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12일 경남 밀양 부북면 운전리 대전마을의 한 논에서 경기소방본부 소속 대원이 물탱크차를 동원해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김용구 기자 |
- 경기·강원 대원들 급파된 밀양
- 메말라 쩍쩍 바닥 갈라진 논에
- 하천 물 받아 24시간 공급작전
- 道저수율 33% 평년 절반 하회
“30년 농사 이래 이런 가뭄은 처음입니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소방 물탱크차가 이렇게라도 물을 길어주니 그나마 마음이 놓입니다.”
12일 오전 11시30분께 경남 밀양시 부북면 운전리 대전마을. 이곳에서 6만6000㎡ 규모의 벼농사를 짓는 이기준(67) 씨는 경기·강원 소방본부에서 파견한 소방 대원이 소방 차량과 연결된 호스와 관창(분사구)을 이용해 급수하는 모습을 보며 이같이 말했다. 이 마을의 이장이기도 한 그는 “이틀에 한 번은 꼬박 물을 대야 하는데 최근엔 일주일에 한두 번 주는 게 고작”이라며 “이미 전체 벼 생육이 최소 20% 정도 감소한 상태로, 그나마 우리 농가는 나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처음 급수받은 1320㎡ 규모 논 1필지의 바닥은 쩍쩍 갈라질 정도로 메마른 모습이었으나 소방용수가 채워질수록 활기를 되찾는 듯했다.
이 용수는 오전 11시께 밀양시 삼문동 밀양교 아래에 있는 밀양강 등에서 공수됐다. 밀양에는 이날 각각 6000ℓ와 1만2000ℓ 이상을 저장할 수 있는 중·대형 물탱크차 40대가 투입됐다. 경기소방본부가 29대를, 강원소방본부가 11대를 지원했다. 이는 정부가 전날 오후 8시 국가소방동원령을 내린 데 따른 조처로, 가뭄으로 발령된 건 지난해 9월 강원 강릉시 사태 이후 두 번째다. 경기본부 이천소방서에서 근무하는 방재호(53) 소방위는 “오전 5시 출발해 화장실 겨우 한번 들른 뒤 오전 9시까지 밀양종합운동장으로 집결했다”며 “24시간 지원 후 교대이긴 하나 새벽까지 활동이 이어질지는 모르겠다. 조금이나마 해갈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새벽 3시에 출발해 밀양에 도착한 강원소방본부 소속 대원 등은 지난해 강릉 가뭄 때 경남소방본부로부터 도움받은 것을 두고 이번에 보답하게 됐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16개 시·도 소방본부는 이날 소방 물탱크차 총 200대, 소방 인력 400명을 가뭄이 심한 경남 14개 시·군에 파견했다. 경남 18개 시·군 평균 저수율은 33.3%로, 평년(70.9%)과 비교해 절반에도 못 미쳤다. 밀양의 농업용수 저수율은 이날 전국에서 가장 낮은 25.7%를 기록했다. 이는 평년(74.5%)의 34.4%에 그치는 수준이다. 밀양 거제 의령 등 3곳에는 농업용수 가뭄 ‘심각’ 단계가 발효된 상태다. 경남지역 농작물 피해는 이날 기준 2121㏊로 늘어났다. 도는 전날 광역지자체 최고 조처인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해 가뭄에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수준에서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아직 가동되지 않고 있다. 가뭄 비상 1단계는 농업용수나 생활·공업용수 가뭄이 ‘심각’ 단계인 광역시·도가 3곳 이상일 때 구성되지만 현재 ‘심각’ 단계인 지역이 있는 시·도는 경남 한 곳뿐이다. 경기·충남·충북·전남·전북 등 5곳에서 농업용수가, 충북·충남·전북 등 3곳에서 생활·공업용수가 부족했던 2012년 여름 이후 14년간 가뭄 중대본이 가동된 사례는 전무한 상태다. 다만 정부는 오는 13일 열리는 중대본 회의에서 폭염·가뭄 대응을 논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