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大學)이란 책은 삼강령(三綱領)이 있으니 명명덕(明明德)을 신민(新民)을 지어지선(止於至善)을 말하는 것이요, 팔조목(八條目)이 있으니 격물 치지 성의 정심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格物 致知 誠意 正心 修身 齊家 治國 平天下)를 말한다. 차례와 순서가 우물처럼 반듯하고 조리(조목과 이론)가 방정하고 방정해서 그 배우고 묻는 도(학문의 도)를 주자가 ‘주자서문’(주자의 ‘대학집주’ 서문)에 상세하게 갖췄으니 나의 미천한 학문으로써 어찌 감히 한마디 말을 더할 수 있겠나. 그러나 이 ‘대학’ 책은 ‘중용’(中庸)과 더불어 겉과 속이 되어서 차례와 조리가 이같이 밝으나 배우는 자들이 오히려 ‘책은 스스로 책이요, 나는 스스로 나’(書自書 我自我·서자서 아자아)처럼 한다.(책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여 그 내용을 확실하게 모름) 가히 탄식할 일이다. 아, 슬프다. 밝은 덕은 어디에 있는가. 곧 내 마음에 있다. 밝은 덕을 밝히는 공부는 어디에 있는가. 또한 내 마음에 있다.
조선 영조 임금이 쓴 ‘대학집주’ 서문 일부이다. 영조는 19세에 처음 ‘대학’을 읽었고, 29세에 다시 강독했으나 여전히 ‘책 따로 나 따로’였다고 탄식했다. 65세에 이 서문을 쓰면서 스스로 반성한 내용이다. 가시덤불 같아서 ‘삼강령 팔조목’을 아무리 헤치고 헤쳐도 끝이 없는 것이 ‘대학’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왔지 싶다. ‘대학’의 핵심이라 할 삼강령 팔조목을 제대로 이해하기가 그만큼 어렵다.
‘대학’은 큰 사람이 되기 위한 학문이다. 큰 사람은 덕(德)이 높고 그릇이 크다. 유가의 근본이념을 명확하고 일관된 체계로 정립했다. ‘대학’에서 삼강령은 명명덕 신민 지어지선 셋을, 팔조목은 격물 치지 성의 정심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 여덟을 이른다. ‘대학’이 학문의 처음과 끝이요, 학문이 큰 일을 배우는 것이라면, 큰 일은 곧 정치다.
삼강령 가운데 명명덕은 자신을 밝게, 신민은 백성을 새롭게, 지어지선은 나와 너 우리 모두가 행복한 세상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 삼강령 해설이 곧 ‘대학’이다. 다만 신민을 두고 여전히 해석이 엇갈린다. 주자는 신민이라 하고 영조도 이를 따랐지만 원문은 친민(親民)이다. ‘대학집주’를 강독할 땐 ‘친신민’(백성을 친히하고 새롭게 한다)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대학의 도는 밝은 덕을 밝히는 데 달려있으며, 백성을 아끼고 새롭게하는 데 달려있으며, 지극한 선에 그쳐 머무는 데 달려있다’는 강력한 선언의 의미다. 그러니 명명덕은 사람의 사사로운 욕심에 구애받지 않도록 스스로 닦는 것(修己)요, 신민은 제 마음을 표준 삼아 남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추기급인(推己及人)이다. 명명덕과 신민은 곧 수기치인(修己治人)으로 치환할 수 있으니 이는 바로 주자가 ‘대학’에서 처음 사용한 개념이다. 곧 자기를 닦아서 남을 다스린다는 말이 ‘대학’의 알맹이다. 지어지선은 나와 너 우리가 모두 행복한 대동(大同)이다. 정치인이 이런 자세여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러니 ‘대학’이 정치 교과서로 오늘에도 유효하다. 21세기는 모든 국민이 주권자인 정치의 시대인만큼 ‘대학’이 효용성을 더한다 하겠다. 우선 나 스스로가 잘해야 하고,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하면 우리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현실은 ‘대학’과 반대다. 갈등은 양 끝단으로 치닫고 격차는 하늘과 땅만큼 크다. 최근 나온 ‘2024년 한국인의 공공갈등 의식조사’가 한 예다.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와 한국리서치가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조사에 따르면 92.6%가 우리 사회 집단 간 갈등이 심각하거나 매우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국민이 체감하는 갈등지수는 8.1로 역대 최고치다. 특히 진보와 보수 세력 간 갈등이 심각하다는 응답은 91.3%에 이른다. 빈부 갈등(75.6%) 영호남 갈등(66.8%) 수도권과 지방 갈등(65.3%)도 만만찮다. 이런 갈등의 원인으로 윤석열 정부를 꼽는 응답이 65.7%라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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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사회는 집단 간 갈등이 위험수위다. 그 원인으로 윤석열 정부를 꼽는 국민이 많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부인 김건희 여사 문제로 야당 공격을 자초했다. 국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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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사태로 국회에서 탄핵된 이후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과 수사기관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를 함께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야당과 협치보다는 편가르기로 일관했다. 윤 대통령이 야당과 대립한 큰 이유 가운데 하나가 부인 김건희 여사 문제였다. 야당의 특검 공세로 이어진 김 여사 문제를 보며 ‘수신제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유력한 대권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집안과 부인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정상도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