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12일 독일출판협회는 제55회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서 수전 손택에게 평화상을 수여했다.
“거짓 이미지와 뒤틀린 진실로 둘러싸인 세계에서 사상의 자유를 굳건히 수호해 왔다”는 것이 수상 이유였다.
이 사례에서 드러나듯 손택은 첫 저서 ‘해석에 반대한다’(1966년)에서 최근작 ‘강조해야 할 것’(2002년)에 이르기까지 기계로 대량 복제되는 이미지가 한 문화의 감수성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를 다양한 방식으로 일관되게 추적해온 인물이다.
그러한 그가 미군 폭격기들이 한창 바그다드 외곽지역을 폭격하고 있던 지난해 3월 펴낸 타인의 고통(이재원 옮김·이후·1만5000원)은 그 노력의 결정판이다.
미국 작가 겸 예술평론가인 저자의 관찰에 의하면 현대사회는 사방팔방이 폭력이나 잔혹함을 보여주는 이미지들로 뒤덮여 있다.
기술 발달로 인해 현대인들은 먼 나라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재앙이나 참혹한 전쟁도 각종 대중매체를 통해 바로 알 수 있게 됐다.
문제는 그러한 이미지들이 워낙 홍수를 이루다보니 지독하게 고통스러운 이미지조차 구경거리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사실 지구 저 편에서 누군가 전쟁이나 기아, 고문 등 부당한 폭력에 짓밟히고 있음을 전하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우리는 ‘나는 당하지 않았구나’하는 안도감을 느낄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처음엔 희생자에 대한 연민이나 가해자를 향한 분노가 치솟기도 하지만 이내 잊어버린다. 내 잘못이 아니며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남의 고통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나눌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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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는 이 시대의 아픔마저 타자의 것으로 치부하고 마는 이미지 과잉릮의 역사에 경고를 보내며 타인의 고통에 대해 사려깊게 행동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은 1969년 아프리카의 비아프라 내전 당시 기아로 고통받는 어
린아이들. |
미군 폭격기가 한창 바그다드 외곽을 때리던 지난해 3월 미국서 발간된 이 책은 전쟁사진을 분석함으로써 타인의 고통에 반응하는 우리의 태도를 분석, 엄청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그는 사진으로 재현된 이미지와 실제 현실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면서 세계를 거짓 이미지가 아닌 있는 그대로 보자고 강조한다.
“고통을 받는 그들이 우리와 똑같은 지도 상에 존재하고 있으며 우리의 특권이 그들의 고통과 연결돼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숙고해 보는 것, 그래서 전쟁과 악랄한 정치에 둘러싸인 채 타인에게 연민을 베풀기를 그만둔다는 것, 바로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과제이다.”
저자는 9·11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의 독선을 통렬하게 비판한 ‘다같이 슬퍼하자, 그러나 다같이 바보가 되지는 말자’라는 글도 이 책에 실었다.
그래서 당시 미국의 보수단체들은 강대국이자 모국인 미국에게 비수를 들이댄 그를 ‘미국을 앞장서 비난하는 인사들’ 중 한명으로 지목했다.
/ 박재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