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가 무효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즉각 항소한 데다,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등 별도의 법적 근거에 따라 내려진 25% 품목 관세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제닌 피로(왼쪽 두 번째) 임시 컬럼비아 특별구 검사 선서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 연방국제통상법원 재판부는 2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합성마약 펜타닐 대응과 관련해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부과한 10~25% 관세와 지난달 2일 발표한 상호관세를 막아달라며 미국 소재 5개 기업과 오리건 등 12개 주(州)가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인단 청구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의 법적 근거로 삼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거의 모든 국가의 상품에 무제한적인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위임하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이에 따라 이의 제기된 관세들을 무효로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IEEPA에서 수입을 규제할 권한을 의회가 대통령에게 위임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근거로 무제한적인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부여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적자가 국가비상사태를 조성했다고 주장했지만, 현 무역적자는 지난 수십 년간 지속돼온 만성적인 문제로 이례적이고 특별한 위협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의가 제기된 관세 명령을 무효로 하면서 해당 관세의 시행도 금지할 것을 명령했다. 또한 법원 결정의 효력이 원고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미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쿠시 데사이 백악관 부대변인은 “국가비상사태에 대처하는 방법을 결정하는 것은 판사들의 몫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권의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항소법원에서 어떤 판결이 내려지더라도 양쪽 모두 승복하지 않아 결국 연방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에 의해 보수 우위(6대 3)로 재편되면서 또다른 변수가 나올 수도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