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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염은 권력과지혜의 상징으
로 여겨졌으나
오늘날에는 거
의 사라지고
있다. 사진은긴 수염을 길
렀던 프리드리히 엥겔스. |
혁명의 상징이던 피델 카스트로의 수염 이야기를 필두로 오늘날 사라져가는 수염을 추적하면서 시작되는 털의 문화기행은 외모에 대한 인간의 집착을 슬쩍 꼬집는 것으로 그 포문을 연다.
털북숭이 좌파와 말끔히 면도한 우파가 표방한 정치 이데올로기의 수염에서부터 수염과의 전쟁을 선포한 러시아의 표트르 황제, 염소수염을 붙였던 이집트의 여성 파라오, 배척당한 히틀러의 수염과 대조적으로 관광상품이 된 유럽 제왕들의 위풍당당한 수염.
다시 고대 희랍으로 거슬러 올라가 성자와 악마의 수염 이야기까지 저자들은 권력과 지혜의 상징이었던 수염이 길러지거나 거세됐던 긴 자취들을 추적한다.
기원전 300년께 처음 문을 연 이발소나 옛 유럽의 희한한 목욕문화와 함께 소개되는 체모 면도의 역사, 긴 인조 속눈썹으로 자신을 치장했던 게이들의 문화, 음탕한 빨간 머리 신화의 중심에 있는 스코틀랜드의 전설적 요부인 메리 스튜어트, 예술작품 속에 보이는 금발 또는 빨간 머리에 대한 찬양 혹은 저주의 역사 또한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외과의사의 시조가 목욕탕 ‘때밀이’였으며 켈트족 전사들은 콧수염과 머리카락만 빼고 전신을 면도해 ‘매끈’한 몸을 유지했다는 기이한 사실과 면도의 역사가 2만여년 전부터 시작됐다는 것 모두가 놀라운 털의 문화사 속에서 밝혀지는 이야기들이다. 또한 고대로부터 남성의 머리카락이 강인한 힘을 상징했다면 여성의 머리카락은 언제나 아름다운 유혹이었으며 길게 늘어뜨린 생머리를 성욕의 물꼬를 간질이는 위험요소로 규정한 남자들이 여자들로 하여금 머리카락조차 드러내지 못하게 했다는 머리카락 거세의 현장도 안내하고 있다.
저자들은 존 트래볼타, 조니 뎁 같은 할리우드 스타들에서부터 빨간 수염의 독일 바르바로사 황제로 거슬러 올라갔다가 올림푸스의 고결한 신들에서 다시 세기의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의 헤어스타일까지 내려오면서 숨가쁘게 시공간을 오르내린다.
저자들이 이 독특한 연구끝에 내린 결론은 무엇일까. 털의 언어가 우리 역사에서 과연 무엇을 대변했을까.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의 상징이던 체모 면도의 역사, 가발과 파마의 탄생에 얽힌 에피소드, 빨간 머리에 대한 변하지 않는 신화, 머릿결과 머리카락의 힘, 대머리 찬가 혹은 대머리의 저주 등에 이르는 다양한 체모의 문화사는 바로 인류의 역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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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는 인간 체모의 문화사는 인류의 역사를
보는 또하나의 창이라고 말한다. 사진은 1931
년판 헤르더백과사전에 나오는 다양한 수염들. |
그래서 상상의 꼬리를 자극하는 저자들의 재치있는 글을 읽다보면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다.
/ 박재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