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염특보 부울경 지난달 13건 발표
- 7건은 발표·발효가 동시에 이뤄져
- 내용전달 안 되고 대책세울 여유없어
- 기상청 “중기예보에 포함여부 논의”
- 더위 인명피해 기온 등 복합적 영향
- 지자체, 나이·지역별 특징 반영 절실
- 정부 ‘안전지침’ 관리·감독도 허술
- 노조와 협력 등으로 실천율 높여야
매년 폭염이 반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폭염 특보 체계로는 개인이나 기관이 폭염에 적절히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자연재난으로 부상한 폭염에 정부와 지자체는 각자의 대비책을 내놓고 있지만 계층과 지역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천편일률적 방안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그마저도 관리·감독의 부족으로 실천율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상황별 맞춤 대응책을 수립해 이를 정착하는 데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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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일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부산 해운대구 한 고층건물 공사장에서 노동자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일하고 있다. 국제신문DB |
■폭염 대비하기엔 늦은 특보
부산기상청의 자료를 보면 부울경 지역에 처음으로 폭염 특보가 내린 때는 지난달 10일이다. 폭염 특보는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로 구성된다. 하루 최고기온이 이틀 넘게 33도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할 때는 폭염주의보가, 같은 조건에서 35도 이상이 예상될 때는 폭염 경보가 내려진다. 그날 오전 11시 경남의 5개 도시에 폭염주의보가 발표된 후 부울경 지역에는 7월 한 달간 총 13건의 폭염 특보가 발표됐다.
통상 폭염 특보가 발표되는 시각은 오전 11시와 오후 4시다. 일반적으로는 발표가 발효에 선행한다. 그런데 지난달 부산 울산 경남에 발FUD된 폭염 특보 13건 중 발표와 발효시각이 같은 날이 7건이었다. 지난달 27일에는 낮 최고기온을 기록한 오후 3시 이후인 4시에 폭염 경보 발표·발효가 동시에 이뤄졌다. 이처럼 폭염 특보가 늦게 발표되면 실외 활동자와 사업체 고용주 등은 기온 정보를 통해 폭염 대응책을 세울 여유가 없다. 4~10일 뒤의 기상 상황을 예측하는 중기 예보를 통해서는 폭염에 관한 내용이 잘 전달되지 않는다. 시민은 폭염이라는 자연재난에 당일치기로 대비해야 하는 셈이다. 부산기상청 고정석 예보과장은 “중기 예보로 폭염 정보를 전달할 수 있지만 불확실성 문제 등 혼란을 줄 수 있어 지금과 같이 운영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중장기적 폭염 예보에 더해 상황에 따라 폭염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폭염 취약층 위한 대비책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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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 경보가 발령된 지난달 16일 경남 밀양의 한 무더위 쉼터에서 시민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
부산에는 13개 구간에 설치된 자동기상관측장비(AWS)가 기온을 포함한 기상 상태를 측정한다. 이 관측기 중 하나라도 최고기온이 특보 기준에 해당할 것으로 예상되면 부산 전역에 특보가 발효된다. 가령 금정구처럼 기온이 높은 지역에서 33도 이상이 예측되면 기온이 낮은 영도구·기장군에도 똑같이 폭염 특보가 적용된다. 그렇다고 영도구나 기장군 주민이 폭염 피해에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더위로 인한 인명 피해는 최고기온 외에도 여러 요인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2014년 국립재난안전연구원 김도우 박사 등 4명이 한국기상학회지에 기고한 ‘우리나라 폭염 인명 피해 발생 특징’을 보면 1991년부터 2011년까지 폭염으로 숨진 442명 중 58.7%는 60세 이상 고령자였다. 직업별로는 무직자가 1위, 농림어업 종사자가 2위, 산업노동자가 3위였다. 지역적 차이도 있다. 농촌의 경우 31도부터 사망률이 급증했지만 도시는 29도부터 사망자가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종합해 연구원들은 “도시의 경우 냉방시설을 갖추지 않은 곳에 사는 홀몸노인 및 노숙인이 약한 더위에도 피해를 보며, 농촌의 경우 논 등 고온의 환경에서 일해야 하는 노인층이 주요 피해 계층이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연구원들은 “한국의 폭염 대책은 이 같은 특징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폭염의 발생 특성에 따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폭염 지침 실천율 높여야
불볕더위에 무방비로 노출된 현장 노동자를 위한 대비책은 사업주 지자체 국가기관별로 엇비슷하다. 한국철도공사는 뙤약볕에 달궈진 선로에서 일하는 철도 노동자의 여름철 안전을 위해 폭염 경보 발효 시 ▷무더위 쉼터서 휴식 ▷식수 식염 구급약 제공 ▷오후 시간 옥외작업 자제 등의 방안을 내놓았다. 부산의 지자체가 제시한 폭염 대책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부산 사하구는 ▷무더위 쉼터 제공 ▷히트 브레이크 타임 등의 폭염 대책을 운영 중이다. 또 고용노동부는 지난 6월 ‘옥외작업자 건강보호 가이드’를 발표했다. 이에 사업주는 노동자에게 휴게공간 마련, 작업시간대 조절 등의 조처를 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해 징역 5년 이하 또는 벌금 5000만 원 이하의 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현장 노동자에게 이는 다른 세계의 이야기다. 지난달 24일 민주노총 건설노동조합이 현장 노동자 23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를 보면 이들 중 85.5%가 하루 중 가장 뜨거운 오후 2~5시에도 작업중단 없이 일한다고 응답했다. 그늘이 없는 곳에서 휴식을 취한다고 답한 비율도 73.7%나 됐다.
이에 노조가 근로감독관으로 나서는 등 적극적인 실천율 제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현장 노동자에게 폭염 시 작업 중지 요청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건설노조 부울경본부 건설기계지부 주우열 조직부장은 “사업주가 법을 위반해도 처벌받는 경우가 드물다. 그러니 지침 실천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며 “주무부처가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근로감독에 제대로 나서지 않는다면 노조에 실질적인 근로감독권을 위탁해서라도 현장 노동자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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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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