를 건립함으로써 사물의 의미를 드러낸다. 결국 하이데거가 말하는 예술은 '진리의 구성'이다. 진리 구성은 창작에서는 진리의 응축이며, 감상에서는 진리의 용해이다. 이런 점에서 하이데거의 예술론은 진리구성설로 불린다. 이 예술론에 따르면, 삶의 진실한 세계가 작품 속에 구성되어 있으면 훌륭한 작품이고 그렇지 않으면 좋은 작품이 아니다. 이를 무용에 적용하면, 무용 작품은 동작을 통하여 사물의 진리와 함께 삶의 진실을 표출해야 한다. 동작이 사물의 진실을 드러내지 못한다면 무용 예술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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