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이주시키고 미국이 가자지구를 장악해 재건하겠다는 구상에서 한발짝 물러났다.

22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와의 라디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요르단과 이집트가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주시키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자신의 구상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요르단과 이집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주민 이주 후보지로 거론한 국가들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수정치행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미국은 이집트와 요르단에 “1년에 수십억 달러를 원조한다”며 “그들이 그렇게 말해서 조금 놀랐지만 그들은 그렇게 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가 그것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다. 물러나 편하게 지켜보면서 권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을 다른 아랍 국가에 영구적으로 재정착시킨 뒤 미국이 가자지구를 소유하면서 개발해 “중동의 리비에라(지중해 휴양지)”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원래 살던 주민들을 내보내고 미국이 그 땅을 갖겠다는 구상에 국제법 위반이자 전쟁 범죄라는 비판이 일었다.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수립을 지지해온 주변 아랍국들도 반발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의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가 지난 20일 “우리가 퇴거 계획을 추진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해명하는 등 논란을 진화하려는 미국 측 메시지가 잇따라 나왔다.

이집트, 요르단,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아랍 국가들은 21일 정상급 회동을 하고 미국의 가자지구 재건 구상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스라엘 인질을 옮기는 헬리콥터에 사람들잉 환영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현재 가자지구는 도시의 65%가 파괴된 상태로 재건에는 최소 3~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AFP가 보도한 재건계획 초안에 따르면 1단계로 첫 6개월 동안 가자지구에 중장비를 들여와 무너지고 파괴된 건물들 잔해를 수거해 치우고 가자지구 내에 안전지대를 설정해 주민들을 수용한다는 방침이다. 2단계에서는 파괴된 인프라 재건에 집중하고, 마지막 3단계에서는 주택, 교육·의료시스템 구축 등을 담은 도시정비 계획과 더불어 ‘두 국가 해법’의 실현을 위한 정치 로드맵을 본격 추진한다. 로드맵에는 그동안 가자지구를 실질적으로 통치하며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여온 하마스를 배제한 팔레스타인 정치 주체들로 지역위원회를 구성해 통치하도록 하는 방안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가자 재건 비용은 유엔 추산으로 모두 530억 달러(약 76조 원)에 이르는 상황이다. 관건은 이 돈을 조달받는 방법인데 우선 200억 달러(약 29조 원)는 걸프국가들이 공동으로 출자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도 향후 3년간 초기 재건에 200억 달러가량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일부 산유국들은 기금을 흔쾌히 출연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사우디와 UAE 등은 출자 조건에 까다로운 단서를 붙일 가능성이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