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한 귀족의 아들로 태어나 인류의 양심을 대변하는 세계적인 문호가 된 후 시골 간이역에서 폐렴으로 외롭게 생을 마감한 톨스토이. 그는 위대한 사상가들과 정신적으로 교류하며 평생을 책과 함께하는 삶을 살았다.
인생이란 무엇인가(동서문화사·4만9800원·특별한정판매정가 2만9800원)는 톨스토이가 마지막으로 남긴 저서로 그의 정신세계를 온전히 맛볼 수 있게 해주는 역작이다.
인생에 대한 절박한 고뇌를 거쳐 체득한 사상을 현실에서 구현하고자 노력한 그의 인생관과 사상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톨스토이는 특정계급이 향유하는 고급문화 속의 소설쓰기에 회의를 느꼈으며 ‘보통 사람들의 삶에 실제 지침이 될 수 있는 정신적 안내서가 필요하다’고 책의 방향을 적어놓았다.
그가 이 책을 쓰기 시작한 것은 1886년부터이며 민중교화가 목적이었다.
그 다음해에는 ‘나날의 생각’이라는 제목으로 철학자와 성현들의 명언과 잠언을 담은 일력(日曆)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이 책의 바탕이 됐다.
자신의 인생관과 사상이 담긴 하루 하루의 일기에서 시작해 동서고금의 사상 철학 과학 예술 등에 대한 인용문을 덧붙인 뒤 자신의 생각으로 마무리하는 형식을 띠고 있다.
인용문에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공자 부처 등의 철학적 명언을 비롯해 인도와 중국의 속담 탈무드 아랍의 전설 등이 망라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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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톨스토이는 마지막 저서 인생이란 무엇인가에서 자신의 인생관과 사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사진은 일리야 레핀이 그린 톨스토이 초상화. |
톨스토이의 단상 중 ‘우리는 이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을 지나가고 있다’, ‘삶은 육체가 서서히 스러지고 정신생활이 서서히 풍요로워지는 과정이다’ 등이 눈길을 잡는다.
‘음식물이 우리의 생활에 없어서는 안되는 조건인 것처럼 결혼 또한 인류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조건이다. 그리고 음식물의 남용이 개인의 건강을 해치듯 결혼의 남용도 개인과 인류에게 큰 해악을 낳는다’라는, 일반인도 금세 미소를 지을 만한 이야기가 다양하게 실려 있다.
또 매주 끝의 ‘이레째 읽을거리’에는 톨스토이가 직접 쓴 단편을 비롯해 빅토르 위고, 도스토예프스키, 파스칼, 체호프 등의 글에서 발췌했거나 소박한 언어로 개작한 52편의 단편을 실었다.
이 책을 늘 자신의 곁에 두고 반복해 읽던 그는 죽음을 앞두고 딸에게 10월 28일 부분을 읽어달라고 했다.
“고뇌는 활동에 대한 박차(拍車)의 역할을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활동 속에서 생명을 느낀다.” 어쩌면 그는 이미 육체의 죽음을 넘어 영원히 사는 법을 깨달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총 1220쪽으로 구성된 이 책은 러시아 문학 전공자이자 주 러시아대사관 총영사를 지낸 채수동씨와 한국문학 전공자인 고산씨가 1993년부터 10년간 번역작업 끝에 국내 처음으로 러시아어판 완역본을 내놓게됐다. / 박재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