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도 年 6900건… 세계적 현상
- 정부는 첫 윤리 가이드라인 추진
- 대학들 AI 감지시스템 도입 검토
- 일각 “시대 흐름… 활용법 키워야”
최근 대학가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시험 부정행위 사례가 잇따라 적발됐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도 AI를 활용한 부정행위 사례가 발생하면서, AI 활용을 두고 국내 교육계 안팎이 뒤숭숭한 분위기다. 영국 등 해외에서도 AI 활용 시험 부정행위가 광범위하게 보고되고 있다. AI는 금지의 대상이 돼야 하느냐 아니면 교육의 도구인가 등을 놓고 전 세계 대학들이 혼란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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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열린 ‘2024 대한민국 교육혁신 박람회’에서 한 학생이 AI디지털교과서로 수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
■AI 부정행위 잇따라 적발
지난 10월 연세대 한 수업의 중간고사 때 AI를 활용한 집단 부정행위 정황이 발견됐다. 600여 명이 듣는 비대면 수업이었는데, 시험도 비대면으로 치러졌다. 시험은 온라인 홈페이지에 접속해 객관식 문제를 푸는 형태였다.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학교 측이 시험 내내 컴퓨터 화면과 손, 얼굴이 나오는 영상을 찍어 제출하라 요구했다. 그러나 일부 학생은 촬영 각도를 조정해 사각지대를 만들거나 컴퓨터 화면에 여러 프로그램을 겹쳐 띄우는 형태로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상당수는 부정행위 과정에서 AI를 몰래 쓴 것으로 추정된다. 학교 측은 일부 학생이 부정행위를 실토했다고 전했다.
같은 달 서울대의 한 교양 과목의 중간고사에서도 일부 학생이 AI를 활용해 문제 풀이를 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 강의는 대면 강의였는데, 중간고사도 강의실에 비치된 컴퓨터를 이용해 대면 방식으로 치러졌다. 학교 측은 문제 풀이 과정에서 AI를 활용하면 안 된다고 공지했지만, 일부 학생이 AI를 이용해 부정행위를 저지른 정황이 확인됐다. 대학뿐만 아니라 고교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다. 지난달 서울 시내의 한 고등학교에서도 국어 수행평가에서 AI를 활용한 부정행위가 발생했다.
해외 대학도 이런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2023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영국 내에서 AI를 이용한 부정행위가 6900건 이상 적발됐다. 학생 1000명당 5.1건이 넘는 수치로 이전 학기 1.6건보다 3배 이상 급증한 수치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가이드라인 제작
정부는 대학가 등에서 AI를 이용한 부정행위가 잇따르자 ‘윤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대학생 대상 AI 윤리 가이드라인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함께 개발, 대학에서 활용하도록 제공할 예정이다. 가이드라인에는 부정행위 금지를 전제로 AI를 윤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담긴다. 정부는 예산을 확보해 내년 초 교육·AI 전문가가 참여하는 연구용역을 추진해 가이드라인을 완성할 계획이다.
정부가 대학가의 올바른 생성형AI 활용에 관한 지침을 내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가이드라인은 법적 강제력을 갖긴 어렵고, 각 대학이 실정에 맞게 변형해 학칙 등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교육부는 고교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온 만큼 내년 새 학기를 앞두고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배포한다. 교육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공동으로 ‘학교에서의 안전한 AI 도입·활용을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정책연구를 추진 중이고, 내년 3월 현장에 배포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학생 평가에서 AI를 활용한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시·도 교육청과 공동 방안도 마련, 이달 초 학교 현장에 안내할 계획이다. AI 윤리교육과 관련해서도 내년부터 학교급별·대상별 AI 윤리교육 콘텐츠를 개발·보급하기로 했다.
■AI 활용 방안 모색해야
일부 대학에서는 AI 부정행위를 AI로 잡는다는 계획도 있지만 이마저도 불완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호주 가톨릭대에서 AI 탐지기가 수십 명의 학생을 부정행위로 판정해 정학 처분을 내렸는데, 이후 조사에서 AI 감지 시스템이 학생이 직접 쓴 고유 문체까지 AI 작성물로 오인해 탐지하면서 징계가 전면 취소되기도 했다. 여기에 AI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도 키워야 하는 만큼, 무작정 AI를 쓰지 말라고 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국내 대학은 AI 활용 신고제를 도입해 인용한 내용은 출처를 표기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식과 더불어 실제 시험 후 발표, 토론, 구술시험 등을 통해 검증하는 절차를 모색 중이다. 부산의 한 대학 교수는 “AI가 상용화되고 미래 중요한 산업으로 떠오르는 시점에서 무작정 AI를 쓰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 AI를 비판적으로 다루고 활용하는 역량이 중요한 만큼 이번 사태를 계기로 AI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