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세 일부 내리는 등 조치 취해
- 타 국가에도 협상 유도할 가능성
- 中 항전 의지에 美는 셈법 복잡
- EU 가세 땐 핵폭탄급 무역전쟁
미국이 9일(미국 동부시간) 0시 1분을 기해 한국을 포함한 80여 개국에 ‘상호관세’를 발효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주도의 관세전쟁이 확산하고 있다. 관세전쟁의 끝이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와 세계 자유무역의 틀 유지로 귀결될지, 미국과 중국 간 충돌 속 보호무역 체제로 급속히 전환할지 관심이 쏠린다.
■70여 개국 중 한일 우선 협상
미국 행정부는 이날 상호관세를 발효하면서도 70여 개국 중 한국과 일본과의 협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관세 문제를 협의한 데 이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통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SNS에 “거대하고 지속불가능한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와 알래스카 가스관 합작사업, 그리고 우리가 한국에 제공하는 대규모 군사적 보호에 대한 비용 지불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한국 정상과 연이어 통화한 것은 대미 무역흑자가 많은 국가를 우선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일각에서는 한국 일본에 관세를 일부 인하한 뒤 다른 국가에 ‘협상이 유리하다’는 본보기로 내세우려 한다고 본다.
한국 정부는 6월 대선 전까지 신속히 협상에 임해 상호관세를 조기에 해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까지 포함하는 포괄적 협상을 거론하고 나선 것은 부담 요인이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협상의 범주를 무역과 산업 영역으로 국한하고 일본과 유럽연합(EU) 등 경쟁국들의 협상 동향을 주시해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기류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관세 장벽을 세우는 궁극적인 목표는 일자리를 다시 미국으로 가져오는 것이지만 그 사이에 상당한 관세를 징수할 것”이라며 “우리가 성공한다면 관세는 녹아내리는 얼음덩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초기에는 관세를 통한 세수 확보가 중요하지만 점차 미국에 공장과 일자리가 늘면 관세 수입이 감소하는 대신 소득세가 증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맞불 중국 “끝까지 싸운다”
미국이 중국에 104%의 관세를 매겼으나 중국이 끝까지 싸우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미국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온 중국이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관세율을 낮추는 쪽을 택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감축과 상대국의 양보 카드 중 이익이 되는 쪽을 택하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에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위기가 전세계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세계 1, 2위 경제 대국이 자존심을 건 ‘치킨게임’ 국면으로 들어갈 경우 양국 간 경제적 연계가 무너지는 한편 중국산 제품들이 저가로 전세계 시장에 쏟아지면서 한국처럼 무역 의존도가 큰 국가에 미국발 관세에 버금가는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여기에 EU가 저항에 가세할 경우 본격적인 글로벌 무역전쟁 개전 양상으로 번진다. 트럼프 대통령도 그에 대한 파장을 인식한 듯 SNS 글에서 “우리는 중국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며 대화를 통한 해결을 원한다는 입장을 시사하고 있다.
그럼에도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이번 관세전쟁을 ‘어차피 한 번은 치러야 할 싸움’으로 간주하면 미중 간 조기 타협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장기 집권을 이어가는 시 주석 입장에서 트럼프 재집권 2개월여 만에 꼬리를 내리는 것은 ‘삼키기 어려운 쓴 잔’이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 증시가 하락 흐름을 보이는 상황은 불리한 변수로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