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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불판 같은 슬레이트집 “실내 40도야…냉장고 음식도 상해”

타들어가는 쪽방촌의 하루

  • 김용구 기자 raw720@kookje.co.kr, 박수빈 기자
  •  |   입력 : 2023-08-03 20:15:12
  •  |   본지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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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범전동…보일러 튼 듯 열기
- 환기도 안돼 선풍기 2대로 버텨
- “죽고 싶은 날씨” 주민 대책 호소
- 창원 2평 단칸방, 부채질이 전부
- 마을 초입 무더위 쉼터 무용지물

3일 오전 11시30분 부산 부산진구 범전동의 한 쪽방에서 박모(65) 씨가 선풍기 두 대로 폭염을 견디고 있었다. 이날 부산진구의 낮 최고 기온은 35도, 체감온도는 38도다. 박 씨의 슬레이트 집은 뙤약볕을 그대로 흡수해 내부 벽과 바닥이 보일러를 튼 것처럼 뜨거웠다. 작은 창문 두 곳은 해충 때문에 방충망과 모기장을 이중으로 둘러싼 탓에 환기도 잘 안 됐다. 선풍기를 틀기 전 그는 궁여지책으로 온몸에 물부터 묻힌다. 하지만 시원함은 잠시, 물이 증발하면 다시 뜨거운 바람에 숨이 턱턱 막힌다.
3일 부산진구 범전동 한 쪽방에서 어르신이 더위를 피하기 위해 부채질을 하고 있다. 이곳은 창문이 작아 제대로 된 환기가 안 되면서 방안 온도가 외부보다 높았다. 김영훈 기자
박 씨는 “최고 기온이 35도일 때, 우리 집은 40도까지 올라가 냉장고 음식도 상해 버리기 일쑤”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없는 사람에게는 겨울이나 여름 다 힘들지만 요즘 같은 더위는 정말 사람을 딱 죽고싶게 만든다. 빨리 여름이 끝나기만 기다린다”고 힘없이 말했다. 지난달 26일부터 부산지역의 체감기온은 연일 35도를 넘어선다.

극한 폭염은 에너지 취약 계층에게 더욱 가혹하다. 부산진구 쪽방 거주민 395명 가운데 83.7%(331명)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제대로된 냉방기기가 부족하다.

쪽방 등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한 부산시 대책은 ▷부산진구와 동구 쪽방상담소를 통한 사례 관리 ▷가열 없이 먹는 간편식품과 해충 퇴치제 등 제공 ▷재해 구호금 1인당 5만 원 지급 등에 그친다. 이에 동구는 최근 쪽방촌에 에어컨 9대와 선풍기 343대를 지원하기로 했고, 부산진구는 3000만 원을 들여 모텔 1인실에 50여 명이 약 10일 동안 머무를 수 있게 준비 중이다.

부산진구 관계자는 “무더위 쉼터를 이용할 수 있는 낮시간과 달리 열대야가 이어지는 야간에는 폭염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쪽방 거주민이 많다”며 “4일부터 쉼터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 말했다. 부산지역 무더위 쉼터는 1265곳, 야외무대 시설은 264개소다.

같은 날 오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성호동 꼬부랑길마을 주민도 더위와 사투 중이다. 무학산 끝자락에 들어선 지역 대표 달동네인 이곳은 끝없이 이어진 형형색색 벽화가 눈을 즐겁게 하지만 정작 주거지로 들어서면 상황은 달라진다. 60년째 살고 있다는 80대 황모 씨는 2평 남짓 쪽방에서 연신 부채질하며 35도 안팎의 ‘한증막’ 더위와 홀로 싸우고 있다. 이따금 활짝 열어 놓은 문으로 바람이 들어오긴 하지만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식히기에 역부족이다. 이날 창원지역 수은주는 35.8도를 기록했다.황 씨에겐 100여 m 떨어진 마을 초입에 있는 무더위 쉼터도 무용지물이다. 거동이 불편해 경사진 골목길을 오가는 게 쉽지 않아서다.

이웃 주민인 70대 이모 씨 내외도 여름나기가 고역이다. 에어컨은 있지만 전기요금 걱정 때문에 마음 놓고 틀 수 없다. 선풍기 2대가 쉴 새 없이 돌아가지만 숨이 막히기는 매한가지다. 이 씨는 “숨도 못 쉴 만큼 덥다. 마을 주거 환경이 나빠져 주민이 줄고 있는데 행정 지원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1인 가구로 등록된 고령 세대를 중심으로 매주 한 번씩 안부 전화를 드리고 선풍기 등을 배포하고 있다”며 “사각지대에 대해서도 지역 이·통장이 직접 방문 확인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이날 기준 전국 23명으로, 지난해의 3배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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