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 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청구와 법원의 영장발부에 반발해 낸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헌법재판소가 각하했다. 본격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끝낸 것이다.

헌재는 27일 오후 윤 전 대통령이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과 신한미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를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재판관 9인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

쟁점은 공수처가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에게 체포·수색영장을 청구·발부한 행위가 대통령의 국군통수권·계엄선포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였다.

당시 체포영장 청구 주체가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아닌 차정현 공수처 부장검사라는 점을 들어 ‘피청구인 적격이 없는’ 오 처장에 대한 청구가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이미 국회 탄핵소추의결로 윤 전 대통령의 권한 행사가 정지된 시점에 체포영장 청구·발부가 이뤄졌으므로, 그로 인해 대통령으로 권한이 침해될 가능성은 없다 봤다.

공수처는 지난 1월 3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1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섰으나 경호처·군 인력이 막아서면서 대치 끝에 집행하지 못했다. 1차 체포영장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1월 6일까지 공수처는 재집행을 시도하지 않고 만료일에 법원에 유효기간 연장을 신청해 1월 7일 2차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이튿날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2차 체포영장을 청구하고 서울서부지법이 발부한 행위가 헌법 66조와 77조에 의한 대통령의 국군통수권, 계엄선포권을 침해한다며 권한쟁의 심판을 제기했다.

헌재는 ‘체포영장 청구’ 부분을 수사처 검사의 청구 행위를 다투는 것으로 해석하더라고 ‘체포영장 발부’와 마찬가지로 침해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했다. 체포영장 청구와 발부가 지난해 12월 14일 국회 탄핵소추 의결로 대통령 권한행사가 이미 정지된 시점에 이뤄졌다는 이유에서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자신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이유로 영장 청구·발부가 계엄선포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지만, 이 부분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헌재는 “모두 청구인의 권한행사가 정지돼 있고 권한대행자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고 있는 시점에 발생했다”며 “헌법 또는 법률에 의해 부여받은 청구인의 권한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1차 체포영장에 대해서도 권한쟁의 심판을 냈다가 체포영장 유효기간 만료로 사건을 다툴 실익이 없어져 취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