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항 제1단계 재개발구역의 복합환승센터 개발 사업을 둘러싸고 당사자 간 갈등과 시민사회의 반응이 뜨겁다. 오피스텔과 상업시설 등 수익성 중심 설계 변경 과정에서 공공 보행덱과 환승센터 연결부의 3.3m 수직 단차 발생, 지구단위계획 지침 위반, 계약 조건 불이행에 따른 토지매매계약 해제 통보와 공사중지 명령, 법원의 강제조정 등 일련의 사태는 총체적 난국이다.
법리적 논점은 ‘항만재개발 및 주변지역 발전에 관한 법률(이하 항만재개발법)’에 따른 실시계획 승인 시 의제되는 타 법률의 인허가 효력이 어디까지 미치는가 하는 점이다. 항만재개발법에 따라 실시계획 승인으로 타 법령상 인허가가 모두 해결된 것으로 보는 주장이 있으나, 이는 대법원 판례가 확립한 법리를 오인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인허가 의제제도에 대해 ‘절차적 집중설’을 확립하고 있어서, 인허가 의제제도는 주된 인허가를 받을 때 관련 종된 인허가의 창구를 단일화하여 절차를 간소화할 뿐, 종된 법률이 규정하는 ‘실체적 요건(허가 기준)’ 자체를 면제하거나 배제하는 ‘실체적 집중’의 효력은 없다고 하는 법리를 확립하고 있다.
복합환승센터는 주된 인허가가 항만재개발법에 의하더라도 시설의 본질인 ‘환승센터’로서의 기술적·구조적 기준을 규율하는 ‘국가통합교통체계효율화법’의 실체적 요건을 벗어날 수 없다. 동법 제70조 및 국토교통부 고시인 ‘복합환승센터 설계 및 배치 기준’에 명시된 보행 동선의 최소화, 단차 없는 수평적 환승 체계 구축, 서비스 수준(LOS) C등급 이상 유지 등의 실체적 요건은 결코 면제될 수 없다. 실체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설계 변경은 위법하며, 관계 기관은 이를 승인하거나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당초 복합환승센터는 KTX 부산역과 국제여객터미널, 친수공원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보행자의 동선을 수평적으로 단절 없이 이어주는 교통 결절점으로 계획되어야 했다. 그러나 수익성 극대화를 위해 생활형 숙박시설에서 오피스텔로 용도를 변경하고, 상업시설 동선을 우선시하는 과정에서 부산역 보행덱과 환승센터 연결부에 3.3m에 달하는 거대한 단차와 계단을 발생시켰을 뿐만 아니라, 환승시설은 연면적의 0.44%에 불과한 보행통로가 전부다. 이는 대중교통 이용객의 보행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도시 경관을 사유화하게 된다. 지구단위계획 시행지침상 ‘인접 시설과 연결되는 입체공공보행통로는 동일한 높이로 연결하고 높이차는 50㎝ 이내로 하며 계단 설치를 불허한다”는 강행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부산항만공사(BPA)가 인허가 과정에서 단차 문제를 조기에 걸러내지 못한 아쉬움을 지적하지만, 그렇다고 이미 드러난 위법 상태를 묵과할 수는 없다. 감사원 감사 결과 지적된 바와 같이, BPA는 단순한 토지 매각자에 그치지 않고 북항재개발 사업 전체의 공익적 가치가 실현되도록 끝까지 관리할 무거운 법적·사회적 책무를 지니고 있다. 사업시행자가 계약상의 지연배상금 납부 및 철거이행보증보험증권 제출 등 필수적 책무를 도외시하고, 지구단위계획을 위반한 시공강행에 대응하여 BPA가 토지매매계약 해제 통보 등 조치를 취한 것은 공공성 수호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부산항 북항은 대한민국 해양수도 부산의 미래를 상징하는 핵심 공간이다. 이곳에 들어서는 복합환승센터가 지나친 영리 추구와 편법적 설계 변경으로 본연의 공공성을 상실한다면, 부산의 도시 경쟁력에 큰 오점이 될 것이다. 해양수산부, BPA, 동구, 부산시는 대법원 판결이 확립한 절차적 집중설의 엄중한 법리에 입각해,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토지 매각 편의나 절차 간소화라는 미명 아래 법상 최소 충족 요건이 훼손되는 일이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국가통합교통체계효율화법’이 요구하는 실체적 기준을 겸허히 수용하여 미래 부산의 도심 교통 환승 기능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도록 사업을 전면 재설계해야 할 것이다. 2026년 해양수산부 부산시대 개막과 함께, 북항이 진정한 글로벌 해양수도의 중심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법치 행정과 공공성 회복이 선행되어야 한다.