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환 전 국민의힘 경남도당 대변인이 창원시민을 상대로 사죄의 목소리를 냈다. 홍남표 전 시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공익 제보한 뒤 그와 함께 기소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인물로, 공식적으로 입을 연 것은 처음이다.

23일 창원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민에 사죄하는 이재환 전 국민의힘 경남도당 대변인. 김용구 기자

이 전 대변인은 23일 창원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저와 홍 전 시장 사건으로 시정 공백을 초래하고, 시민에 큰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2022년 4월 5일 시장 선거 과정에서 홍 전 시장의 제안을 받아들이며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대가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다”며 “당시 뒤늦게나마 잘못을 깨닫고 스스로 법적 처벌을 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젊은 사람을 이용하고 헌신짝처럼 버리는 정치 악습을 깨기 위해서라도 양심선언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같은 잘못을 저지르는 청년이 없길 바라는 마음에 기록으로 남기고자 이 자리에도 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취재진이 당시 다른 후보에게도 합류 제안을 받았으나 홍 시장을 선택한 배경에 대해 묻자 “기술 창업 활성화, 청년 지원 등 정책 방향이 같다고 판단해 수락했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사과 이유에 대해선 “재판이 이례적으로 길었고 극심한 스트레스로 건강이 악화했으나 죄인이라는 꼬리표에 힘든 내색조차 할 수 없었다”면서 “그러나 잘못한 부분은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회를 바꾸겠다고 정치권에 몸담았던 제가 부정적인 낙인이 찍힐까 두려워 잊히기만을 기다린다면 그간 비판했던 현세대 정치인들과 다를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홍 전 시장은 2022년 6·1 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당내 시장 경선 과정에서 이 전 대변인에게 공직을 대가로 불출마를 종용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2022년 11월 기소됐다.

그는 1심 무죄와 달리 2심에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고 최근 대법이 이를 확정해 직을 내려놓았다.

홍 전 시장과 함께 기소된 당시 홍 시장 캠프 총괄선거대책본부장 A 씨와의 공모 인정 여부가 1, 2심 선고 결과를 가르는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당선 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홍 시장을 고발한 이 전 대변인은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최종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