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팩트시트를 발표하면서 상당한 비중을 들여 한중관계에 대해 언급하면서 관심을 끌었다. 한미간 합의 내용 중 대중국 견제로 읽힐 만한 대목이 많은 만큼 이를 고려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직접 한미 팩트시트 내용을 발표한 뒤 “지난 경주 APEC 정상회의를 통해 그동안 어려움을 겪던 한중 관계가 이제 개선될 전기가 마련됐다”며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 성과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중국과의 꾸준한 대화를 통해 양국 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길을 흔들림 없이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미 관세·안보 협상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최종 합의를 발표하고 있다. 2025.11.14

한미간 관세·안보 협의 내용을 밝히는 자리에서 한중관계를 언급한 것은 이날 팩트시트에 중국의 군사적 팽창을 견제하는 내용이 많이 담긴 것을 의식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우선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도입 자체가 중국 견제로 읽힐 수밖에 없다. 대릴 커들 미 해군참모총장은 14일 서울에서 내외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의 핵잠 추진과 관련해 “중국 억제에 자연스럽게 활용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이빙 주한 중국 대사는 지난 13일 내외신간담회에서 “한미간 핵잠 협력은 세계적인 핵 비확산 체제와 한반도 및 역내 안정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한국 측도 우려를 충분히 고려해 이 문제를 신중히 처리하길 바란다” 며 중국측 우려를 전한 바 있다.

또 이날 발표된 팩트시트엔 중국이 가장 예민해하는 대만 해협 문제가 포함됐다.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 중요”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 독려, 일방적 현상 변경 반대” 등의 직접적 표현이 담겼다.

아울러 “모든 역내의 위협에 대한 미국의 재래식 억제 태세를 강화할 것”이란 표현도 사용됐는데 역내 위협은 사실상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고 있는 중국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양국은 사실상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하는 주한민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해서도 공감대를 확인했다. 다만 위성락 안보실장은 “대만 유사시 역할까지 논의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한편 대통령실은 앞으로 동북아 3국 표기 순서를 ‘한중일’로 통일하기로 했다. 전임 윤석열 정부에서 ‘한일중’으로 표기하던 것을 ‘한중일’로 원상복구한 것으로 대중 유화 제스처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