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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도박물관 초대
관장을 지낸 이종학씨 (1927 ~
2002년 )가 평 생
동안 수집한 사
진과 자료를 근
거로 일간지 기
자인 노형석씨가
근대의 풍경을
재구성한 일종의
근대기행서다. |
19세기 말부터 해방 전후까지 60여년 간 우리 선조들은 개화의 거센 바람에 그대로 노출됐다. ‘모던’이라고 하는 서양의 광풍은 수천년 동안 쌓아올린 유구한 전통을 불과 2, 3세대만에 해체했다.
상투를 튼 채 곰방대를 피우던 조선의 할아버지가 양식당에 앉아 스테이크를 썰고 시커먼 커피를 마시는 서양인을 처음 봤을 때 과연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조선을 정복한 일본이 철도를 건립한다고 했을 때 민중들은 처음엔 식민 조선의 경제수준이 나아지리라 기대했겠지만 약탈 등 더 큰 곤경으로 치달았음을 알고는 얼마나 분통을 터뜨렸을까.
빛바랜 사진 속에서나 보아왔던 근대의 풍경과 함께 우리 선조들이 이 ‘근대’라고 하는 괴물을 어떻게 수용했는지를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 나왔다.
모던의 유혹 모던의 눈물(생각의나무·2만9500원)은 독도박물관 초대 관장을 지낸 이종학씨(1927~2002년)가 평생 동안 수집한 사진과 자료를 근거로 일간지 기자인 노형석씨가 근대의 풍경을 재구성한 일종의 근대기행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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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시대 부산 중앙동 부근에서 바라본 중심가의 광경. 전차와 자동차가 오가는 대로 저편으로 치켜든 영도다리의 상판이 보인다. |
책을 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정복자 일본에 의해 건설중인 서울역의 모습이다. 본격적 근대의 서막을 알리는 이 슬픈 사진 뒤로 근대 정치·사회 제도의 폭압성과 소비문화의 매혹이 뒤얽힌 근대 생활의 파노라마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책 구성은 2부로 나뉜다. 1부 ‘뒤틀린 근대성의 상징들’의 첫번째 장은 철도가 이 땅에 들어오면서 민중의 생활터전을 박살내고 수탈과 학살을 이끌어낸 수단이었음을 말해주는 진귀한 사진들이 해설글과 함께 실려 있다.
민중들이 실질적으로 근대를 체감할 수 있었던 대표적 문물인 전등과 전보 등의 통신수단이 당시 어떻게 인식됐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전기·통신’, 생산물을 약탈한 수단인 신작로 등의 사진이 실린 ‘도로’, 그리고 ‘상가’, ‘탈 것’ 등 4개 장이 뒤를 잇는다.
2부인 ‘변화의 소용돌이 조선팔도’는 당시 정치 경제 문화적 변동에 따른 충격을 되짚어볼 수 있는 리얼한 사진자료들이 지역·주제별로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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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대 도시들의 풍경에는 나라없는 국민들의 애환이 녹아 있다. 사진은 1920년대 관부연락선 신라환이 정박한 부산항 여객부두로, 하오리 차림의 일본인들이 득실거리는 부두 뒤쪽으로 줄을 선 승선객들이 보인다. 망국과 가난의 설움을 안은 조선인들은 이곳에서 눈물을 뿌리며 연락선에 몸을 실었다. |
공업화기지(함경도), 수탈의 가나안(평안·황해도), 외세의 군사기지(경성), 신음하는 반도의 허리(경기·강원도), 철도가 옮긴 도청(충청·전라도) 그리고 수탈 교두보 부산항(경상도) 등이 그것이다.
저자는 “근대의 환상과 좌절 속에서 변화를 쫓거나 끌려가야했던 당시 보통사람들의 삶을 야사나 구전담의 차원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살려내고자 했다”고 서문에서 밝혔다. / 박재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