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율 1484원, 금융위기 후 최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한 국가별 상호관세가 9일 시행에 들어가면서 수출을 비롯한 한국 경제 전체가 큰 파고에 직면했다. 특히 상호관세 부과가 글로벌 통상 전쟁과 금융·외환시장 불안 등으로 이어짐에 따라 국내 산업계가 국가 리더십 부재 속 풍전등화 상황에 놓였다는 분석이다.
 |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날 관계부처와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9일 0시1분을 기해 한국을 비롯한 80여 개 국가에 최소 11%에서 최고 50%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주 행정명령에 서명한 이후 일주일 만에 발효됐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모든 물품에는 25%의 관세가 붙는다. 수출 중심의 경제 체제로 미국 시장의 비중이 큰 한국으로서는 대미 수출에 비상이 걸린 셈이다.
더욱 큰 문제는 상호관세뿐만 아니라 글로벌 통상 전쟁이 더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미국의 전략적 경쟁국인 중국이 보복 조치를 통한 강경 대응으로 갈등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다른 국가도 맞대응에 동참하면 무역전쟁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국내 수출은 물론 중국과 베트남 등에 생산 기지를 둔 우리나라 기업 역시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발 전방위 관세 부과로 금융·외환시장이 연일 ‘패닉장’에 빠졌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는 전날보다 10.9원 오른 1484.1원으로 마감했다. 주간 거래 종가 기준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12일(1496.5원)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1500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우리나라 주요 기업이 원자재 수입분 대부분을 달러로 결제하는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기업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 이날 코스피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40.53포인트(1.74%) 하락한 2293.70에 장을 마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상호관세 등을 둘러싼 한미 정부 간 협상은 사실상 큰 성과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과 처음으로 통화하며 관련 논의를 시작했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 대행은 이번 통화에서 ▷한미동맹 강화 ▷조선·액화천연가스(LNG)·무역균형 등 경제협력 ▷북핵 문제 등에 대해 협의했다.
통상 관련 부처도 상호관세에 맞대응하기보다 ‘장기 협상’에 무게를 둔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상임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우리 정부가) 보복 관세 형태로 (미국에) 대응하면 한국처럼 무역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자해성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며 “조선 분야가 (향후 대미 관세 협상에서) 굉장히 중요한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