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인 이마트 계열 할인 점포 ‘노브랜드’가 부산지역 골목상권을 잠식하고 있다. 최근 잇달아 노브랜드 매장이 들어서면서 지역을 지키려는 시민단체와 정치인까지 나서 이에 반대했다.
| |  |
|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회원들이 12일 부산 해운대구 중동 노브랜드 매장 예정지 앞에서 입점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전민철 기자 |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는 1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중동 노브랜드 입점 예정지 앞에서 입점에 반대하는 대규모 궐기대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해운대지역 전통시장 상인들을 비롯해 이번 지방선거 해운대구청장 선거에 도전하는 예비후보자 등 정치인도 참석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노브랜드는 이마트 자체브랜드(PB)로, 브랜드값에 따른 부가가격을 줄여 싼 가격으로 상품을 대량 공급하는 장점이 있다. 과자와 생필품 등 100여 종의 상품이 있으며 일반 제품보다 약 20% 저렴해 소비자에게서 좋은 반응을 받고 있다. 중소상인들은 노브랜드가 입점하면 골목상권이 무너질 것을 우려한다. 현재 부산에는 사하점과 다대점 두 곳이 입점해 있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다대점과 약 5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맘모스프라자’의 입주 상인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곳은 마트 음식점 등 140여 개의 상점이 들어서 있다. 맘모스프라자 김용광 상인회장은 “노브랜드가 들어서면서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며 “벌써 입점 마트와 슈퍼는 매출이 20%씩 떨어졌다. 어쩔 수 없이 직원을 해고하고 주인이 혼자 운영하는 곳도 생겨났다”고 말했다.
문제는 노브랜드 입점이 급속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두 곳이 처음 신설된 데 이어 현재 해운대구 중동에도 350.3㎡ 규모(100평)의 매장이 입점 예고돼 있다. 이마트는 올해 북구 화명동과 강서구 신호동에도 입점을 추진 중이다.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이정식 회장은 “이마트가 대형마트는 물론 이마트 에브리데이에 이어 노브랜드까지 만들며 지역상권을 무력화시키고 있다”며 “대기업이 배를 불리는 사이 소상공인들은 거리로 쫓겨나고 있다. 서민의 눈물을 외면하지 말라”고 말했다.
노브랜드는 유통산업발전법상 준대규모점포로 분류돼 전통상업보존구역 반경 1㎞ 이내에 매장을 개설하기 위해선 담당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해운대구 중동 매장의 경우 약 1.2㎞ 떨어져 이를 적용받지 않는다. 이에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는 지난 3월 이마트를 상대로 부산시에 사업조정을 신청했고 시는 지난 4일부터 사업조정심의회 심의 결과가 날 때까지 노브랜드의 사업을 일시정지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골목상인과 손을 잡았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홍순헌 더불어민주당 해운대구청장 후보는 “대기업이 무분별하게 골목상권을 침범하는 것은 지역 상권을 죽이는 행위다”고 비판했다.부산경실련 이훈전 사무처장은 “대형마트가 여러 규제로 인해 영업에 타격을 입게 되자 대기업들이 변종 매장으로 다시 골목상권을 침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호걸 이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