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비롯, 미국과 필리핀 등지에서 흔한 수술로 자리잡은 포경수술. 상당수 사람들이 위생상의 이유로 혹은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으로 이 수술을 받고 있지만 과연 그럴까.
최근에 나온 각종 연구들은 의학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반대론자들은 “인권침해이며 성기훼손에 불과하다”는 주장까지 내놓는다. 그런데도 미국 등지에서는 여전히 신생아에 대한 포경수술이 이뤄지는 게 현실이다.
미 캘리포니아 의료연구소 최고경영자인 데이비드 골래허는 할례, 포경수술, 성기훼손(변기찬 이정 옮김·문화디자인·1만3000원)이란 책을 통해 “포경수술은 과학에 의해 뒷받침되지 못하며 단순히 신화와 환상, 문화에 의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주장을 편다.
책은 질병 예방 등을 표방하는 ‘현대적 포경수술’이 어떻게 시작됐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그 이전 포경수술 혹은 할례(割禮)의 역사를 광범위하게 추적하고 있다.
우선 저자는 포경수술을 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대비했을 때 어떤 이익이 있는지와 관련해 아직까지 검증된 내용은 전혀 없다고 단언한다.
그는 1999년에 나온 미국소아과학회 특별위원회 보고서를 인용, “현재 신생아 포경수술의 잠재적 이점을 지지하는 증거들이 일부 있기는 하지만 그러한 자료들이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신생아 포경수술을 추천할 정도는 아니다”고 말한다.
저자는 포경수술의 전 단계인 할례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이것이 처음에는 종교의식에서 시작됐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잘못된 신화와 문화 등에 힘입어 서서히 대중적인 외과수술의 하나로 자리잡게 됐다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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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는 포경수술은 의학적 근거가 없는데도 신화와 환상, 문화 등에 힘입어 필수적인 외과수술로 자리잡았다
고 말한다. 사진은 1491년 성프란체스코교회의 할례의식 장면을 담은 루카 시뇨렐리의 그림. |
포경수술의 원형인 할례는 고대 이집트의 무자비한 사원의식에서 시작됐다.
이는 신의 선민임을 드러내기 위한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의식을 통해 보존돼 왔다. 그들 민족의 성전인 ‘구약성서’에는 포경수술에 대한 언급이 곳곳에 나온다.
이들 문화권에서 포경수술이란 곧 신이 선택한 사람들임을 뜻한다. 예수 또한 이런 전통에 의해 생후 8일째 되는 날에 포경수술을 했다.
고대 이집트인들에게 할례는 곧 성인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통과의례였다. 성인 단계에 접어든 청년이 할례를 받는 장면은 그림으로도 전해져 온다.
19세기말에 이르러 할례는 새로운 옷을 입고 크게 확산되기에 이르는데 이는 할례가 매독과 간질을 예방하고 중풍을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한 의사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발작과 고열, 신경과민증을 치료하는 방편으로도 시술됐다.
이러한 주장을 편 의사들은 주로 미국인이어서 세계 어느 나라보다 미국에서 할례의 신화가 일반화된 계기가 됐다고 저자는 말한다.
미국과 함께 할례가 성행한 곳은 바로 아프리카다. 이곳에서는 반인권적 전통이라는 비판 속에서 여성 할례마저 흔하게 이뤄지고 있다.
저자는 “세계 어느 곳보다 에이즈가 만연한 이곳에선 할례를 통해 에이즈를 예방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지만 아직까지 이에 대한 규명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 박재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