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개인들이 집단행동에 가담하면서 비합리적이고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사례가 역사 속에서 수없이 되풀이된다. 한 나라 전체가, 심지어는 한 대륙 전체가 광적인 분위기에 휩쓸려 충동적인 행동을 했던 일도 적지 않다. 이른바 ‘군중의 광기’이다.
런던의 저널리스트 찰스 맥케이가 1841년에 출간한 대중의 미망과 광기(이윤섭 옮김·창해·2만3000원)는 무지와 탐욕이 빚어낸 유럽사의 비극인 ‘집단광기’를 다룬 고전이다.
1717~1720년 프랑스를 발칵 뒤집은 존 로의 미시시피 계획은 대박을 향한 집단광기가 빚어낸 한바탕 코미디였다. 사건은 스코틀랜드 출신의 금융가 존 로가 통화부족으로 허덕이는 프랑스 정부에 지폐발행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은행이 발행한 지폐는 대중의 신뢰를 받았고 현물보다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에 고무된 존은 프랑스 식민지인 미시시피강 유역의 무역독점권을 갖는 회사를 설립하자고 제안했다. 이때부터 투기심리가 프랑스 국민들을 사로잡았다. 30만 건이 넘는 투자신청서가 날아들었고 몇 시간만에 미시시피 주식은 급등했으며 졸부가 속출했다. 사람들은 한몫잡기 위해 파리로 몰려들어 인구가 30만여명이나 늘었고 사치품이 길거리를 메웠다.
그러나 기대심리는 오래 가지않았다. 미시시피 주가가 오를수록 지폐 발행은 늘어갔고 그만큼 거품 붕괴 위험은 높아졌다. 주가에 대한 불신은 주가를 떨어뜨렸고 지폐를 금화나 은화로 바꾸려는 사람이 폭증했다. 파리 시민들은 은행으로 몰려들었고 압사자가 속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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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는 무지와 탐욕이 빚어내는 집단광기를 통해 유럽사를 되짚어보고 있다. 사진은 집단광기의 대표적 예인
십자군전쟁을 다룬 들라클루아의 그림 십자군의 콘스탄티노플 입성(위)과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 현상을 빚댄 앙투안 보렐 작 튤립을 보여주는 정원사. |
결국 살해 위협에 시달리던 존이 프랑스를 떠나고 특별법 제정, 부패관리 처벌 등 일대 소동을 겪고나서야 ‘미시시피 광풍’은 잠잠해졌다.
주식이 돈된다는 소문에 빚내서 투자에 나섰다가 쪽박찬 사람과 높은 수익률을 미끼로 투자자를 끌어모아 돈만 빼돌리는 사기 회사 등 현대사회의 일그러진 모습들이 자본주의 맹아가 꿈틀대던 당시 유럽에서도 발견됐다니 씁쓸하다.
마녀사냥도 대중광기의 대표적 예다. 1488년 교황 인노켄티우스 8세는 칙령을 통해 유럽인 모두가 사탄의 위협을 받는 지상의 교회를 구하는데 나서라고 촉구했다. 교회는 마녀 색출을 담당하는 심문관을 임명하고 그들에게 기소·처형의 권한을 줬다.
심문관들은 ‘친한 악령이 있는가’ ‘사탄과 성관계를 맺었는가’ 등 터무니없는 질문을 하고 고문을 통해 자백을 강요했다.
마녀로 ‘판명’되면 신속히 사형이 집행됐다. 제네바에서는 1515~1516년 500여명의 개신교도가 마녀라는 명목으로 처형됐고 코모에서는 1524년 한해동안 10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유럽 전역을 광기로 몰아넣은 마녀사냥은 두 세기가 지나서야 사라지기 시작했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는 희귀한 꽃 튤립의 인기가 크게 높아지면서 이를 투자 대상으로 삼는 ‘튤립 투기꾼’들로 넘쳐났다. 황소 한마리가 120 플로린 하던 시절에 40뿌리의 튤립이 무려 10만 플로린에 이르렀을 정도다.
책은 이 밖에도 돌을 금으로 만들기 위해 일생을 바쳤던 연금술사 이야기와 수십만명의 젊은이를 전장으로 몰아넣었던 십자군 전쟁 등 유럽사의 굵직한 사건부터 살인을 합법화한 결투관습, 유물수집 열풍, 그리고 우드스톡 왕궁을 차지하기 위해 왕당파가 꾸민 유령 소동 같은 에피소드까지 두루 소개하고 있다.
저자의 결론은 분명하다. “집단광기는 대중의 몽매와 엘리트의 거짓말이 빚은 합작품이다.”
/ 박재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