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왔는데 벚꽃이 안 펴 속상해요.”

진해군항제 첫날인 지난 23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경화역을 찾은 상춘객들. 이날 기준 개화율은 15%에 머물렀다. 김용구 기자

진해군항제 개막 첫날인 지난 23일 오전 경남 창원시 진해구 경화역. 이곳은 매년 이맘때 흩날리는 꽃비 아래 ‘인생 사진’ 한 컷 남기려는 상춘객 수백만 명이 찾는 전국 대표 벚꽃 명소지만, 이날 비교적 인파가 덜 모이는 모습을 보였다. 몽글몽글 피어나 방문객을 맞이해야 할 벚꽃이 여태 몽우리 속에 숨어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문객들은 드문드문 꽃망울을 터트린 수목 앞에서라도 연신 셔터를 눌러대며 아쉬움을 달래기에 바빴다.

경기도에 사는 박지은(26) 씨는 “봄기운을 만끽하려고 새벽잠을 줄여가며 왔는데 SNS에 올릴 사진 한 장 못 건질 판”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10년째 노점상을 운영하는 이모(40) 씨도 “올해처럼 벚꽃이 안 핀 경우는 처음 본다. 어여 꽃이 피어 방문객이 늘어야 매출이 올라갈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날 여좌천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천을 따라 형성된 벚나무 군락이 드러낸 앙상한 나뭇가지가 하천 바닥에 설치된 활짝 핀 장미 조형물과 대조를 이뤘다. 이런 상황은 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을 태우고 온 전세버스 행렬을 무색게 했다. 홍콩에서 어머니와 함께 한국을 처음 찾은 ‘앤 챈’(Ann Chan·15) 양은 “많은 기대를 안고 왔는데 꽃이 없다”며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창원시는 애초 올해 벚꽃이 빨리 필 것으로 전망되자 1963년 축제 시작 이후 역대 가장 이른 시기에 군항제를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 비가 자주 내려 일사량이 부족한 데다 낮 최고 기온이 20도를 훌쩍 밑도는 꽃샘추위까지 겹쳐 개화율이 이날 기준 15% 수준에 머물렀다.

다만 벚꽃은 축제가 끝나기 전인 이번 주 만개할 전망이다. 부산지방기상청은 24~26일 봄비가 내린 뒤 평년 기온을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3일 꽃이 피지 않은 경남 창원시 진해구 여좌천 한 벚나무. 김용구 기자

급격한 기후변화로 날벼락을 맞은 창원시는 다음 달 1일까지 아쉬움을 채우는 풍성한 프로그램을 이어간다. 오는 27일 진해루 앞 해상에서 이충무공 승전 기념 해상 불꽃쇼가 펼쳐진다. 29일에는 북원로터리~진해공설운동장 구간에서 승전행차를 선보인다. ‘군악의장 페스티벌’도 29~31일 진해공설운동장 일원에서 열린다. 30일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 에어쇼’가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30~31일에는 북원로터리~GS더프레시삼거리~제황산사거리~중원로터리~공설운동장 구간을 행진하는 호국퍼레이드가 마련된다.

시 관계자는 “기상 예보 업체 등을 통해 축제 기간을 정했는데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면서 예측이 빗나갔다. 남은 행사가 잘 마무리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