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간 6일 접견의 최대 관심사는 동북아 안보에 파문을 일으킨 중국 방공식별구역(CADIZ)에 대응한 우리 측 방공식별구역(KADIZ) 확대 방안에 대한 미국이 어떤 입장을 피력했느냐다.
애초 30분으로 예정됐던 접견이 1시간20분으로 대폭 늘어난 것도 이와 무관하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과 바이든 부통령은 1시간30분으로 예정됐던 오찬을 1시간으로 줄이는 대신 접견에서 KADIZ 확대방안을 놓고 심도있는 논의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 KADIZ 확대방안 설명에 바이든 "appreciate" = 바이든 부통령은 "지난 5월 미국 방문 당시 박 대통령이 받은 뜨거운 환영은 자신이 36년간 상원의원으로 재직하면서 받은 환영보다 더 뜨거웠다"는 '덕담'으로 접견을 시작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바이든 부통령에게 KADIZ를 이어도 상공과 마라도, 홍도(거제도 남방 무인도) 영공을 모두 포함하는 쪽으로 확대하고자 하는 취지를 미국 측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접견이 끝난 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은 한국방공식별구역과 관련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으며, 바이든 부통령은 박 대통령의 설명과 한국의 노력을 평가했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우리 측 설명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보였는지 아니면 부정적 입장을 보였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미국 측에서저희 측의 상세한 설명과 노력에 대해 평가를 했다는 것에 함의가 있다는 것을 잘 주목해주시면 좋겠다"면서 "영어로 표현하면 어프리시에이트(appreciate), 어떤 의미가 있다는 건 잘 아실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 'appreciate'는 우리 말로 번역할 때 '평가한다'는 표현으로 쓸 수 있지만, 담긴 의미는 '그런 노력에 사의를 표한다' 또는 '그런 노력을 높이 산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부통령이 일단은 우리 측 제안에 '긍정적 평가'를 내린 게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한 대목이다.
다만 윤 장관이 "양측은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 긴밀한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했다"고 언급한 것을 보면, KADIZ 확대 방안 중 일부분에 대해서는 미측이 '이견'을피력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국익 추구'라는 큰 틀은 유지하면서도 내용 면에서는 동북아 안보에파장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미세 조정'이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올 걸로 보인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도 이날 'appreciate'의 의미와 관련해, "아직 우리정부의 입장을 발표하지 않은 만큼 이를 '지지'로 해석하는 것은 다소 성급하다"며 있는 대로의 해석을 주문했다.
◇ 한일관계, 한미 입장차 노출? 아베 '선물' 전달? = 한일 문제에 대해서는 외견상 별다른 성과물이 나오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부통령은 "한·일 양국이 미국의 중요한 동맹국이다. 장애요소들이 조속히 해소되어 원만한 관계 진전을 이루기를 희망한다"고 언급한 반면, 박 대통령은 "한ㆍ일 양국이 신뢰를 바탕으로 미래지향적 관계를 구축할 수 있기를 희망하며, 이를 위한 일본 측의 진정성 있는 조치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일관계가 본 궤도에 올라와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주창하는 '아시아 중시'의 토대인 한미일 3각 공조가 복원된다는 기조에서 바이든 부통령은 한ㆍ일 관계의 진전이라는 '결과물'에 방점을 둔 데 비해, 박 대통령은 그런 결과물을 가져오기 위한 '전제 조건'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온도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다만 바이든 부통령이 방한 전 일본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회동하면서 20분간 '밀실 단독회담'을 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날 접견에서 한일 관계개선을 위한 아베 총리의 '선물'을 전달했을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적극적 중재자를 자임했다는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
◇'장성택 실각설' 논의…TPP·방위비분담 등 현안도 다뤄 = 박 대통령과 바이든 부통령은 '장성택 실각설'을 둘러싼 북한 내부 정세에 대해서도 깊이있는 대화를나눴다.
윤 장관은 "전체적으로 한반도와 남북관계 정세를 논의하는 가운데 최근 북한 정세에 대해 여러 가지 유용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장성택 실각설에 대해 양국 정보기관이 파악한 각종 정보가 교환됐을것으로 보인다.
특이 이번 사태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 등 역내 안보 지형에 영향을 미칠지와 향후 한미간 긴밀한 공조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과 바이든 부통령은 이와 함께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주요 현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TPP와 관련해 바이든 부통령은 한국 정부의 '관심 표명'을 환영했고, 박 대통령은 관련 협의가 원만히 진행될 수 있도록 양국이 협력하자는 뜻을 밝혔다.
박 대통령과 바이든 부통령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한미 연합 방위력이 더욱 강화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글로벌 이슈와 관련, 박 대통령은 "시리아 화학무기 폐기 및 이란 핵 관련 초기단계조치 합의 등 범세계적 도전과제 해결에 큰 진전이 있음을 평가하고, 이의 이행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지속 동참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윤 장관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