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부산의 숨은 미술관인 중구 중앙동 한광미술관에 걸린 작품을 시민이 감상하고 있다. 오른쪽에 김구 선생과 안중근 의사의 친필이 전시돼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 알려지지않아 찾는 이 적어

항구와 시장으로 번잡한 부산 중구 중앙동 4가 82의 1. 부산세관과 가까워 크고 작은 사무실까지 들어찬 이 곳에 숨은 문화 공간이 있다. 미술학도와 전문가 사이에선 이미 잘 알려졌지만 대중에겐 낯선 '한광 미술관'이다. 한광 미술관은 올해로 41년째 한국 고사화와 동양화를 무료로 전시한다.

오피스 타운의 오래된 건물 4층에 위치해 무심코 지나치면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이곳은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개인미술관이자 사립미술관이다. 현재 부산 지역 등록 사립미술관은 총 세 곳(고은사진미술관, 킴스아트필드미술관)에 불과하다.

한광미술관은 1975년 세무공무원이었던 고(故) 한광덕 선생이 설립해 1996년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의해 미술관으로 등록했다. 한 선생은 좋아하는 그림을 하나둘 모으기 시작하다 국제시장에서 주류 도매업을 하던 아내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많은 작품을 수집할 수 있었다. 미술관을 운영하며 작품을 도난 당해 수차례 마음 고생도 겪었다.

한 선생의 미술관에는 김홍도, 신윤복, 장승업, 정선을 비롯해 근현대 작가의 그림을 소장 중이며, 김정희 한석봉 정약용 김구 등 명필의 서체와 역대 대통령의 친필 등 총 550여 점을 보관 중이다. 공간 제약으로 130여 점을 꺼내 전시하며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전시작을 교체한다.

한광미술관은 한광덕 선생이 광복 후부터 50여 년간 수집한 미술품으로 설립해 부산의 문화 진흥 및 청소년 교육 창달을 목표로 문을 열었다. 2004년 한 선생이 작고한 후에는 아들 한충민 씨가 운영한다. 대가들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여 있어 학생들의 견학이나 미술학도들의 방문은 종종 있지만 대중의 방문은 거의 없다는 게 미술관 측 설명이다. 오히려 정보를 미리 알고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더 많다. 미술관 관리인 한수민 씨는 "알려지지 않은 탓인지 찾는 이가 적은데 부담없이 찾아와 좋은 작품을 감상했으면 한다"며 "미술관이 부산 지역 시민 문화 수준 향상에 이바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개관하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관람할 수 있고, 관람료는 무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