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가 중재해 대화로 해법을 찾기로 했던 ‘창원시 진해 웅동1지구 개발사업(국제신문 1월 13일 자 13면 보도)’의 정상화가 또다시 안개 속이다. 민간사업자인 ㈜진해오션리조트가 1000억 원대 대출 연장에 실패해 파산 위기에 몰리면서다.

창원시 진해 웅동1지구 사업 부지 전경. 국제신문 DB

창원시는 지난 3일 민간사업자로부터 ‘협약 해지 사유 발생’ 공문을 받아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5일 밝혔다.

해당 공문에는 2022년 2월 대주단인 특수목적법인(SPC) 블루문제일차와 체결한 1320억 원 규모의 대출 약정이 만료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만기일은 지난달 28일로, 남은 대출액은 약 1170억 원으로 추정된다.

민간사업자가 대출 치유 기간인 오는 5월 말까지 다른 금융기관으로부터 상환용 대출 등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놓인다.

사실상 파산 선고를 받는 셈이다.

창원시와 경남개발공사는 그 여부에 촉각을 세운다.

이들 기관이 과거 공동사업시행자 자격으로 민간사업자와 체결한 협약에 따라 물어야 할 ‘해지 시 지급금(확정투자비)’ 산정 시점이 앞당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주단은 대출 약정 당시 ‘확정투자비 지급금 청구권’을 양도 담보로 제공받은 터라 직접 이를 요청할 수 있다.

다만 대주단은 아직 청구 여부와 그 시점에 대한 방침을 세우진 않은 상태다.

대주단에 참여한 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상환 기간 연장 불가 결정을 내린 것은 맞다”면서도 “이후 계획은 미정으로, 차차 논의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현재 확정투자비는 1500억~24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산정 범위가 큰 만큼 양측이 입장 차이를 줄이지 못하고 또 다른 법정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개발공사와 달리 시는 이미 공동사업자 자격 지위 지정 취소 처분에 맞서 사업승인권자인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경자청)과 소송을 벌이고 있다.

경자청은 2009년 사업 시작 이후 1단계 골프장만 조성됐을 정도로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하자 그 책임을 물어 2023년 3월 각 기관에 이를 통보했었다.

시는 지난해 11월 1심에서 패소해 항소했고, 오는 5월 14일 첫 변론을 앞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남도 등이 중재에 나서 소송 대신 대화로 해소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결과적으로 성과를 내지 못한 형국이 됐다.

상황이 이러자 로봇랜드 사태가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도와 시는 2023년 마산 로봇랜드 조성에 참여한 민간사업자가 제기한 해지 시 지급금 등 소송에서 패소해 1600억 원을 물어 준 경험이 있다.

경자청은 오는 5월까지 상황을 지켜본 뒤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자청 관계자는 “경남도 등과 함께 여러 가지 후속 절차를 모색하고 있다”며 “도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시와 개발공사는 2009년 민간사업자와 진해구 수도동·제덕동 225만㎡ 일대에 골프장, 숙박시설, 휴양문화시설 등을 단계별로 설치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현재 수익성이 높은 골프장(36홀)만 조성된 채 사업이 멈춰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