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대 ‘성인발달연구소’는 1918년 이후 하버드 졸업생(268명), 보스턴 빈민(456명), 천재 여성(90명)의 유년기부터 노년에 이르는 삶을 심층 비교 분석했다. 80년 이상 계속된 연구 결과, 성공적인 노화를 예견할 수 있는 다양한 지표들이 발견됐다.
행복한 유년기를 보낸 사람은 중년기가 되었을때 정신 질환을 앓는 경우가 극히 적었으며 조기 사망이나 만성적인 질환을 가진 사례도 거의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성장한 후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부모의 사회적 지위나 계급보다는 진정한 사랑과 보살핌이었다.
건강한 노화를 좌우할 것으로 여겨졌던 조상의 수명이나 콜레스테롤 수치, 스트레스, 유년기의 성격, 사회적 유대관계 등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50세 이전에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았다고 해서 80세에 건강하리란 보장도 없었고, 50세 이전에 스트레스로 인한 육체적 질병 역시 75세 이후의 건강과 상관이 없었다.
종교적 신념이나 새로운 생각에 대한 열린 태도, 편견없는 정치적 관점 등도 성공적인 노화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특이한 것은 흡연의 경우 45세 이전에 담배를 끊었다면 20년 동안 하루 한 갑 정도 담배를 피우더라도 70세나 80세까지 심각한 장애를 일으키지 않았다.
성인발달연구소 조지 베일런트 소장은 일종의 ‘노화 지침서’인 10년 일찍 늙는 법 10년 늦게 늙는 법(나무와숲·옮김·1만5000원)을 통해 젊음의 유지, 성숙한 방어기제, 규칙적인 운동, 알맞은 체중, 안정적인 결혼생활 등 건강한 노화와 관련된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건강한 노화를 위해 제시하는 7가지 조건 중에는 태도, 육체적인 건강, 자기계발의 요소 등이 포함된다. 50대 이전에 흡연이나 알코올 중독 경험이 있는가, 알맞은 체중을 유지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했는가는 70대 이후 노년의 신체 건강을 결정하는 중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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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는 80년간의 긴 추적조사를 통해 성공적인 노화를 예견하는 다양한 지표들을 소개한다. 사진은 노철학자들
의 왕성한 정신활동을 묘사한 램브란트의 1628년 그림 토론하는 두 철학자들. |
하지만 신체 요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숙한 방어기제’이다. 즉 소소하게 불쾌한 상황에 부딪치더라도 심각한 상황으로 몰고가지 않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노화는 정신적·육체적 쇠퇴의 과정이라기보다는 계속해서 성장해가는 과정”이라면서 나이가 들었다고해서 창조성이 줄어드는 것도, 뇌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건강한 80세 노인의 뇌는, 물론 시간은 좀더 걸리겠지만 젊은이들의 뇌가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성공적인 노화’란 단지 육체적 건강뿐 아니라 정서적·사회적으로 성숙한 인간이 되는 것”이라고 정의, “육체적 건강과 함께 자기 정체성 확립, 사회적 친밀감의 교환, 직업적인 성공 등이 어우러질 때 성숙한 노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설문 응답과 5년마다 이어진 인터뷰를 중심으로 진행된 결과를 담은 이 책은 등장하는 여러 사람의 인생 변화를 자세히 엿보는 르포문학의 성격도 갖고 있어 부담없이 읽힌다. / 박재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