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 대통령이 예고한 상호관세 유예 시한이 임박하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국익 중심 실용 외교’가 취임 한 달 만에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지난 4일 출국한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워싱턴 D.C. 현지에서 통상 당국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이날 방미길에 올랐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을 상호관세 유예 시한으로 둔 미국 정부는 최종 관세율 통보 서한 발송 계획을 밝히며 통상 압박 수위를 높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간) “하루에 10~12개국에 관세율을 명시한 서한을 발송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며칠 동안 계속 서한을 발송해 9일까지 완전히 완료할 것이다. 관세율은 60%나 70%, 10%, 20% 등 다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여한구 본부장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나 양국 간 긴밀하게 연계된 상호보완적 산업 공급망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한미 제조업 협력 비전’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새 정부 출범 뒤 시한이 촉박한 만큼 협상이 시한 내에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가 큰 상황이다. 이 대통령도 지난 3일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쌍방에 호혜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하는데 아직까지도 쌍방이 정확히 뭘 원하는지 명확하게 정리되지 못한 상태”라며 “8일까지 협상이 끝날지도 확언하기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불발된 트럼프 대통령과 이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언제 성사될지 불확실한 데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의 방한도 취소되면서 정부 안팎에서 우려가 커졌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긴급 방미에 나선 것은 이런 국면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위 실장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하면서 “(한미 간) 협의 국면이 중요한 상황으로 들어가고 있어 제 차원에서 관여를 늘리기 위해 방미하게 됐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협의할 부분을 묻자 “관세 협상도 있고, 안보 사안도 있다”고 말했다. 한미 정상회담 일정이 논의될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여러 현안 중 하나로, (이 부분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위 실장의 ‘귀국 가방’에 담길 관세협상 성과나 정상회담 일정 등 결과물이 이 대통령의 초반 외교 성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