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절반’인 여성을 다룬 독특한 책 두권이 동시에 나왔다.
남녀간 성차를 고려해 여성에 대한 치료 또한 남성과 달라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이브의 몸’과 근대사회에서의 여성의 잠재력 발견을 다룬 서양문학 최초의 여성 전기 선집인 ‘보카치오의 유명한 여자들’이 그것이다.
◇이브의 몸(메리앤 J 리가토·임지원 옮김·사이언스북스·1만8000원>
먼 옛날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의학계는 여성은 유방과 자궁을 제외한 신체기관이 남성과 똑같다는 전제 아래 치료에 임했다.
미국 컬럼비아대의 심장전문의로 2002년 미국의학여성협회가 선정한 과학부문 올해의 최고 여성인 메리앤 J 리가토의 의대생 시절도 마찬가지였다. 해부학 강의실에서는 시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조차 따지지 않았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여성은 약간 사이즈만 작을 뿐 실은 남성의 몸과 다를 게 없다’는 그간의 통념에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댄다.
남녀의 몸에는 생각지도 못한 중대한 차이점이 있으며 질병을 겪는 방식 또한 다르기 때문에 치료 역시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실제 실험과 방대한 자료를 통해 주장하는 남녀 몸의 차이는 경이롭기조차 하다.
여성은 음식이 위장관을 통과하는 시간이 남성보다 훨씬 길다. 여성의 간에서 만들어지는 담즙도 남성과 다르기 때문에 과민성 대장증후군과 담석이 여성에 많다.
뇌도 다르다. 여성 뇌의 크기는 남자보다 15%가 작다. 그런데도 대뇌 피질의 뉴런은 남성보다 11%가 많다. 눈 뒷부분에 있는 뉴런이 유독 여성에게 많은 것은 여성들이 언어와 음악 분야에서 남성을 앞서는 것을 설명해준다.
흔히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을 규정하는 것이 염색체와 호르몬이라고 알고 있지만 저자는 이는 성차의 일부일 뿐이라고 말한다.
생물학적 성 외에도 사회적 성이라는 요인과 환경 등이 이브의 몸과 아담의 몸을 만든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서양의학에서 남성주의가 자리잡게된 것은 임신한 여성을 위험한 인체실험에서 제외시켜주자는 배려가 상당수 작용했다고 전한다.
저자는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미 국립보건원 등을 중심으로 여성에 대한 보호주의에서 벗어나 남녀의 몸 모두에 대한 관심을 늘려가고 있는 중이라고 소개하고 앞으로 여성전용 약품, 여성진료 전문의 등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한다.
◇보카치오의 유명한 여자들(지오바니 보카치오·임옥희 옮김·나무와숲·1만5000원)
‘데카메론’을 쓴 지오바니 보카치오의 여성에 대한 환상과 흥미를 자극하는 책이다.
미국 하버드대 출판부가 르네상스를 복원하려는 야심찬 기획의 일환으로 발간한 ‘이 타티(I Totti) 르네상스 라이브러리’의 첫번째 책이다.
이 책은 오로지 여성만을 주인공으로 한 서구문학 사상 최초의 전기 선집이자 ‘데카메론’ 이후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보카치오의 작품이다.
 |
| 여자는 같은 병에도 남자와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지만 의학계에서는
남성을 위주로 임상실험한 결과물을 가지고 여성을 치료한다며 여성
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리가토는 지적한다. |
보카치오는 인류 최초의 어머니 이브로 시작해 그가 이 작품을 헌정했던 시칠리아와 예루살렘의 여왕이었던 요안나에 이르기까지 모두 106명의 여성들의 삶을 소개하고 있다.
선행과 미덕으로 이름을 떨친 여성들뿐 아니라 이 세상에서의 덧없는 권력과 영광, 욕망을 추구하다 파멸한 여성까지 모두 망라돼 있다.
보카치오가 말하는 ‘유명한’ 여자는 착한 여자라는 의미가 아니다. 선악의 윤리적 차원을 넘어 어떤 식으로든 유명했던 여자를 지칭한다.
그 속에는 비너스가 상징하는 자유분방한 섹슈얼리티, 잔혹한 전략과 초자연적 능력을 지녔던 마녀 메디아, 아시리아 여왕 세미라미스의 근친상간과 불륜, 신의 영광이자 수치인 여자교황 조안, 남성을 능가하는 아마조네스의 기개와 당당함 등 온갖 환상과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무궁무진한 이야기의 샘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스신화의 헤라 아테네 아프로디테 케레스 레아 등에 해당하는 주노 미네르바 비너스 데메테르 오피스 등 숭배받는 여신들의 이야기를 세속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함으로써 여신들을 지상으로 끌어내렸다.
보카치오의 여성관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그는 여성을 몸과 마음 두가지 영역 모두에서 열등하다고 단언한다. 여성은 고집세고 소심하고 의심이 많으며 음란하고 탐욕적이며 게으르다고 본 것이다.
현대 여성 독자들은 보카치오의 이러한 여성관에 분개할 만하다. 그러나 이것은 당대의 비판을 의식한 보카치오의 수사전략으로 읽을 수도 있다는 게 이 책의 묘미다. 이 책에 나오는 여성들이 지닌 뛰어난 덕목과 자질 등에 대한 저자의 아낌없는 찬사는 전 시대에 비해 일보 전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
| 보카치오는 비너스를 자유분방한 섹슈얼리티의 표상으로 해석하는 등 여신 이야기를 세속적 관점에서 재구성함으로써 여성 본능과 환상에 대한이야기를 풀고 있다. 사진은 보티첼리의 그림 비너스의 탄생. |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여성에 대한 중세적인 태도가 여성과 여성의 잠재력에 관한 보다 근대적인 관점으로 변하기 시작한 역사의 한 시기를 흥미롭게 훑어볼 수 있을 것이다.
/ 박재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