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이진관 부장판사. 연합뉴스
|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내란특별검사 구형보다 높은 징역 23년을 선고한 이진관 부장판사(53·사법연수원 32기)가 주목받고 있다.
법정에서 소란을 피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들에게 감치 선고를 내리거나 선서를 거부하는 증인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재판 주요 국면에서 단호하고 적극적으로 소송을 지휘했다.
한 전 총리에게도 예상보다 무거운 중형을 선고했다. 내란 특검팀이 구형한 징역 15년을 뛰어넘는다. 이에 더해 증거인멸을 이유로 한 전 총리를 법정구속까지 했다. 헌정사상 전직 국무총리가 내란 관련 혐의로 법정 구속된 것은 처음이다.
당초 특검팀은 더 무거운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방조범 규정을 적용해 기소했지만, 이 부장판사는 법리상 죄명은 그 아래인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적용하는 게 맞는다고 보고 ‘한 단계’ 낮추면서도, 실제 형량은 오히려 특검 구형량의 절반 이상 더 무거운 23년을 선고했다.
이 부장판사는 마산고를 거쳐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98년 제40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003년 32기로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 수원지법 예비판사로 임관했다. 이후 서울고법 예비판사를 거쳐 서울중앙지법 판사로 근무했다.
통상 주요 코스로 인식되는 자리 가운데 사법행정에 참여하는 법원행정처 근무만 제외하고, 대법원 재판연구관, 사법연수원 교수 등 대표적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3부로 발령받아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및 성남FC 사건을 담당했다.
이 부장판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 등으로 기소된 한 전 총리 사건 재판을 지휘하며 단호하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주목받았다.
비상계엄의 책임을 회피하거나, 적극적으로 윤 전 대통령에게 반대 의사를 전하지 않은 이들을 호되게 질책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24일 피고인 신문을 받던 한 전 총리에게 이 부장판사는 “최상목(전 경제부총리)이랑 조태열(전 외교부 장관)이 저렇게 ‘재고해달라’고 할 때는 피고인도 반대하기 좋은 환경 아닌가. 호응할 수 있는 시기인데요”라고 지적했다. 이 부장판사는 다른 국무위원들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왜 주지 않았느냐고 물으며 “윤석열이 대접견실을 나가서 비상계엄 선포하러 가는 걸 말리지도 않지 않았습니까”라고 질책하기도 했다.
해명하던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난 사십몇년 동안 없었고”라고 하자 이 부장판사는 “그걸 윤석열한테 말씀하지 그랬습니까. 비상계엄 하기 전에”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자신도 피해자라는 국무위원에게도 이 부장판사는 책임을 주지시켰다.
증인으로 출석한 박상우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저희 국무위원들도 어찌 보면 피해자”라며 “국무회의 이유도 모르고 갔다가 검찰 조사 받고 변호사비 들고 법정까지 나와 증언하고 있지 않나”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에 이 부장판사는 “그런 말씀은 윤석열을 상대로 하면 이해할 수 있을 텐데 비상계엄으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다 보신 것 아닌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일반 국민 입장에서 장관이면 국정운영에 관여하는 최고위급 공무원”이라며 “비상계엄에 반대하거나 동의 못 하겠다고 한 소수의 국무위원도 있었다. 증인은 그 자리에서 아무 말씀도 안 하셨죠”라고 질책했다. 박 전 장관은 그제야 “지적하신 것처럼 사전에 알았든 몰랐든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결국 고개를 숙였다.
이 부장판사는 정당한 사유 없이 법정 질서를 깨트리는 이들에 대해 소송지휘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19일 증인으로 출석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재판받고 있다며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 민사재판이 아닌 이상 선서 거부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에도 이 전 장관은 “해석의 나름”이라고 맞섰고, 이에 이 부장판사는 “제가 형사재판에서 선서 거부하는 것은 처음 본다”고 지적하며 과태료 50만 원을 부과했다.
같은 날 이 부장판사는 법정에서 소란을 일으키고 재판부를 모욕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 이하상·권우현 변호사에 대해 감치를 선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